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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름조각 Nov 24. 2024

고양이와 헤어지는 중입니다(11)

마지막 일주일

#27

11월13일

엄마와 동생이 집에 와 함께 저녁을 먹었다.

식탁을 정리한 후 우리는 차를 함께 마셨다.


엄마가 먼저 말을 꺼냈다.

“진숙이 편하게 보내주자. “

그 말의 뜻을 알아 다시 눈물이 터졌다.


“아직 이름을 부르면 돌아보고 혼자 화장실도 가는데

살아있는 애를 내 손으로 죽이는 것 같아.

수액 맞고 와서는 밥도 조금 먹잖아.

조금만 더 기다려주면 안 될까. “


울면서 정신없이 쏟아낸 말에는

내 죄책감과 슬픔, 두려움만이 가득했다.

진숙이가 얼마나 아플지보다

마지막을 결정해야 한다는 두려움에 짓눌렸다.


“진숙이가 많이 아플 거야. 우리가 결정해줘야 해.”


동생의 말에 불쑥 화가 났다.

모든 결정이 다 후회로 남아 나를 괴롭히고 있다는 걸 알까.

보내는 것도 후회로 남을 것이고

보내지 않는 것도 후회로 남을 것이다.


진숙이가 아프다는 걸 안 순간부터

매일매일의 선택들이 전부 다 후회로 남았다.

수술을 했어야 했어야 했나.

이사 오지 말았어야 했나.

더 큰 병원으로 갔어야 했나.

좀 더 자주 체크했어야 했나.

일찍 약을 먹였어야 했나.

아니, 그 약을 먹이지 않았어야 했나.


매 순간 보호자의 자격으로 진숙이의 삶을 결정했다.

그리고 이제는 진숙이의 죽음을 결정해야 했다.

그 책임을 어떻게든 미루고 싶었다.


“그럼, 진숙이가 스스로 걷지 못할 때까지만

내가 보살펴 주고 싶어…“


최후의 선은 그렇게 정해졌다.


#28

동생을 바래다주러 나가니 11월 밤바람이 제법 매서웠다.

조금 따뜻할 때 가지, 왜 이렇게 추울 때 떠나야 할까.

동생은 우는 나를 끌어안으며 담담하게 이야기했다.


“이제 우리의 삶에는 새로운 만남보다 예정된 이별이 더 많을 거야.

우리는 이제 보내주는 것에 익숙해져야 해. “


머리가 지끈거리는 아득함이었다.

앞으로 얼마나 많이 사랑하는 것들을 보내야 하나.

이별하는 슬픔 같은 것에도 익숙해질 수가 있나.


그날 밤에는 이상한 꿈을 꿨다.

집에 낯선 사람들이 들어와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있었다.

난 쫓아낼 생각도 못하고 어리둥절하게 거실에 서있었다.


나중에 해몽을 찾아보니

낯선 사람이 집에 오는 꿈은 여러 가지 해석이 있었다.


원하지 않는 일을 결정하느라 압박감을 느낄 때 꿀 수도 있고

아끼던 것을 잃거나 공들여하던 일이 실패할 때 꿀 수도 있고

어려움이 닥칠 때 뜻하지 않은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뜻이라고도 한다.


꿈이 일러준 대로

원치 않은 결정을 했고

아끼던 것을 잃었고

많은 사람들의 도움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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