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용 실패, 10년 차 기간제교사의 인생 낙찰기(6)

수학은 정답이 있지만, 삶에는 해설지가 없었다.

제6장: 불연속점의 습격: '임신 가능성'이라는 부당한 오답





학교는 어느 곳보다 소문이 빠르다고 했던가? 가을쯤 회식 자리에서 생리를 하지 않아 술을 마시지 않았다. 혹시 임신일 수 있었으니까. 즐거운 자리였고, 다시 수업, 기말고사, 생기부 등등 바쁘게 시간이 흘렀다. 그러다 어느 날, 다음 해 수학 기간제 자리가 하나 나온다는 학년부장님의 이야기가 있었다. ‘아! 그렇구나, 내년에도 다니면 좋겠다’라고 생각하고 알려주어 고맙다는 인사도 했다. 그 당시 수학 과목 기간제로 나 말고 다른 한 명이 더 있었다. 둘 중 한 명이 연장되겠거니 생각했지만, 예상은 빗나갔다. 업무 부서 부장님이 임신 계획 있냐고 물어봤고, 아마 힘들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교감선생님이 임신 계획이 있으면 채용 연장이 어렵다고 이야기했다는 말을 덧붙이면서. 자기는 정교사였어도 복직할 때 아기가 어리다고 했더니 학교에서 싫어했다고 이야기하면서. 그 부장님이 고1 딸이 있었으니까 적어도 15년 전 이야기였다. 지금은 다르겠지, 나라에서도 임신과 출산으로 차별하지 말라고 하는데. 안일한 생각이었다. 교감선생님은 나와 수학 다른 기간제 선생님을 불러 내년에 수학 자리가 하나 있는데 공고를 낼 거라고 했다.




새로 올라온 공고에 다시 지원서를 냈고, 서류 합격했으니, 면접을 보러 오라고 했다. 면접 날 보니 면접자는 둘만 있었다. 나와 어떤 남자 지원자. 면접 위원으로 교감선생님, 교무부장선생님, 수학과부장님, 학년부장님 이렇게 네 분이 앉아 있었고, 수업 실연도 질문에도 잘 대답했다. 올해 R&E 지도하면서 어땠느냐는 질문에 학생도 나도 성장하는 기회였고, 운영할 때 계획을 좀 더 치밀하게 세우는게 좋겠다는 맥락으로 이야기했다. 또 메신저 쪽지로 전체 교사에게 불만을 적어서 보내는 경우, 내 일이 아닌 일을 자꾸 떠넘기는 사람이 있으면 어떻게 하겠냐는 질문에도 그 메시지를 보내는 데에는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몇 번은 그냥 처리하는 편이 나의 마음에도 시간적으로도 낭비가 덜하겠지만, 계속 반복될 때는 이야기를 나눠보고 어떤 상황인지에 따라 도움을 요청하는 방식으로 해결해 보겠다고 대답했다.


그리고 얼마 뒤, 난 탈락 소식을 들었다. 속상해하던 나에게 수학과부장님이 찾아와 구구절절 설명했다. 그 남자 지원자가 수업 실연을 더 잘했다고 이야기하면서, 과학과 연계해서 잘 설명했다고 했다. 내가 부족했구나 깨닫고 말씀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이야기하는데, 수학과부장님이 눈물을 흘렸다. 학교에서 제일 바쁜 2학년 맡아서 조기졸업, 조기입학 시험문제에 창의적문제해결대회 문제, 논술 지도 등등 일만 하다 가게 됐다면서. “아쉽지만 할 수 없죠. 저보다 실력이 더 좋은 분이라면서요.” 대답하는데도 부장님은 연신 눈물을 멈추지 못하고, 발걸음을 돌리지 못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임신 계획이 있다는 이유로 채용이 안 됐다는 건 그냥 감이었다.


기분도 좋지 않았고, 학교라는 곳에 온갖 정이 다 떨어져 나갔다. 무슨 보복을 하듯 남편에게 우리 한 달 동안 유럽 여행 가자고 했다. 남편은 흔쾌히 좋다고 했다. 갔다 와서 내 인생에 한번 투자해 보라고. 자기는 내가 웃는 모습을 보고 싶다고 이야기하면서. 고마웠다. 정말. 여행을 다녀왔고, 내 인생에 환기를 주려고 인력풀 채용 연락이 와도 일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해 가을 임신했다. 그리고 다음 해 5월 말, 출산을 했다. 13시간 진통의 출산만큼 마음고생은 했지만, 1년 반 동안 일하지 않고도 내가 버틸 수 있었던 것은 한참을 쌓은 월세가 모여있었다는 사실이었다.



ep9. 그러다 두 가지 증거로 내가 떨어진 이유를 확실히 알았다. 첫 번째는 교무부장선생님이 전화해서 “임신 계획이 있었어? 아유~ 난 몰랐네”라고 이야기했고, 두 번째는 그 눈물을 흘렸던 부장님이 다음 해 4월 말, 카톡으로 ‘... 작년에 쌤들 그렇게 보내서 벌받는 건가,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여러 가지로 마음 많이 상하고 떠났는데 잘 지내는지 혹 좋은 소식이 있는지 그냥 선생님 소식이 궁금해서 연락드려요. ... 그리고 여러 가지로 정말 미안했어요.’라고 보내왔다.

임신한 것도 아니고, 임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진짜 날 뽑지 않았던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임용 실패, 10년 차 기간제교사의 인생 낙찰기(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