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산문집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converselow Jan 21. 2021

불편함에 대하여


우리는 살면서 온갖 이유로 불편함을 느낀다.


  불편함의 원인은 친구가 될 수도, 가족이 될 수도, 특정한 사회적 쟁점이 될 수도 있다. 즉 불편함을 느낄 만한 대상은 도처에 널려 있다. 그렇기 때문에 성격에 관해서는 특별히 흠잡을 데 없는 사람이라고 해도 무의식적인 불편함까지 합하면 1일 3불편은 거뜬히 달성하지 않을까 싶다.


  여기서 눈여겨봐야 하는 것은 불편함을 느끼는 것과 불편함을 표현하는 것이 분명히 다른 문제라는 사실이다. 나는 지금까지 불편하더라도 그 정도가 심하지 않으면 속으로 담아두는게 맞다고 생각해 왔고 그것을 줄곧 실천하고 있었다. 내가 느끼는 모든 불편함을  표현하고 살면  곁에 남아있는 사람이 없게  것이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실을  알기 때문에 불편해도 참고 사는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던 중 최근에 한 친구가 나였으면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거나 느꼈더라도 속으로만 약간 불편해하고 말았을 일에 대해 자신의 불편한 감정을 나에게 고스란히 드러냈다. 처음에는 내가 잘못했나 싶어서 곰곰이 생각을 해보았다. 그렇지만 그 당시에 나는 그 친구의 평소 모습을 토대로 판단을 내려서 그렇게 행동한 것이었고, 나에게는 고를 만한 다른 선택지가 존재하지도 않았었다. 답답한 마음에 제3자에게 물어봐도 그게 그렇게까지 불편해할 일이냐는 대답만이 돌아왔다. 이쯤 되니 나도 평소에 그 친구 때문에 굉장히 여러 번 불편함을 느꼈었는데 본인의 행동은 전혀 돌아보지 않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불편하지 않았던 게 아니라 사소한 문제로 시끄러워지기 싫어서 말하지 않은 것뿐이었는데 말이다.


   친구에게 그런 말을 들을 당시에는 약간 짜증이 났던 것과 더불어 그 친구가 마냥 어려보였지만 지금 다시 생각해보니 불편함을 표현하는 것이 그러지 않는 것보다 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표현을 하지 않으니 나의 불편함은 아무도 몰라주지만 그 친구는 티를 내고 다니니 모두가 알아준다. 그 순간의 불편함을 고스란히 표현함으로써 자기 자신의 마음으로부터 불편한 감정을 털어내는 동시에  감정을 자기 이야기를 듣고 있는 상대방에게 전가하는 것이다. 성숙해보이지 않으면 뭐 어떤가? 스스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면, 그렇기 때문에 자기 마음이 편하다면 그만인 건데.


결국 나의 미성숙함을 드러내는 것과 감정적 짐을 쌓아두는 것 중 무엇을 더 불편해하느냐의 문제인 것으로 보인다.


  나는 전자가 더 불편했던 것이고 그 친구는 후자가 더 불편했던 것이다. 인생은 B(irth)와 D(eath) 사이의 C(hoice)라는데 이것도 하나의 선택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무엇을 선택하는 것이 결과적으로 이득인지는 인생을 더 살아봐야 알 수 있지 않을까.

매거진의 이전글 베란다에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