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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딩하는 수학쌤 Mar 15. 2021

12. 종이 위로 옮겨진 현실세계-1 (수, 대수학)

[3악장. idylle- 수학에서 인공지능으로]

Opening Episode     


 2020년 12월의 어느 날 오후, 우연히 대학 1학년인 졸업생이랑 카톡으로 대화를 나누게 되었다. 중위권으로 시작했지만 고등학교 3년 내내 코딩 관련 활동도 많이 하면서 성적과 비교과 스펙 두 마리 토끼를 잡은 끝에 학생부 종합전형으로 컴퓨터공학과에 진학했던 ‘소박한 대박(?)’을 터트린 제자였다.      


 “그래, 컴공과로 일 년 지내보니까 어때?”


 “아우.. 쌤, 말씀 마세요. 온라인 수업도 보통 힘든 게 아니네요. 코딩은 좀 해 놓은 게 있어서 따라가겠는데, 이 수학은 도대체 뭐예요? 일부러 고생시키려고 여기 보내신 거 맞죠?”


 “도대체 뭐 배웠길래 그렇게 엄살이 심하냐?”


 “선형 대수학이요. 이건 진짜 왜 배우는지도 모르겠고.. 쌤, 컴공과에서 이거 왜 배워요? 그걸 모르니 별로 흥미도 안 생기고, 뭐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어요.”


 “.... 너 인공지능에 관심 좀 있다고 하지 않았니?”


 “그럼요! 인공지능 관심 있어요!”


 “선형대수학 모르면 인공지능 어떻게 하려고 그래?”


 “선형대수학이랑 인공지능이랑 무슨 상관이 있는데요?”     


 결국 본의 아니게 졸업생 붙잡고 짧게 20분 동안 특강 아닌 특강을 해버렸다. 톡으로 하는 이야기이니 수식이나 이런 거 다 빼고 의미와 목적을 전달하고 나니 “아아아아~”라며 뭔가 알겠다는 반응이 나왔다.     


 “헐. 이 과목 배우기 전에 쌤한테 먼저 연락드릴 걸 그랬어요.”


 “몰랐냐. 선생님 방과 후 수업에서 컴퓨터 다루고 있지만 전공은 수학이었어. 졸업하고 벌써 잊었니??”


 “고등학교 때 수학 수업 빼곤 컴퓨터로만 만나서 그래요. 이런 거 한 번도 안 알려주셨잖아요. 제가 고생한 거 다 쌤 책임이에요.”


 “... 그런가. ㅠ 미안..ㅋㅋ”    

 

 학교에서 시키는 대로, 부모님이 시키는 대로 열심히 공부하고 대학에 진학했지만 정작 대학에서는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는 이 모습은 대한민국의 모든 수험생들이 입학 이후 겪는 모습이 아닐까? 대학에는 갔지만 인공지능에 대해 뭘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막막하기만 하고 매일 교실에서 만나고 상담하던 담임 선생님도 없다. 가이드북처럼 각 전공에 대한 간략한 소개를 알려주고 읽었더라면.. 그리고 어떻게 준비하면 된다는 로드맵 정도만 있어도 좋을 텐데..     


 “쌤. 고등학교로 다시 가고 싶어요. ㅠㅠ”     


 대화의 끝이 이 말로 맺어졌다. 함께 진로를 고민하고 어떻게 준비하면 좋을지 ‘선생님’이라는 가이드가 있었던 고등학교 때가 그립단다. 이젠 알아서 해야 하는 막막함의 20살이 되었을 때 옛날을 그리워하는 마음이 아니었을까? 아니, 코로나 19 이전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마음을 표현했을 수도 있겠지만..




종이 위로 옮겨진 현실 세계 – 1. 산수에서 대수학으로


 사람의 기억력은 그렇게 뛰어나지는 않기 때문에 그들이 살고 있는 현실 세계를 모두가 동일한 모습으로 오랫동안 기억을 하기는 어렵다. 이 때문에 자신들이 기억하고자 하는 것들을 무엇인가로 남겨야만 했다. 그것이 이야기일 때는 문자로 이어졌고, 어떠한 개수와 상관이 있을 때는 수의 개념으로 기록을 남겼다. 예를 들어 기르고 있던 양이 10마리였다면 벽면에 동그라미와 같은 기호를 10개 그렸을 것이고, 달이 완전히 어두워진 후 7일째라면 빗금을 7개 그었을 수도 있다. 이처럼 현실의 양 10마리는 동그라미 10개로, 7일이라는 시간은 빗금 7개로 남게 된다. 이러한 현실을 매우 간단히 요약, 추상화함으로써 숫자의 개념이 형성되었다.


이샹고(Ishango) 뼈에 새겨진 빗금. 숫자를 나타내는 빗금의 패턴이 나타나 있다.


 이후 필요에 따라 연산이 되기 시작했다. 10마리로 시작한 양을 한꺼번에 습격을 당해 3마리가 사라지기도 하고, 번식이나 약탈 등을 통해 그 마릿수를 늘릴 수도 있다. 이러한 것들은 지우거나 더 그리면 기록으로는 충분하다. 하지만 인류는 늘어나거나 줄어드는 과정 또한 기록으로 남길 필요성을 느꼈을 것이다. 이후 오랜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각 문명마다 독자적으로 숫자를 쓰기 시작했고 문자 또한 발달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시기 동안 현실 세계의 문제들과 이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기록이 남겨지기 시작했다. 약 2천 년 전 쓰였던 중국의 수학책인 구장산술에서는 다음과 같은 문제가 쓰여 있다.     


 “2와 1/2 담(擔)의 쌀의 사는데 3/7 양(兩)의 은이 든다. 9 양(兩)의 은으로 얼마나 많은 쌀을 살 수 있을까?”     

 이와 같은 문제들을 만나면서 문제를 풀 수 있는 방법들이 조금씩 일반화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수학 기호가 고대에는 없었기 때문에 실제 더하기나 빼기와 같은 기호를 사용할 수는 없었고, 이러한 연산은 도형의 선분의 길이를 연장하거나 넓이를 더하고 빼는 형태로 시각화되어서 설명이 되었다. 특히 바빌로니아인들은 직사각형의 넓이를 활용하여 기본적인 이차방정식까지 풀이를 할 수 있는 수준이었고, 이후 800년대 경에는 알 콰리즈미라는 인물이 미지수를 조작하여 방정식을 푸는 일반적인 방법을 설명하는데 이르게 되었다.


 르네상스를 지나면서 수학은 적절한 표현법인 수식을 만나면서 체계가 완성이 되었다. 숫자의 계산인 산수에서 벗어나 구조와 관계를 담아내는 대수학의 세계가 열리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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