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가재 랍스터는 대표적인 불로장생의 동물입니다. 대부분의 랍스터는 1년에 약 100g 정도의 체중이 증가하기 때문에 무게를 통해 대략적인 나이를 알 수 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랍스터는 늙어서 죽는 경우는 없다고 합니다. 대부분의 동물은 신체 곡선이 변화하면서 근육량이 줄어드는 정점을 찍고 서서히 노화가 진행됩니다. 하지만 랍스터는 텔로머레이즈라고 하는 생체촉매 효소로 인해 덩치는 더 커지고 껍질은 더욱 단단해지며 몸속의 근육도 증가한다고 합니다.
그러한 랍스터에게 필수적인 것은 탈피입니다. 탈피는 1년에 1회에서 많게는 5회까지도 이루어지는데 탈피를 마친 랍스터는 하얗고 말랑말랑한 몸을 드러냅니다. 탈피의 과정은 피할 수만 있다면 피하고 싶은 과정일 것입니다. 탈피에서 상처를 입어 감염이 되면 죽기도 하고, 하얀색 때문에 눈에도 잘 띄며, 아직 굳지 않은 새로운 말랑말랑한 껍질은 자신을 보호해주지도 않습니다.
그런데도 목숨을 걸고 탈피를 하는 이유는 껍질을 벗지 않으면 그 껍질은 자신을 보호하던 갑옷이 아니라 자신을 죽게 만드는 사형 틀이 되기 때문입니다. 껍질은 점점 딱딱해져서 외부로부터의 공격은 차단해주지만 점점 증가하는 근육을 허락하지 않습니다. 결국 랍스터는 스스로의 껍질에 끼어서 죽게 됩니다. 적절한 시기를 놓치게 되면 자신의 힘으로 껍질을 벗길 수 없기 때문이죠.
교직 생활을 하면서 교사들의 삶에 대해서 환희에 찬 순간, 가슴이 뛰는 순간도 많았고 너무나 마음이 아프고 힘들어 울기도 하고, 부끄러운 순간도 많아 교실에서 학생들 앞에 서는 것 자체가 고통인 순간도 있었습니다. 13년 차에 접어들면서 많은 선생님들을 봤습니다. 껍질 속에서 근육량을 줄이거나 근육량이 늘지 않아 자신이 만들어온 껍질 안에서만 안전하게 머무려는 분도 간혹 있으셨어요. 하지만 자신의 약점을 노출하면서도 끊임없이 새로움을 도전하는 분들이 있으셨습니다. 저 또한 그런 길을 걸어가고 있습니다.
탈피를 마치고는 랍스터는 껍질이 단단해질 때까지 안전한 곳에 숨어서 시간을 보냅니다. 때로는 잠시 우리에게도 그런 시간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정신없이 새로운 것을 몰아치며 달리다 보면 쉬는 것 자체게 사치이고 흐름을 끊는 것 같아서 주저하게 되죠. 그런데 코딩해보신 분들은 비슷한 경험을 하신 적이 있을 거예요. 다른 일에 바쁘거나 쉬면서 잠시 틈을 주고 다음날 보면 지저분한 코드를 말끔하게 정리할 아이디어가 떠오르기도 하고.. 안보이던 오류가 보이기도 합니다.
올해도 일단 껍질을 깨뜨렸는데 아직 새 껍질이 단단해지지 않아서 조금 힘이 드네요. 조금만 껍질이 단단해질 때까지 시간을 가지고 다시 나와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