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린을 좋아하던 소녀, 기린 박사가 되다.

군지 메구의 <나는 기린 해부학자입니다> 책 소개

by 깔깔마녀


기린이 죽었는데, 군지 학생, 올래요?" 설날 아침 7시쯤 전화를 받고 이불에서 튀어나왔다. (105p)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조금 전 모 동물원에서 기린이 죽었습니다."라고 시작하는 메일을 보고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105p)

나는 기린 해부학자입니다

저자:군지 메구

출판: 더숲


기린의 부고 소식이 반가운 사람이 있다. 책을 쓴 군지 메구는 기린을 좋아하는 기린 박사다. 어렸을 때 사진에도 기린 인형에 둘러싸여 있을 정도로 기린에 대한 관심은 타고난 것 같다. 기린 외에도 TV 동물 다큐멘터리를 자주 시청했고 동물원도 좋아했다.

도쿄대 1학년이 된 당시, 좋아하는 일을 하겠다는 의지가 더욱 강해졌고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었는지, 해부학 교수 엔도 히데끼와의 운명적인 만남이 이뤄졌다.

첫 기린 '나쓰코'는 해체(저자의 말에 의하면 해체는 고기를 도려내는 수준, 해부는 지식과 기술이 필요) 수준에 그쳤지만, 그 이후에도 기린 해부는 계속 이어졌고, 더 나아가 기린의 목뼈 연구에 집중하게 된다. 기린이 목을 움직일 때는 경추뿐 아니라 제1흉추까지 움직인다는, 기린의 제1 흉추는 8번째 목뼈로 기능한다는 논문을 발표하고 수상하기에 이른다.

10년간 30마리의 기린을 해부하고 골격 표본을 제작했으며, 소나 산양, 바다표범 등을 표본으로 만드는 일에도 종사했다. 현재도-책에는 기린의 근연종 연구에 대한 포부를 밝히고 있으나 구체적인 언급은 없다.-여러 가지 새로운 연구에 몰입하며 가슴 뛰는 인생을 살고 있다.


그녀가 기린 연구에 뛰어든 이유는 단순하다.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후, 태어나서 줄곧 관심을 가져왔던 것은 동물이었음을 떠올린다. 특히 기린을 좋아했다는 사실을 깨닫고 ‘기린 연구’에 한 평생을 바치기로 결심한다.

어린 시절의 순수한 마음이 평생의 일로 이어졌지만 분명 수많은 난관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역경을 구구절절 나열하거나 과장된 무용담을 늘어놓지 않아서인지, 내용도 담백하고 부담스럽지 않았다. 어려움과 쓰디쓴 실패의 기억 따위는 그녀의 긍정적인 사고방식 앞에서 맥도 못 추고 수그러든 것 같다.

기린 해부 과정에서 느끼는 순수한 학문적 성취감 덕분에 모든 일이 일사천리로 이뤄진 것 같지만, 끊임없이 탐구하는 모습은 누가 봐도 알 수 있었다. 첫 해부를 마친 후, 기린 사체를 파괴한 것 같아 무력감이 들었다지만, 이로 인해 좌절하고 포기하지 않았기에, 기린 분야의 전문가가 될 수 있었다.


좋아하는 일을 잘하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내가 뭘 좋아하는지 모르는 사람이 많은 걸 보면, 이는 행운일 수도 있겠다. 원하는 일이 종종 바뀌더라도, 능력 여부를 따지지 말고 일단 시도해보면 좋겠다. 책을 읽는 동안 긍정적 기운이 온몸을 감싸주었고 나 또한 순수한 마음으로 돌아가 행복했다. 실패한 뒤에도 포기하지 않고 초심으로 돌아가는 모습을 통해 , 인생을 낭비하지 않고 즐기는 자세를 배울 수 있었다.



시대가 불안하다 보니, 보장(?) 받는 직업이 인기다. 그럼에도 나는 좋아하는 일부터 시작하라고 말한다. 돈이 되고 안 되는 건 당장 판단하고 예측할 수 있는 일은 아닌 것 같다.

2014년 동물원 (야간개장). 책 대로라면, '그물 무늬 기린'일 것 같다... 북부 기린인가? 당장 기린을 보러 가고 싶구나!


동물원에서 기린종을 나누는 법(91-93p)

*동물에 대한 깊은 이해와 연구를 담은 책/다큐멘터리*


브렛 모겐 감독, 제인 구달 주연 <제인 구달>

최재천 <생명이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


*책 소개를 하며 문득 “죽음을 앞둔 조련사와 기린이 마지막으로 인사하며 입 맞추던” 오래전 기사(사진)가 떠올랐다.

출처: wikitree.co.kr(위키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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