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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깔깔마녀 May 27. 2021

대체 불가

아픈 곳은, 그 자체로 아프다.

며칠 전부터 허리가 아파, 밤에는 찜질팩을 두고 잔다.

'허리는 아파 본 사람만이 그 통증을 안다고 하더니! 나도 그 대열에 합류한 셈인가...'

책은 보고 싶은 데, 누워서 보자니 어둡고 불편하다. 

문득 '차라리 다른 부위가 아픈 게 낫겠다.'


그럴까?

아니다.

편두통으로 오래 고생해 온 나는, 이미 전조현상이 느껴질 때를 안다. 

서서히 묵직하게 짓눌려오는 신호가 전해질 때, 이미 걱정이 앞선다. '아, 또 시작하는구나'

하지만 갑자기 찾아올 때도 있다. 미리 대처할 방법도 없다.

한 번은 깜깜한 방구석에 머리를 처박고 몇 시간씩 통증이 지나길 기다린 적도 있다.

모든 에너지가 그곳으로 쏠리지만, 정작 아픔을 억제하진 못한다. 한쪽 눈 부위와 관자위를 부여잡고 그대로 쓰러져 있을 뿐. 심할 땐 통증의 간격도 짧게 계속 이어진다. 연타를 허용할 뿐. 


물론 강도가 매번 같은 게 아니라 그나마 다행이다.

약은 안 먹는다. 약은 또 다른 통증을 유발한다. 속 쓰림, 메스꺼움.

결국 밤새도록, 혹은 몇 시간을 그렇게 앓고 나면 

저절로 멀쩡해진다. 씻은 듯 낫는다.

그러니 지금처럼 또 잘 지내지. 


이유는 모른다고 하니

나도 이제는 이유를 찾으려 들지 않는다.

(그럼에도 늘 인과관계를 따지고 있다. 음식이 문제였나? 스트레스, 호르몬....)

이유야 많겠지.

명확한 연관성을 못 찾을 뿐.


여하튼, 아픈 곳이 있을 때 서로 비교하곤 한다.

그리고 자신이 가장 힘든 것처럼 말한다. 

'내가 아파보니, 어디 아픈 게 가장 힘들더라.'라고 자신 있게 말하는 사람도 있다.

정도에 따라 다르기도 하지만, 각자 통증을 느끼는 것도 천차만별이니,

결국 아픈 건 (그 자체로) 아픈 거다.

손톱을 짧게 깎거나 발톱이 파고들어도 아프긴 매한가지다.

대체 불가다. 

(물론 중증환자와는 또 다르니, 나의 엄살을 두고 딴죽 걸지 말지어다.)


허리 아프다 나으면 잊고 지내고,

무릎 아프면 그게 또 가장 아픈 것처럼 생각되고

그러다 손가락이 곪으면 그것만큼 아픈 것도 없지... 마음도 왔다 갔다.


고마운 사실은, 나는 거동이 불편할 뿐 일상생활을 유지하고 있다. 

프리다 카를로가 사고 후, 누워서 그림을 그리며 지냈던 것과는 비교할 수 없다.

생각해보면 크게 절망할 이유도 없다. 

의사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 얼마나 다행인지!

의사 선생님이 "제가 해 줄 수 있는 일은 없습니다."라고 말하면

이야말로... 상상도 하고 싶지 않다.


작은 통증을 크게 느끼는 사람도 있고, 모두 반응 정도가 다르니

타인의 고통을 이해하는 계기도 되었다. 역시, 병을 통해서도 배우는구나.


참, 나는 아플 때도 "밥만 잘 먹더라.~" 


나을 수 있다. 희망을 갖자.  

신기하게도 올해는 컨디션이 더 좋다. 아픈 부위와 달리 체력은 좋아지고 있음을 실감한다.

다만, 여기서 더 나빠지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는 바이다. 실은 완쾌하고 싶다. 곧.




간혹 주변에서 이런 말을 뱉는 이들을 본 적 있다.

나는 예민하지만 이런 말은 흘려듣는다. 

"아프다더니, 얼굴은 좋아 보인다. 어디가 아픈 데? 보기엔 아무렇지도 않네. 혈색이 좋네."

'그거야 좋은 화장품, 좋은 약, 식품 열심히 꾸준히 먹고, 바르고 운동도 하니까...' 

라고 말하지 않았다. 

"얼굴이 안돼 보여요." 보다는 낫잖아.


어디 한 곳이라도 아픈 사람들이여, 지금부터는 더 이상 아프지 않기를!

그리고 아픔의 끝도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길. 

통증을 참느라 보낸 시간을 보상받을 만큼, 기쁜 일도 생기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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