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의 소중함을 다시 확인하게 된 책 <인질의 낭독회>
많은 상상을 하지만, 죽음을 상상해보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었다.
도무지 떠오르지 않았다.
그런데 만약 인생의 마지막을 예견하게 되는 순간이 찾아온다면, 어떤 심경일까.
오가와 요코의 <인질의 낭독회>에는 곧 죽음을 앞둔 인질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단체 관광을 떠난 9명은 반정부 게릴라의 습격을 받았고, 이 중 8명이 납치되었다. 인질범에 대한 교섭이 물밑작업으로 진행되었지만, 소문만 무성한 체 사건은 시간 속에 묻혀버렸다. 그러던 어느 날, 특수부대가 급파되었고, 총격전 끝에 범인은 모두 사살되었다. 인질도 범인이 설치한 다이너마이트가 폭발해 전원 사망했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몇 년 뒤, 범인의 동향 파악을 위해 도청했던 녹음테이프가 공개되고, 사건은 다시 주목받는다. 테이프에 담긴 인질 8명의 목소리에는 자기소개나 유언이 아닌, 각자 인생의 소중한 추억이 담겨있었다. 한 편의 소설을 읽듯 이어지는 그들의 음성은, '인질의 낭독회'라는 라디오 프로그램으로 편성되어 세상에 알려진다.
모든 이야기는 허구이다. 모두 유명을 달리했음을 알고 시작했지만, 자꾸 그들의 죽음에 대한 미련이 남는다. 정부와 인질범 간의 협상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졌다면, 그들도 "새로운" 인생을 살고 있지 않았을까.
8편의 짧은 이야기는 그렇게 특이하거나 유별나지는 않았다. 실은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과 주관적인 감정이라고 볼 수 있다. 여행에 참가한 이들의 직업 또한 새롭지 않다. 주부, 교수, 작가, 공장주 등.
지금껏 조용히 살아온 그들에게 납치라는 상황만큼 엄청난 일은 없었을 것이다. 극한 상황, 주어진 시간의 유한함을 체감했기 때문일까. 낭독은, 각자 인생 경험 중 가장 떠올리고 싶은 기억 - 그게 반드시 아름답고 행복하다고 볼 순 없더라도- 을 담은 것 같다. 이렇게 마무리할 수 있었던 것은, 상황을 겸허히 받아들인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책을 읽는 나의 자세도 평소와 조금 달랐다. 인질이 풀어나간 삶의 한 부분만으로 모든 것을 추측할 순 없지만, 분명 모두의 삶은 의미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끔, 삶은 비극에 가깝다는 쪽으로 결론짓다가도, 때로는 마치 나를 위한 무대라도 되는 양 착각하며 사는 게 인생이다. 리셋하고 싶은 순간도 있겠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우리의 인생은 나름대로 화려하고 아름답다. 나의 인생길도 걸어온 발걸음 하나하나, 살아온 기억의 한 순간도 헛되지 않았다고 믿는다. 다만 현재를 바삐 지내다 보니 잊고 살뿐이다.
책은, 이토록 삶이 진지하고 소중하다는 자명한 사실을 다시 한번 알려주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슬픈 결말이지만, 슬픔에 잠식되지는 않았다. 읽은 후에도 먹먹함이 파도처럼 일렁이듯 밀려왔지만, 그것도 잠시, 글을 쓰는 지금은 내 삶에 대한 애착이 더욱 강해짐을 발견하게 되었다. 비록 짧은 인생이라 할 지라도 아름다운 순간을 오래도록 기억하는 것, 이야말로 살아갈 힘이 되어주리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