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단상
주황 노랑 핑크 등 알록달록한 색감이 예쁜 김밥을 담아내려다, 옆에 있는 휴지케이스에 붙은 말씀이 눈에 들어왔다.
"이 공양이 있기까지 수많은 인연에 감사하며"라는 문장 앞에서, 잠시 손을 멈춘 체 생각하게 된다.
김밥 한 줄 먹는 데 무슨 감사의 마음까지라고 생각할 순 있지만, 속재료 하나하나가 그저 생겨난 게 아님을 떠올리니, 쉽게 지나칠 수가 없다.
예전에 누군가가, 밥알 하나하나에도 농부의 정성이 담겨있다며 감사히 먹으라고 했던 기억이 난다.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 "잘 먹겠습니다. 잘 먹었습니다"라는 인사를 해왔지만, 그 과정과 시간까지 떠올리며 먹은 적은 많지 않았다.
생각해 보면 음식만의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혼자 여러 가지 일을 해내는 것 같지만, 그 과정은 늘 나 한 사람의 힘만으로 이루어진 것은 없었다. 이름을 알 수 없는 수많은 손길이 겹쳐 이뤄졌을 거라는 생각을 하니, 말수가 줄어든다.
무슨 수상소감 같은 이야기냐, 아니다. 가르치고 반성하고자 함은 더욱 아니다.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 것 같고, 어쩔 수 없이 혼자 버텨야 한다고 느끼던 순간이 많았는데, 김밥 한 줄 앞에 놓인 글을 보며, 그 생각을 놓게 되었다.
문득 내 글쓰기도 그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그간 내가 지나온 시간의 결과라고 생각하니, 한 문장 한 문장을 다시 보게 된다. 여전히 다듬고 버리고 덜어낼 것투성이다. 감상과 평을 듣고 고쳐 써보길 반복하다 보면, 언젠가는 음악처럼 흘러가는 완결된 문장 하나가 나올 거라 믿는다.
새해가 왔고 1월이 벌써 중반을 향해 가고 있다. 하루하루의 발걸음이 아직은 미미하고 막연해 보인다. 그럼에도 12월 연말 무렵엔, 흩어진 나의 시도가 하나로 이어져 뿌듯하게 마무리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