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알고 타인을 받아들이기 위해
감정이 찾아오는 속도를 안다면, 먼발치서 다가오는 감정과도 거리를 두고 바라볼 수 있을까요.
사람의 감정을 측정하는 도구가 있다면, 사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가 조금은 쉬워질까요.
부정적인 감정과 긍정적인 감정은 늘 공존하지만, 강약은 제각각이고 때로는 서로 앞다투어 자신을 드러내려 합니다. 그래서 어떤 이에겐 긍정이 더 강하게 작동하고, 누군가는 긍정이란 존재를 망각한 채 부정을 전면에 내세우게 되죠.
감정의 깊이나 무게, 길이를 일일이 생각해 본 적은 없지만, 대체로 나의 감정이 타인의 것보다 더 강하고 짙은 여운을 남길 거라 믿어왔어요. 내 마음이야말로 가장 가까이에서 오래 머무르니까.
기쁨과 슬픔 역시 함께 존재하지만, 슬픔의 무게는 언제나 더 장중해 보입니다. 기쁨은 순간이고, 슬픔은 오래 남아 마음 한구석에 몰래 자리를 잡습니다. 기뻤던 시간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슬픔은 쉽게 휘발되지 않습니다.
외로움과 괴로움은 종종 짝지어 따라옵니다. 외로움은 문득문득 모습을 드러내고, 괴로움은 끝없이 이어져 그 길이를 가늠하기조차 어렵습니다. 보이지 않는 사이, 마음 가장 깊은 곳에 자리 잡고 숨어버리면, 다시 그 존재마저 잊게 되죠.
분노와 좌절은 한 쌍일까요.
분노는 순간적으로 빠르게 끓어오르며 모든 것을 태울 듯 뜨겁지만, 그 열기는 금세 식어버립니다. 반면 좌절과 절망은 서서히 끓어 온도조차 자각하지 못한 채, 마음을 남김없이 태우고 재만 남기네요.
그럼에도 이 모든 감정은 영원하지 않습니다. 감정은 하나의 ‘상태’라고 하니, 이미 일어난 뒤의 수습은 결국 우리 자신의 몫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내게 일어난 감정이 뒤엉켜 혼재하더라도, 그 불씨를 잠재우는 일은 가능하다고 믿습니다.
감정이 없다면 인간다움 또한 사라질 테니, 나는 이 모든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려 합니다. 어렵지만 내게 도움이 되는 것은 취하고, 그렇지 않은 것은 내려놓는 연습을 하면서 말입니다.
새해에는 감정에 휘둘리기보다, 그것을 적절히 잘 사용하고 싶습니다.
내게 어울리는 옷을 입고, 몸에 맞는 음식을 골라 먹듯 감정 역시 필요한 것만 선택하는 태도. 이 또한 스스로 해낼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더는 몸과 마음을 힘들게 하지 않는 나를 만나고, 사람을 이해하긴 어려워도 그 자체로 바라볼 수 있는 사람이 되기를 진심으로 기대해 봅니다.

오늘 추천곡은
Bach: Goldberg Variations, Aria - 임윤찬의 연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