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너선 드로리의 <나무의 세계>를 읽고
<나무의 세계>
책을 펼치는 순간 일러스트에 압도되었다. 프랑스 일러스트레이터 '루실 클레르'의 그림은 동화의 배경에나 나올법한 숲 속 풍경을 연상하게 만들었다. 섬세한 터치로 세밀하게 묘사한 나뭇잎맥과 줄기는 생물교과서나 식물도감에 비유해도 좋을 듯한데, 여기에 화사한 색이 입혀져 디자인북이 합쳐진 느낌이었다.
저자 "조너선 드로리"는 영국 에덴 프로젝트 이사이자 세계자연기금 대사이고, 큐 왕립식물원에서도 활동했던 사람이다. 집 뒷마당에 작은 정원 하나는 가꾸는 영국인들의 취미를 떠올리면 그들에게는 이런 책이 평범할지도 모르겠다. 도심에서는 녹음이 우거진 숲이나 공원을 찾아보기 힘들어서 그런지, 책으로나마 숲 체험하는 상상을 하게 되었다. 깨알 같은 글자와 방대한 내용이 부담스럽다면 우선 그림부터 감상해보자. 유럽, 아프리카, 중동, 북미, 오세아니아 등 각 지역별로 분포하는 나무들을 순서 없이 골라 읽어도 좋을 것 같다.
생각했던 만큼 어려운 학술적 용어가 많이 나오지 않아 부담도 덜했다. 사진이 아닌 그림으로 다양한 수종을 하나씩 설명한 책은 여태 본 적이 없어 진귀한 책을 발견한 기쁨이 컸다. '식물 백과사전'이라고 해도 되지 않을까. 책을 읽고 나면 풀 한 포기, 꽃 한 송이도 달라 보일 수 있겠다.
식물 키우기는 귀찮지만 허브와 열매 등에 관심이 많은 나는 순서와 관계없이 읽기 시작했다. 실은 식물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계기는 천연 오일을 배우면서부터다. 하지만 내가 아는 나무들은 몇 종 되지 않는다.
아보카도 나무, 무화과나무, 석류나무, 브라질너트, 호호바 나무, 설탕단풍, 레바논 시다, 월계수, 유럽너도 밤나무, 왕벚나무, 백자작나무 등이 기억난다. 무려 80가지 가까운 나무들이 나오니 모두 기억할 수 조차 없었다.
고전 명작이 주는 깊은 감동과는 다르지만, 하드보일드 한 일련의 사건사고들과 하드 뉴스에 지쳤다면 책을 펴서 그림만 보는 것만으로도 잠깐의 휴식을 찾게 될 것이다. 천천히 숨 고르며 명상하는 셈 치고 가만히 그림을 들여다보면 정말 피톤치드가 나오는 기분이 든다.
이런 책은 흥미(개인의 취향에 따라 천차만별)라는 측면보다는 장서용에 조금 더 가까울지도 모르겠다. 꽂아두고 가끔 꺼내서 만족하는 책... 그럼에도 볼거리, 읽을거리(부록에는 참고자료, 참고문헌까지 수록) 또한 가득했으니 '보기 좋은 책이자 배움 가득했던 책'이다.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이토록 아름다운 책이라니!"
책 수집가라면 아름다운 공간을 꾸미는 데도 이 책이 일조할 것이라 믿는다. 어느 장을 아무렇게나 펼친 체 내놓아도 손색없을 ~. (그림을 여기에 옮기지 못하니 아쉽다.)
*참고 온라인 자료
plantsoftheworldonline.org (큐 왕립식물원에서 운영하는 사이트)
*전시용/ 소장용으로도 좋을 책*
(100% 본인의 취향일 뿐, 재미는 각자의 판단)
<지구상에서 가장 멋진 서점들에 붙이는 각주>
<18세기의 방>
<스칸딕 베케이션>
<웬디 수녀의 미국 미술관 기행 1,2>
<동전 하나로도 행복했던 구멍가게의 날들> etc
*관련영화*
비비엔느 드 커시 감독의 <플라워 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