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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회에선 도의적으로 해주면 호구가 된다.

도의적인 대응은 자격이 있는 사람에게만 해주는 것

by 노진상존

도의적 이란건 뭘까?

내가 생각하는 일의 문법에서 '도의적'이란 계약서의 내용을 너무 따지지 않고 어느 정도 상대의 상황을 배려해서 협상할 여지가 있는 것이다. 근데 이번에 시달려보고 깨달았다.

'도의적'으로 해주는 것도 자격이 있는 자들에게 주는 보너스인 것이다.


계약서 상의 이상의 과한 조건을 계속 요구하면서 40분가량 전화로 괴롭혔는데,

내가 돈얘기를 꺼내니까 꺼내자마자 급하게 말을 돌리거나 수그러들거나, 아니면 자기의 상황이 어려웠음을 토로하거나 최악의 경우 원청에서 작업에 대한 불만이 나왔다고 핑계를 대었다.


물론 어느 것도 내가 추가작업을 할 이유는 못되었지만 프로젝트가 잘 마무리되었으면 하는 마음에 이야기를 들어주고 최대한 조율가능한 조건을 내세웠는데 그 의뢰인은 정말 소액이라면 소액인 추가금마저도 지불하기 난감해하였다. 그때 깨달은 게,, 아.. 이렇게 감정으로 은근히 나에게 죄책감과 책임감을 몰아주는 사람의 말은 들어줄 필요가 없구나, 깨달았다.


이런 부류의 사람은 말은 나쁘게 하지 않아서 헷갈린다. 처음부터 고압적인 태도라면 바로 손절할 텐데 이해의 말을 쓰면서 나의 상황이 어려운 건 알지만~ 자기도 상황이 이렇게 너무 어려우니 이번만 한번 부탁드린다는 식으로 말을 한다.


근데 냉정하게 거래조건으로 생각해 보면 이 사람은 이러한 죄책감, 책임감 떠넘기기로 자신의 금전적 손실을 커버하고 싶은 것뿐이다. 정말 미안한 사람은 말로만 미안해하지 않는다. 이러한 부류는 평생을 말로 상대에게 짐을 떠넘기면서 살아왔기에, 그러한 수단이 정론이라고 이미 합리화를 하고 있다.


나랑은 상성이 나쁜 것이, 나는 상대가 몰지각한 거라고 생각하지(저렇게 이기적일 거라고는) 이해하지 못하고 적당히 그래도 매너 있게 말한다면 끝까지 상대에게 공감하려고 하고 그리고 내 작업물에 있어서도 책임감이 매우 크기 때문에.. 한마디로 어떻게 좀 더 말하면 들어줄 것 같은 상대인 것이다.


이전에도 이런 부류의 사람에게 크게 데고 손절한 적이 있다.

심지어 이 사람은 기만에 가까운 사기꾼..이라고 해도 별로 다를 게 없을 정도로 거짓말을 밥먹듯이 하였다.

(최소한 이번 진상은 거짓말까지는 안 함, 합리화는 해도) 같이 이동 중에 식당을 예약하는데, 이제 시내 진입하는 고속도로인데 ㅋㅋㅋ식당사장님께 지금 내려가는 중이라고 거짓말하거나; 그런 사소한 거짓말도 정말 매번 했음 엄청 큰 프로젝트를 줄 것처럼 말하다가 결정할 시기가 오니까 회피하면서 그전까지 나에게 급하고 단가가 크지 않은 기획도 없는 쓰레기일만 맡겼다.


이런 사람들의 특징은 정말 말로는 예의 바르다. 그래서 헷갈렸다.

근데 아무리 말을 착하게 해도 내용이? 스러우면 그건 착한 게 아니다. 사실 이런 사람들을 대처하는 방안은 그럴수록 그냥 같이 감정에는 동조하되, 나의 원칙을 말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그리고 이런 사람들은 전화를 좋아한다. 왜냐면 카톡으로 남기기에는 자기들이 생각하기에도 좀 구차한가 보지 ㅋㅋ 말로 진짜 30분 넘게 진을 빼면서 어떻게 좋게 자기도 양보했다는 걸 어필하면서 정에 호소해서 착한 사람처럼 굴려고 한다. 그게 제일 열받는 포인트


원칙을 말하는 나는 나쁜 사람 같고, 예민한 사람으로 몰아가버린다.

그리고 한국사회에서는 그렇게 냉정하면 더 나쁜 사람 같은 그런 느낌이 있다. (주관적)

그렇지만 말로 때우면서 가스라이팅해서 상대의 시간, 노력을 공짜로 하려는 게 진짜 나쁜 거다..


정상적인 클라이언트는 일단 굳이 전화를 그렇게 길게 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본인들도 바쁨) 그리고 고마운 상황이 생기면 그냥 감사표시에서 끝나거나 아님 뭔가 선물을 한다. 그 자기 연민과 감사표시를 빌미로 나에게 노동을 더 해달라고 하진 않는다.


미국에서 직장생활은 안 해봤지만 해외 유튜브를 보면 서비스직이 얄짤없는 건 알고 있다.

최소한 미국은 서비스직에서 정에 호소한다고 안 해주는 쪽이 나쁜 사람이 되진 않는다.

그냥 해주면 고마운 거고 안 해주면 당연히 어쩔 수 없는 분위기가 있는데 한국사회는 그런 건 덜해서 아닌 상황에 아니라고 말하기가 너무 힘들다. 특히 이렇게 가스라이팅 할 경우에는


그렇지만 여기서 내가 책임질 부분이 아닌 것에 대한 책임감과 애매한 죄책감 때문에

일을 공짜로 수락해 봐야 남는 건 스트레스, 불면, 살찜, 탈모 등등이다.. 다음번의 좋은 기회로 다시 의뢰주는 경우는 100이면 100 절. 대 없었으니


모두 거절하는 연습을 해서 건강해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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