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에서 자연과 함께 살아온 아버지의 문장을, 딸이 엮은 기록.
시골의 문장들___
”어정칠월“
7월이 문을 열자
이글거리는 태양이 제철을 만난 듯
연일 30도를 오르내리는 더위를 폭포수처럼
쏟아 내리자
머리는 익은 듯 정신이 혼미해져 오면서 옷은 땀에 절어 쉰내음이 풀풀 나고
식욕마저 떨어져 밥을 약 먹듯 했더니
울타리 밑에 쪼그려 앉아 끄덕거리고 조는 닭처럼,
앉기만 하면 졸리고 몸은
나른해져서 삶에 의욕마저 잃고는 비지땀만 흘리며
가쁜 숨만 헐떡거리다 보니 소서가
성큼 우리 곁으로 다가선다.
소서!
벌써 여름 한복판에 서 있다는 소리가 아닌가?
만나는 친구마다 바다로 가자, 산으로 가자 하는데
꼴난 나이 탓인지 젊을 때처럼 선뜻 마음이 동화하지를 않는다.
이럴 때는 머리도 식히고 마음도 식힐 겸 어린 시절 겪었던 칠월을 떠올려 보는 것도
좋은 피서 방법 중 하나가 아닐까?
지금이야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는 세월 속에 묻혀
요즘 젊은 사람들이야 아주 생소한
말처럼 들릴지 모르겠지만 예전에는 이때쯤이면
곡식을 심고 가꾸는 일은 거의 끝이 나고
가꾼 곡식들이 알차게 영글기만을 기다리는 때라
칠월은 어정거려도 된다고 해서
어정칠월이라고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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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글을 읽으며,
뜨겁고 숨 막히는 여름 한복판을 살아내는
몸의 무게와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레
느끼게 되는 마음의 무거움이
서로 겹쳐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글거리는 태양, 쉰내가 배어든 옷,
비지땀을 흘리며 헐떡이는 몸.
이건 단순히 더운 날씨에 대한 묘사가 아니라,
살아간다는 것 자체가 때로는 이렇게 숨 가쁘고
고단하다는
조용한 체험의 기록처럼 느껴졌다.
"꼴난 나이 탓인지"라고 적은 부분에서는
예전 같지 않은 마음, 달라져 버린 자신을 인정하는 솔직함이 느껴졌고,
그 안에 담긴 약간의 쓸쓸함과,
그러면서도 조용히 받아들이려는 따뜻한 시선이
참 인상적이었다.
아버지는 이 글에서 단지 '옛날이 좋았다'라고
회상하는 것이 아니라,
빠르게 변해가는 세상 속에서도
어정어정 걸어도 괜찮았던 시절의 의미를
조용히 되새기고 있다.
결국 이 글은,
삶은 언제나 숨 가쁘지만,
때로는 어정어정 걸어가도 괜찮다."
라는 작은 위로처럼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