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에서 자연과 함께 살아온 아버지의 문장을, 딸이 엮은 기록.
시골의 문장들___
“의림지의 시간과 물“
의림지!
김제 벽골제, 밀양 수산제와 더불어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3대 저수지다.
전하는 바에 따르면
신라 진흥왕 때 가야에서 귀화한 ‘우륵’이라는 분이
처음으로 축조했다고 한다.
그 후 700년쯤 흐른 1250년경에는
‘박의림(朴義林)’이 다시 축조하여
오늘의 의림지가 되었다고 전해진다.
조선시대 실학자 이중환의 『택리지』에 따르면
제천은 처음엔 산 위에 터를 잡았고
안으로는 넓은 들판이 펼쳐져 살기 좋은 곳이라
예부터 사대부들이 많이 살았다고 기록되어 있다.
충청도의 별칭인 ‘호서’란 말도
‘의림지 저수지 서쪽의 지방’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요즘은 제천시가 많은 투자를 해
전국 어디에 내놔도 손색없는 관광지로
만들어 놓았다.
의림지는 지금도 저수지로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제천 시민들의 소중한 휴식처가 되어준다.
제천 시내에서 십 리(약 4km) 떨어진
의림지에 도착했다.
못둑에는 수백 년 묵은 낙락장송들이
저수지를 지키는 파수꾼인 양
빼곡히 서서 늠름한 기상을 자랑하고 있었다.
하지만,
언제나 수정같이 맑은 물이 가득하던 저수지는
바닥을 훤히 드러낸 채,
개미가 코 골며 낮잠을 자도 될 정도로
텅텅 비어 있었다.
슬픈 모습으로 누워 있는 의림지를 바라보며
천년의 저수지도 가뭄 앞에선
무력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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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이 글은
시간의 무게와 지금의 현실을 함께 보여준다.
우륵과 박의림, 택리지와 호서라는 이름들,
그리고 수백 년을 지켜온 저수지.
그 모든 시간을 건너 오늘 도착한 의림지는
슬프게도 바닥을 드러낸 채, 누워 있다.
“개미가 코 골며 낮잠을 자도 될 정도”라는 문장에서
나는 웃음과 슬픔을 동시에 느꼈다.
그게 아버지 글의 매력이다.
물은 없지만, 이야기는 있다.
의림지의 물은 말랐지만
그 안에 담긴 기억은 여전히
가슴속을 가득 채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