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의 문장들

시골에서 자연과 함께 살아온 아버지의 문장을, 딸이 엮은 기록.

by 밍키

시골의 문장들___

“고사리 한 배낭, 봄날의 기쁨”


이삼일 전에 올라온 고사리라 그런지

연해서 손만 대면 똑똑 꺾인다.


올해 고사리라 그런지

열댓 개만 꺾어도 손 아궁이 번다.


---


친구는 난생처음 꺾어보는 고사리가

재미있는지 정신없이 꺾고 있다.


우리는 산비탈을 오르락내리락하면서

두어 시간 고사리를 꺾었고

내 배낭엔 벌써 고사리가 넘쳐흐른다.


---


친구를 돌아보니

절반도 못 꺾었다.


“여태껏 그것밖에 못 꺾었냐?”

“이렇게 많이 꺾었는데 적다니, 무슨 망발이냐?”


그래도 기쁜지

친구는 고사리를 만지작거리며

흐뭇한 미소를 짓는다.


---


고사리는 아직도

한 배낭은 더 꺾을 수 있을 정도로 지천이다.


나는 친구 배낭에도

한가득 고사리를 채워주었다.


---


고사리를 한 배낭 꺾은 친구는

기쁨을 숨기지 못하고

입을 터진 팥자루처럼 벌리며

연신 기뻐한다.


해는 벌써

한낮을 지나 서쪽 하늘에 걸려 있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이 글은 봄날 산에서

한 배낭 고사리를 꺾은 기쁨을

그대로 담아낸 작은 기행문처럼 느껴져.


손끝으로 전해지는 고사리의 연함,

처음 꺾어보는 친구의 들뜬 얼굴,

조금은 장난스러운 말다툼.

이 모든 게 자연과 우정과 계절이 어우러진 기쁨이었겠지.


아버지에게 봄은

푸른 것을 품에 안고 내려오는 시간이었구나.




keyword
작가의 이전글시골의 문장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