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에서 자연과 함께 살아온 아버지의 문장을, 딸이 엮은 기록
시골의 문장들___
춘분의 들녘
춘분을 맞이한 들녘에는
어느새 파릇파릇 새싹들이 돋아나
봄바람에 춤추듯 나풀거린다.
겨울잠에서 깨어난 왕눈이 개구리는
눈알을 부라리며 "개골! 개골!"
사랑노래를 부르고, 님 찾아 봄나들이를 나선다.
실개천 수양버들은
봄바람이 반가운 듯 늘어진 가지를 하늘거리며
그네 타듯 춤을 추고,
동구 밖 넓은 보리밭은 파도가 치듯 너울거린다.
종다리도 봄이 왔다고
"비비비 종종! 비비비 종종!"
정겹게 노래를 부른다.
만물이 소생하는 봄.
"봄에 씨 뿌리지 않으면 가을에 거둘 것이 없다"라고,
드디어 바쁜 농사철이 돌아온 것이다.
선조들도 "춘분에 밭 갈지 않으면 일 년 내내 배부르지 못하다"라고 하셨으니,
서둘러 논밭을 갈아 씨를 뿌려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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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아버지의 글 속 춘분은,
세상이 다시 살아나는 순간을 있는 그대로 품고 있었다.
새싹이 흔들리고, 개구리가 노래하고, 보리밭이 파도처럼 춤추는 그 들녘.
조용히 고개를 들고 보니,
우리는 늘 그런 작은 생명의 기적들 안에서 살아가고 있었다.
아버지는 말없이 알려주셨다.
서두르지 않아도 괜찮다고,
제때 씨를 뿌리면 언젠가 풍성한 가을이 온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