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봄의 문장들 7

시골에서 자연과 함께 살아온 아버지의 문장을, 딸이 엮은 기록.

by 밍키

시골의 문장들_ 다시, 봄의 문장들 7


" 잠든 느티나무를 깨우는 심술난 봄바람 "


봄이라고는 해도 아직도 깊은 잠에 빠져있는

느티나무는

봄바람이 찾아와도 귀찮다는 듯

모른 척 푸대접을 하자.

화가 머리끝까지 난 봄바람은 가지가 부러져라 하고

느티나무를 마구 흔들어 대며 심술을 부리자.


그제야 정신을 차린 느티나무는

화들짝 정신을 차리고는

가지 부러진다고 아우성을

치면서 잘못했노라고 두 손 싹싹 빌어보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봄바람은

느티나무의 버릇을 고쳐 놓을

생각인지

더더욱 심술 보따리를 꾸러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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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읽고 나면,

봄은 다정한 계절이 아니라는 걸 다시 알게 된다.
봄은 "깨우는 계절"이고,


때로는 훈육처럼 찾아온다.

느티나무는 아무렇지 않게 깊은 잠을 자고 있는데,
봄바람은 그것이 못마땅한 얼굴이다.
마치 "언제까지 그렇게 있을 거야?"

하고 묻는 사람처럼.
그래서 더 세게 흔들고, 더 크게 소리치고,

더 거칠게 밀어붙인다.


내가 느낀 건, 그 장면이 꼭 내 마음 같았다는 것이다.
나는 가끔,

아무것도 아닌 척하며 버티고 싶고,
아무렇지 않은 척하며 지나가고 싶은데,
세상은 그런 나를 그냥 두질 않는다.

'변해야 한다'는 계절의 압력이
내 안의 가지를 흔들어 놓는다.

그런데도 이 글이 따뜻하게 느껴지는 이유가 있다.

느티나무가 비명을 지를 때,
나는 뒤늦게 두 손을 모아

기도하듯 '내가 실수했나' 하고 돌아본다.
봄바람이 무섭기만 한 존재가 아니라
내가 깨어나는 순간을 만들기 위해

어쩌면 일부러 거칠어지는

존재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봄은 친절하지 않다.
하지만 봄은 정확하다.
잠든 것들을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봄바람이 지나간 자리에서
내 안의 느티나무가 어떤 표정으로

깨어나는지 듣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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