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에서 자연과 함께 살아온 아버지의 문장을, 딸이 엮은 기록.
시골의 문장들, 다시 봄의 문장들 8
" 앞 개울과 뒷 도랑의 봄 "
봄이 오면
앞 개울과 뒷 도랑에는
달래 냉이 돌미나리 씀바귀와 쑥이
파릇파릇 돋아나고
산과 들에는 진달래와 개나리가
산불이라도 난 듯 활짝 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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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글은 늘 '봄이 왔다”라고 말하기 전에,
봄이 먼저 어디에서 시작되는지를 보여준다.
봄은 산 정상에서 시작되지 않고,
사람 발이 가장 자주 스치는
앞개울과 뒷도랑 같은 낮은 자리에서 먼저 돋는다.
냉이, 미나리, 쑥,
이름만 불러도 흙냄새가 나는 것들이
"괜찮아, 이제 일어나도 돼" 하고 손을 내미는 것 같다.
그리고 진달래와 개나리가 피는 순간,
봄은 갑자기 "예쁘다"를 넘어
산불처럼 확 번져버린다.
그 표현이 나는 좋다.
봄이 원래 조용히 오다가도, 어느 순간엔
마음을 한꺼번에 뒤집어 놓는 계절이라는 걸
아버지는 너무 정확히 알고 있는 것 같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