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달래가 산불처럼 핀다

시골의 문장들, 꽃의 문장들

by 밍키

시골의 문장들, 꽃의 문장들



" 진달래가 산불처럼 핀다."


경칩이 지나고 나니 다른 해보다

유독 추웠던 겨울이어서 그런지

봄볕이 어머니 가슴처럼 따사롭고 포근하다는

느낌이 든다.


머지않아 산에도 들에도

진달래꽃이 흐드러지게 피어나겠지?

마치 산불이라도 난 듯 흐드러지게 피어날

진달래꽃을 생각하고 있노라니

“화전"이라는 어휘가 떠오른다.


화전이란?

꽃잎으로 수를 놓듯 전위에 꽃잎을 올려놓고는

부치는 부꾸미(차전병)를 일컬어 화전이라고 한다.

그러나 화전은 꽃 전 만을 일컬으는 어휘는 아니다.


산비탈이나 들판에 불을 지르고는

파 일구어서 농사를 지을 수 있게 만들어 놓은

밭 또한 화전이다.


가난하게 살면서 힘들게 보릿고개를 넘으려고

화전밭 일구시며

살다가신 조상님들이 어디 한 두 분이신가?


어디 그뿐인가?

옛날 전쟁이 일어나면 불화살을 쏘면서

싸우는 것도

화전이라고 하고

꽃무늬를 놓아서 구운 벽돌 또한 화전이다.



________________________


아버지 글은 늘 '풍경'에서

시작해 '삶'으로 걸어 들어간다.
진달래가 산과 들에 산불처럼 피어나는

장면을 떠올리다,

아버지는 '화전'이라는 단어를 꺼낸다.


그 순간 봄은 예쁜 계절로만 남지 않는다.

봄은 먹는 방식이 되고,

살아내는 방식이 되고,

기억의 방식이 된다.


나는 '화전'이 단지 꽃전(花煎)만이 아니라,

산을 태워 밭을 만들던 화전(火田)이기도 하다는

설명에서 마음이 멈칫했다.

봄의 붉은 진달래를 보며

‘예쁘다'라고 말하는 일 뒤에는,

그 붉음을 '불'로 불러야 했던

삶의 사정이 있었던 거다.


그 불은 때로는 먹고살기 위한 불이고,

때로는 전쟁의 불이었고,

또 때로는 문양을 굽는 기술의 불이었다.


아버지의 글이 좋은 건,

단어 하나를 '지식'으로 끝내지 않는다는 점이다.

화전이라는 말의 갈래를 따라가다 보면

결국 한 문장에 닿는다.


우리는 봄을 즐기지만,

누군가는 봄을 버텼다.
그래서 나는 진달래를 볼 때마다,

예쁜 꽃잎만이 아니라 그 꽃잎을 둘러싼

시간까지 함께 떠올리게 된다.


작가의 이전글해빙비가 지나가면 만 가지 일이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