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의 문장들

시골에서 자연과 함께 살아온 아버지의 문장을, 딸이 엮은 기록입

by 밍키

시골의 문장들_____

“입춘, 봄바람에 실린 기억”


입춘에는

동짓날 메주 쑤어 따뜻한 안방에 매달아

겨울삼동 띄워서 간장도 담그고,

음식으로는 오신반이라 해서

새로 돋아난 다섯 가지 새싹

(파, 마늘, 냉이, 무릇, 씀바귀, 자총이)으로

동서남북을 상징하듯

사방색(청, 적, 흑, 백) 나물을 만들어 먹기도 한다.

"왈그랑! 달그랑!"

창문을 두드리는 봄바람 소리에

나도 모르게 마음이 이끌려

봄나들이를 나서자,

사납게 불어오는 봄바람이

백발이 성성한 내 머리카락을

장난감 삼아 새집처럼 마구 들쑤셔 놓고는

눈이 시리도록 파랗게 걸린 에메랄드빛 하늘 속으로

훌쩍 날아간다.

눈부신 따사로운 봄볕은

돌담을 찾아와 사랑을 속삭이고,

어디서 날아왔는지 까치 한 쌍이

느티나무 꼭대기에 올라앉아

꽁지를 촐싹대듯 깝죽거리면서

새봄이 왔다고 해맑은 소리로

"깍! 깍! 깍! 깍!" 노래를 부른다.

까치 울음소리를 듣고 있으려니

한동안 잊고 살았던

50-60년대 가난하게 살았던

배를 곯던 시절의 춘궁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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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아버지의 글 속 봄은,

단순한 계절의 시작이 아니라

기억과 마음까지 함께 흔들어 깨우는 시간이었다.

춘궁의 고단함도,

따뜻한 햇살과 봄바람도,

아버지의 문장 안에서는

모두 다정하게 어우러져 있다.

봄바람 한 줄기에도

삶을 다 담아낼 수 있던 아버지의 시선을,

새삼 다시 바라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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