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에서 자연과 함께 살아온 아버지의 문장을, 딸이 엮은 기록
시골의 문장들____
”봄비, 동장군의 눈물“
보슬보슬 봄비가 내린다.
북녘으로 떠나는 동장군의 눈물인 양 비가 내린다.
영원히 물러서지 않을 것 같던 동장군이
우수가 다가서자 사브작사브작 북녘을 향해
무거운 발걸음을 옮겨놓으며 흘리는
눈물은 아닐까?
동장군이 물러서자
희끗희끗 눈을 이고 오들오들 떨고 서 있던
높은 산봉우리도 절레절레 머리를
흔들어 눈을 털어내고,
겨울 삼동 삭풍에 시달리던 나무들도
동면에서 깨어난 듯 기지개를 켠다.
어느새 함초롬이 비를 머금은 꽃망울은
숫처녀의 가슴인 양 도톰하게 부풀어 올라 있다.
꽃망울은 마치 갑사댕기를 물리고
연분홍 치맛자락을 봄바람에 날리며
봄나들이를 나서는 처녀인 양
물씬 봄 내음을 풍기며 싱그럽기까지 하다.
이 보슬비는 생명의 비고,
겨울과 봄을 가르는 계절의 분수령이 아닌가?
한낮이 지나자 보슬비는 그치고
잿빛 구름이 걷히더니
에메랄드빛 하늘이 활짝 열려 새봄을 맞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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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아버지의 글에는,
겨울과 봄 사이의 떨림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무겁던 시간들이 천천히 녹아내리고,
생명이 다시 살아나는 순간을,
이렇게 따뜻하고 섬세하게 바라볼 수 있다는 것.
새봄은 매년 오지만,
아버지의 문장은 그 새봄을 매번
처음처럼 맞이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