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에서 자연과 함께 살아온 아버지의 문장을, 딸이 엮은 기록.
시골의 문장들__
”입동, 김장철의 풍경“
입동(立冬)이 다가서니
김장 담그는 계절이 돌아왔다.
채소전에는 김장을 담그려는
배추, 깍두기, 동치미 무, 총각무가
시집가는 새색시처럼 곱게 단장하고
돌담 울처럼 쌓여 있고,
그 옆으로 굵은 대파, 생강, 마늘, 쪽파,
갓이 장기판의 졸처럼
구색을 맞춰 줄지어 늘어서 있다.
새우젓가게에는 살이 통통한 육젓이 제철을
만난 듯 불티나게 팔리고,
고추 방앗간은 고추를 빻느라 방앗간마다
참새떼처럼
아낙네들이 모여서 북적거린다.
소금가게에도 소금이 불티나게 팔리고,
온 마을은 김장을 준비하는 손길들로 활기를 띤다.
_________________________
김장은 단순한 음식 준비가 아니라
계절을 함께 맞이하고, 겨울을 함께 견디겠다는
마음의 준비였던 것 같다.
방앗간에 모여 북적이는 아낙네들,
장터에 가득한 채소와 소금들.
그 풍경 속에는 겨울을 살아내는 사람들의 지혜와
힘이 있었다.
아버지 글을 읽다 보니
눈앞에 그 분주한 겨울 준비의 장면이
선명하게 그려진다.
그리고 문득,
나도 그렇게 누군가와 함께 계절을 준비하고,
삶을 버티는 마음을 배우고 싶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