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에서 자연과 함께 살아온 아버지의 문장을, 딸이 엮은 기록
시골의 문장들____
”대한을 지나며, 봄을 기다리다“
입동 절기를 시작으로 대한까지를
겨울이라고 하는데,
임진년은 섣달 초아흐레가
24 절기 중 마지막 절기인 대한이니
대한이 한 주일 앞으로 다가서 있다.
연중 소한과 대한 사이가 가장 춥다고 하는데
올해는 유독 폭설도 많이 내렸고 한파까지 겹쳐서
어찌나 개 떨듯 덜덜거리고 떨었는지,
영원히 추억 속에 남을 혹한의 겨울이었다.
그동안 살아오면서 겪어보니
섣달그믐 때가 가장 춥다는 선조들의 말씀이
새삼 옳은 것임을 깨닫게 된 임진년 겨울이었다.
소한과 대한의 뜻은
대한이 소한보다 더 춥다는 뜻이지만,
24 절기는 중국 기후를 고려해 만든 것이라
우리나라에선 소한이 더 추운 편이다.
예부터 전해 내려 오는 속담만 봐도 알 수 있다.
"대한이 소한네 집에 놀러 갔다가 얼어 죽었다."
"춥지 않은 소한 없고 포근하지 않은 대한 없다."
"소한에 얼은 얼음 대한에 풀린다."
이런 속담처럼,
대한만 지나고 나면
동장군도 아지랑이 앞세우고
우리를 찾아올 입춘 봄바람에 떠밀려
봇짐 꾸리듯 꼬리를 말아 쥐고
북녘 고향으로 돌아갈 것이다.
머지않아 찾아올 봄을 생각하노라니,
사납게 불어오는 찬바람 속에서도
어딘가 상큼한 봄 냄새가 묻어나는 듯해서
움츠러든 어깨가 활짝 펴지며
기지개가 켜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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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아버지의 글을 읽으면,
겨울은 단지 견디는 계절이 아니라
봄을 기다리는 마음을 배우는 시간임을 알게 된다.
가장 차가운 순간에도
작은 봄의 기운을 감지하는 눈과 마음—
아버지의 삶은 늘 그렇게
희망을 놓지 않는 따뜻한 리듬으로 이어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