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의 문장들

시골에서 자연과 함께 살아온 아버지의 문장을, 딸이 엮은 기록

by 밍키

시골의 문장들_____

<우수, 봄이 살아나는 시간>


입춘이 지나고 나니

대동강 얼음이 풀린다는 우수가

저만치서 득달같이 달려온다.

예부터 우수가 지난 지 5일이면 수달이 물고기를

잡아서 늘어놓고,

그다음 5일은 기러기가 북녘으로 날아가고,

마지막 5일은 초목에 새순이 돋는다고 한다.


계절은 정녕코 봄이로구나!

봄볕에 이끌려서 봄을 느껴보려고

오랜만에 들녘으로 봄나들이를 나섰다.

지난겨울 모진 설한풍에 죽은 듯 미동도 하지 않던

들녘에도

따스한 봄볕이 살포시 내려앉아

섬섬옥수 같은 해님의 고운 손으로 어루만지자

들녘은 부활하듯 겨울잠에서 깨어나 기지개를 켠다.


기지개 켜는 소리에 잠이 깨어난 시냇물도

흥얼거리듯 노래하며

지난가을 헤어진 친구들을 찾아 나선다.

"비비비 종종! 비비비 종종!"

종다리도 봄이 왔다고 에메랄드빛 봄하늘 속으로

나래짓이 바쁘다.


만물이 소생하는 약동하는 봄,

얼마나 정겨운 모습인가?

코끝을 스치는 바람 속에는 향긋한 봄내음이

물씬 묻어나고,

아지랑이는 아롱아롱 봄길 따라

남녘의 봄소식을 안고 살랑살랑 온다.


높이 나는 새가 멀리 보고,

부지런한 새가 먹이를 더 먹는다고,

들녘에는 부지런한 늙은 농부가 트랙터를 몰고 나와

사래 긴 밭을 간다.

검은 연기를 봄바람에 날리며

부지런을 떠는 농부 곁에는

어디서 날아왔는지 까치 한 쌍이

농부 꽁무니를 따라다니며

동면에서 깨어난 굼벵이와 지렁이로

허기진 배를 채운다.


__________


아버지의 글 속 봄은

조용히 피어나는 것이 아니라

들썩이며 깨어나는 생명의 무대였다.


얼음이 풀리고, 햇살이 들고,

들녘과 시냇물, 새들까지

하나하나 살아나는 봄의 풍경.


아버지의 문장은

잊고 있던 봄의 기척을

다시 마음 깊은 곳으로 불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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