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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국요리치료연구소 Dec 10. 2018

간호학과 4학년


먼 길을 달려, 요즈음 계속 먼 곳으로 먼 곳으로 달려 가는 일이 잦습니다. 

산도 보고 들도 보고 ..이른 아침 이슬을 벗삼고 저녁 달을 벗삼아 오르고

내리는 일이 많음은 열심히 일하고 있다는...

아직 숨쉬고 있다는 것이겠지요.


먼 길에서 만난 이들은 간호학과 4학년 친구들이었습니다. 

4년동안 공부하느라 지친 몸과 마음, 

가족과 떨어져 기숙사에 있거나 자취를 하거나 

먼 거리를 통학하는 친구들이었습니다. 

쉬운 공부가 어디 있겠습니까마는 

그녀들은 몹시도 지쳐 있었습니다. 


지처있는 몸과 마음을 살펴보는 

귀한 시간을 허락해 주신 대학에 감사를 드립니다.


‘선생님 오늘 뭐 만들어요?’

‘오늘 식빵에 얼굴 그려요?’

‘먹을 수 있어요 배고파요’


푸드테라피를 하러 왔다고 했습니다. 

인터넷에 찾아보니 식빵에 얼굴을 그리고 

과자와 채소로 꾸미기 한 것을 봤다고 하였습니다. 

맞다고 그런데 선생님과는 

식빵에 얼굴을 그리거나 과자로 만들기는 하지 않을 것 같다고 하였지요. 

얼굴 꾸며서 얼굴 먹을거냐고 물어 봤습니다. 

얼굴을 어떻게 먹냐고 ..


오모....진짜 생각해 보니까 좀 그렇다 라는 반응을 보이는 것은 

이 친구들이 사람의 생명을 공부하는 학생들이라 반응이 빠른 듯합니다.


얼굴을 그리던, 사람을 만들던, 

예쁜 동물을 그리던.. 꿈틀이 젤리로 지렁이를 만들어도 상관은 없는데, 

먹을 때 만큼은 강사가 또는 선생님이 

식빵 먹자!~~ 과자 먹자!~~라고 말하면 됩니다. 


그런데 ...... 생각을 덜 한 탓이지요. 

꼭! 찍어서 얼굴 먹어 볼까. 

지렁이 먹어 보자 라고 구체적으로 표현하므로 

부정적인 사고를 이끌어 낸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요리치료를 한다고 강조하였습니다. 

결과물을 만드는 과정 과정에서 

나타내고 싶고, 알리고 싶은 것들, 

자신을 표현하면 된다고 하였지요. 

호기심 반, 흥미로움 반 게다가 거침없는 자유로움은 아마도 

젊음이 주는 특권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간호학과, 같은 과 친구들이라 좋은 점도 있지만 

좋지 않은 점도 있습니다. 

좋은 점은 서로를 너무 잘 알고 있으니 

미루어 짐작하고 배려가 익숙해져 있습니다. 


좋지 않은 점은 자신의 속내를 다 드러내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나는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수위를 조절 해야만 했습니다. 


너무나도 절친 들이라 진행되는 4시간이 어떻게 지났는지 모를 지경입니다.

이 프로그램에 오게 된 동기부터 시작하여 어떻게 진행되기를 기대하는지, 

오늘 무엇을 얻고 싶은지에 대해 물어 보았습니다, 

참 예쁘게도 대답합니다. 

여기 모인 친구들이 먼저 이 프로그램을 오픈해 달라고 했다고합니다. 

기특합니다. 


그래서 너무 기대 된다고 합니다, 더 아름답습니다. 

얼굴을 그리는게 아니라서 너무 다행이라고 합니다. 

친구들의 배를 든든하게 채워 즐수 있어서 행복 가득합니다. 


100일 후면 

이 친구들은 백의의 천사로 현장에 나서게 됩니다. 

그런데 공부로 인해 너무 지쳐 있습니다. 


힘들고 어렵고 불안하고 갑갑하고... 표현하는 정서는 부정적입니다. 

이해합니다. 


가족과 떨어져 있으니 더 힘이 들거라고 생각합니다. 

토닥토닥 나에게 힘을 실어 주는 한마디를 해 봅니다. 

처음에는 수줍다가 시간이 지나자 용감해 졌습니다. 


온전히 나를 위한, 나를 생각하는 명상을 했습니다. 

눈을 감고 오로지 자신의 호흡에 집중하는 짧은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 자리에 앉아 있는 자신에게 집중합니다. 

호흡이 들숨과 날숨으로 이어지는 것에 집중합니다. 


잠시 생각을 멈춥니다. 

며칠 전에 올린 

전레오님의 내 삶이 나를 응원한다는 시를 읽어 주었습니다. 


힘들어도 아프지는 말라고, 마음이 무너지면 안되니까 

지금까지 잘해 왔으니 

조금 더 용기를 내어 마음을 꼭 붙잡고 있으라고, 

난 언제나 어디서나 항상 내 삶을 응원한다고.. 

숙연해 지는 시간입니다.


4시간의 행복함이 순간 훅 지나갔습니다. 

마무리는 언제나 아름답게 끝납니다. 

4학년이라 다시는 이런 프로그램을 만날 수 없음에 섭섭해 합니다. 

그대들이 근무하는 병원에서 나를 불러 달라고 애원(?)했습니다. 

담당선생님이 말씀하시길... 


너희 후배들이 또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하셨습니다. 

지친 몸과 마음이 짧은 시간이나마 행복해 졌기를 바래 봅니다. 

캠퍼스에서 요리치료 프로그램으로 만났던 기억이 

훗날 살아가면서 추억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내 품을 떠나 타지에 유학보낸 보낸 딸들 같았습니다. 

얼마나 힘이 들었으면 표현하는 감정들이 부정적일까 싶습니다. 

공부에 너무 지친 탓일까요. 

졸업을 하고 국가 고시를 치루고 

현장에서의 치열하게 삶을 살아야 할텐데 하는 생각은 

저의 기우일까요.


청춘이니 잘 해 헤쳐 나가 꼭 

꿈을 이루리라 기대합니다. 

간호학과 선생님들 파이팅입니다 ~~ 

마지막은 항상 즐거움과 행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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