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국요리치료연구소 Dec 11. 2018

마침표 하나


장애인부모회 부모-자녀 요리치료

토요일 3번째 만남이다.

나는 두번의 만남에서 부모가 자녀를

어떻게 케어하며 의사소통하는지 관찰하였다.

언제나 느끼는 것이고

나도 또한 그러하였으리라 생각하는 점은

아이들은 끊임없이 호기심을 표현하고

부모는 변함없이 똑같은 행동과 언어로 대한다는 것이다. 


부모는 자녀가 어떤 행동으로 마음을 표현하는지,

그 표현에 어떻게 자극을 해 주어야 하는지,

자녀에게 나타나는 모든 표현방식에 어떻게 반응해야 

하는지에 대해 실질적으로 보여 주기로 하였다. 


작은 행동, 어눌한 표현에도 부모는 , 어른은

아이의 거울이 되어 비춰주어야

한다. 아이의 등 뒤에서 말을 하고,

아이의 키보다 더 높은 곳에서 행동으로 

이끌고, 내 아이의 눈높이가 어디쯤인지는 관심 밖이었다.


무엇을 하고 싶어하는지, 무엇을 잘하는지,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지,

가장 중요한 것은 얼마만큼 기다려주어야 하는지 전혀 모르고 있었다. 

그저 부족하니 도와 주어야 한다. 느리고 서투니 해주어야 한다. 그냥 

내가 하는게 속이 편하고 빠르고 잔소리하지 않고 ....하는 모양을 보면 

속 상하지 않고 맘 쓰이지 않으니 그냥............그냥.................


내가 하고 만다. 


내가 하고 만다........ 그러면 우리 아이들의 성장을 막게 되며  

멈추게 된다. 그 아이의 특성과 수준에 맞게 실행을 하고 실수도 해보고 

또 다시 수행해보는 기회를 줌으로 

조금씩, 아주 미세하게나마 성장하고 발전할 것이다.


세번째 시간 오늘은 ..

다양한 장애특성을 보이고 생활연령도 다양한 아이들과 실제 요리치료를 

진행하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부모님들은 강의실 한 켠에 

아이들을 제일 잘 볼 수 있게 앉아서 참관하도록 하였다.

절때 나오지 말며 간섭은 금물임을 강조하였다. 


내가 부모님들에게 시범 수업에서 보여 드리고자 한 내용은 

우리 아이들을 왜 기다려 주어야 하고, 반복적인 설명을 하여야 하며, 

단계 단계를 짧고 간결하게 나누어서 진행해야 하는지를 직접 확인시켜 주고 싶었다.


어른이 생각하기에는 단순한 과일꼬치 만들기가 아이들에게는 어렵고 

힘든 작업일 수 있다. 6가지의 과일을 물티슈로 손닦는 법, 각자 개인접시에 

담는 일, 도마와 칼을 안전하게 사용하는 방법, 과일의 껍질(키위, 파인애플)을 

손질하는 일, 모양과 크기가 비슷하게 자르는 일, 나무꼬치에 끼우는 방법,

과일을 순서대로 끼우는 방법을 기억하고 다시 만들어 보는 일, 꼬치에 끼운 

과일을 하나씩 빼먹고 마지막에 남아 있는 과일을 먹는 법 등.

아이들이 해야 하는 과제는 어디에 목표를 두느냐에 따라 다양하게 펼쳐진다.


이 친구들이 기억을 해내거나, 나의 설명에 따라 과일 꼬치를 하나 더 

만들어 냈다. 그것은 부모를 위해 만든 것이다. 감동의 쓰나미가 

밀려 오고 부모님들은 자녀가 준 과일꼬치를 들고 인증샷을 찍고 

집에 남아 있는 가족들에게 보냈다. 


50분 동안 나와 아이들을 지켜 보면서 ...기다림, 반복, 기다림, 

반복의 연속이라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나를 잘 알아야 할 것 같고 

나를 내려 놓아야 되는게 우선이라고 입을 모았다. 


처음부터 잘 이루어지는 것은 어렵다. 완벽하진 않지만 나의 수업으로 인하여 

가정에서 한번 쯤은 시도해 보려고 하는 마음을 가진다는 것 만으로도 

감사할 따름이다. 부모님들이 만든  과일 샐러드와 아이들이 만든 과일꼬치는 

무더운 여름을 날리는 환상의 작품이었다.








그들은 만나러 가는 길이 멀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다. 이른 6시에 커피를 내리고, 얼음물을 

담고 과일 몇 조각을 챙겨 길을 떠난다. 10시에 맞춰 

입실해 주는 그들이 있어 내가 존재하는 것이리라.

주말 정오는 고속도로가 고속이 아님을 체감하면서 

휴게소에 들러 아침도 아닌것이 점심도 아닌 것이

허기진 배를 달랜다. 꽉 찬 목구멍으로 밥이 넘어 

갈리가 없다. 몇 숟갈 밀어 넣다가 수저를 내려 놓는다.

나 이래도 되는 건가 권명숙? 진지하게 묻는다.

이 일을 언제까지 할 수 있을 것 같냐고....

작가의 이전글 얼마만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