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즈 한 숟가락 둘렀을 뿐인데
비닐에 꽁꽁 싸인 애호박을 사왔다. 애호박을 해 먹는 반찬은 애호박볶음, 큼직하게 썰어 새우젓으로 간을 한 애호박찜, 얇고 동그랗게 잘라 그 위에 소금으로 간을 하고 밀가루 옷을 입히고 달걀물을 입혀 식용유를 두른 팬에 구워내는 호박전, 그리고 된장찌개에 고명으로 두부와 친구하여 들어가거나 딱히 특별한것을 만들어 내기 어려운 흔하디 흔한 애호박이다. 너무 흔하고 쉬운 식재료이어서 그 가치를 모른채 했을지도 모른다.
애호박의 비닐을 벗기고 전을 구울 듯 동그랗고 얇게 잘라서 다시 채를 썰었다. 감자 두 알을 껍질을 벗기고 작게 썰어 물과 함께 믹서에 갈았다. 감자 갈은 것과 채썬 호박을 넣고 밀가루 두 숟가락, 소금 살살, 간을 맞추고 하얀 가루가 보이지 않도록 숟가락으로 골고루 섞었다. 하얀 감자 반죽에 초록초록의 애호박이 산뜻하게 보였다. 그리고 맛이 밍밍할것 같아 냉동새우 다섯마리를 잡아 와 잘게 썰어 넣었다. 냉동새우를 넣은 이유는 감자와 애호박으로는 아이들이 입맛을 자극할 수 없다는 판단때문이다. 사실 이렇게 되면 애호박이 주인공이 아니다. 팬에 식용유를 두르고 반죽한 호박감자를 한 국자 올렸다. 산뜻한 초록의 애호박과 냉동새우가 불을 만나니 붉은 빛으로 변했다. 색깔이 아주 조화로웠다. 여기까지 무난하게 구워낸 호박감자전이다.
냉동실의 새우를 꺼내다 발견한 피자치즈. 한창때는 치즈를 듬뿍 올린 피자도 잘 만들었는데 정말 일하기 싫어진 듯 하다. 냉동실 구석에 쳐박아 놓은 치즈를 꺼내 살살 펴 보았다. 애호박전에 올려보면 어떨까? 애호박전은 아이들이 잘먹지 않는다. 특히 볶음, 찜, 탕이 식탁위에 올라 앉으면 수저가 빙빙 돌다가 제자리에서 멈춘다. 그래서 냉동새우를 넣었는데 이 위에다 치즈를 넣으면 잘 먹을 것이라는 희망에 부풀었다. 제철 식재료 애호박을 먹이기 위해서 부재료가 더 심오하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격이 되었다. 애호박 본연의 식재료 만으로도 맛을 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고지식한(?) 방법만을 지키고 있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귀찮아서 다른 방법으로 해 보려고 생각하지 않았고 여전히 몸에 밴 익숙한 것을 드러내며 그런대로 살아가고 있었지 싶다.
다시 한판, 두번째 전을 구울때는 반죽을 팬의 크기에 맞게 골고루 펼친 후 중간불로 조절했다.
노릇하게 익으면 뒤집는다. 뒤집은 후 그 위에 치즈를 올렸다. 처음에는 강불로 구운다음 치즈를 올린 후는 중불로 조절한다.
tip. 팬의 크기만큼 전을 부칠 때는 자주 뒤집지 않는다. 대신 불조절로 굽기를 마무리 할 수 있어야 한다.
치즈가 녹으면 접시에 유산지를 깔고 완성 된 호박감자치즈전을 올리고 가위로 피자처럼 잘라준다.
애호박에 감자를 갈아 넣으니 밀가루를 많이 사용하지 않아서 좋았으며 감자 때문에 더 고소하다. 냉동새우는 바다 내음과 함께 씹히는 질감이 쫄깃했으며, 치즈는 아이들의 젓가락질을 바쁘게 만들었다. 애호박이 어떤 식재료를 만나느냐에 따라 비주얼이 달라지고 맛도 오묘해 진다는 것이다.
20190806권명숙글
since2007한국요리치료연구소by권명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