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전
먹고 남은 김치를 모아 둔 반찬통을 꺼냈다.
김치를 담지 않은 10여년 동안
김치 한조각은 금치가 되었기에
한 조각의 김치도 버릴 수가 없었다.
끼니때마다 접시에 몇 조각 남으면
버리는 일에 아무 생각이 없었는데
어느 해부터 김치 한조각이 금치가 되어버렸다.
시집온 첫날, 배추 50포기로 김장을 해 댔던 새댁에서
김치 한 잎에 벌벌 떨며 그릇에 모아 두는
중년의 아줌마가 되어버렸다.
조각조각 난 김치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김치가 시뻘겋게 나를 노려 보고 있다
나도 시뻘겋게 달아 오른 얼굴로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그리고 가위를 들었다. 김치통속을 이리저리
가위질을 해댔고 시뻘건 국믈을 따라 버리고
밀가루를 한 컵 넣어 휘적휘적 저었다.
시뻘겋게 노려 보던 김치가 주황색으로 변했다.
오늘의 반찬은 김치전이다. 먹다 남은 김치를 버리기가
아까워 모아 두었다가 오징어를 채 썰어 넣거나
새우를 다져 넣어 전을 굽는다.
식용유를 넉넉히 두르고
반죽한 김치를 한국자 넣을 때면
짜르르르르 내는 기름에 지져지는 소리가
그렇게 정다울 수가 없다.
그 옛날 나의 어머니는
돼지 비계로 무쇠 뚜껑을 달구었던 기억이 난다.
달구어진 무쇠 뚜껑에 큼직막한 비계를
맨손으로 이리 굴리고 저리 굴린 후
짜르르르르르르 김치전이 지져지는 소리를
대청마루 끄트머리에 앉아 침을 꼴딱이며 기다리던
시절이 생각났다.
생각만으도 배가 불렀던 그 아이는
남겨진 김치통을 가위로 휘젓고
뽀얀 밀가루와 새우로 색과 맛을 보태어
김치전을 지지면서 서 있었다.
어느새 내 엄마의 나이보다 더 먹어 버린 세월속에
커다란 솥뚜겅 앞에 앉아 있는
여린 어깨를 가진 어머니의 모습이 그리워지는 날이다.
20121207 한국요리치료연구소 권명숙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