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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국요리치료연구소 Jun 05. 2022

그냥, 요리만 하세요.

내 아이는 내가 잘 알아요.

내 아이는 내가 잘 알아요.

- 그냥, 있는대로, 하는대로 놔 두세요.




"별아, 컵 받으세요." 나의 이 말에 별이 엄마가 나의 컵을 냉큼 받아 아이 앞에 탁 놔 주었다. 나는 다시 "별아 숟가락도 받으세요." 라고 별이 눈 앞에 숟가락을 다시 내밀었다. 엄마가 냉큼 잡아 별이 앞에 올려 주기 전에 나는 " 어머니, 별이가 할 수 있게 기다려 주세요." 라고 말했다. 엄마는 내 앞으로 손이 오려다 멈칫 멈추었고 별이에게 재촉의 말을 했다." 야 얼른 받아. 선생님이 주시는거 얼른 받아야지." 라고. 별리는 내가 제시하는 어떤 도구도, 어떤 말도 흥미가 없었고 흥미가 없다보니 반응도 없다. "별아, 선생님 눈 봐요. 별아, 선생님 얼굴 보자." 고 말하면서 별이의 눈높이에 맞춰 엉거주춤하게 허리를 숙이고 나의 얼굴을 별이의 눈높이에 맞추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야. 유별(가명), 너 안할거야? 이거 봐봐, 선생님이 주는 거 받아 뭐해 얼른 받아 봐." 엄마의 성화와 재촉에도 별 반응을 보이지 않는 별이. "어머니. 제가 할 테니 좀 기다려 주세요. 어머님은 그냥 지켜 봐 주시면 좋겠습니다." " 아휴, 선생님, 애가 안해요. 그러니 그냥 두세요. 자꾸 그러면 짜증내고 뒤집어 집니다. 그냥......" 엄마는짜증과 지침이 약간 섞인 말투로 '그냥 두지 왜 자꾸 그러시나' 하는 눈치였다. 그러나 나는 " 별아, 선생님 눈 봐봐, 별이 눈이 어디있나? 별이 얼굴이 어디 있나?" 별이가 한 순간, 찰라라도 나를 홀깃 쳐다보기를 내심 기대하면서 딱 두 마디만 사용하면서 계속 쳐다 보도록 하였다. "별이 선생님 눈 보세요. 별아, 선생님 얼굴 보세요."


"야, 유별이, 너 선생님 얼굴 쳐다봐 얼렁. 너 선생님 안보면 오늘 수업 못한다. 집에 가야 돼." 어머니는 내가 자꾸 별이와 눈맞춤을 하려는 행동을 딱히 .... 그래서 빨리 눈맞춤의 시간이 지나갔으면 하는 바램인 것 같았다. 거의 아홉, 열번의 부름으로 겨우 0.5초의 눈맞춤을 해 냈다. 별이와 나는 하이파이브를 하면서 자축을 했다. 물론 손바닥을 부딪히는 일도 엄청난 일이지만 왠일인지 하이파이브는 쉽게 해 냈다. 아마도 다른 기관과 센터에서 선생님이나 치료사와 성공의 보상으로 이 행동을 많이 했을 것이라 짐작이 되었다. 우리의 첫 만남은 어렵게(?) 얼굴을 익혔다.




두번째 만남에서 담당 선생님이 아주 곤란한 얼굴로 드릴 말씀이 있다고 하였다. 아주 곤란한 얼굴, 곤란해 하지 말고 있는 대로 말씀해 달라고 했더니 " 강사님, 어머니께서 아이를 너무 강압적으로 다룬다고 하세요." 순간 멍했다. " 어떤 부분이요? 그런데 담당 선생님 두 분도 두 시간 동안 같이 계셨잖아요. 어떤 부분에서 제가 그랬는지 말씀을 해 주셔야 알 수 있을 것 같아요." 빠르게 빠르게 머리에 떠오르는 그 날의 일을 정리해 보았다. '부모님은 아이가 할 수 있도록 지켜 봐 주세요. 아이가 이해하기 싶도록 간단하고 명확한 단어와 문장으로 말해 주세요. 어머니가 아이에게 이야기를 했으면, 아이가 행동으로 이어 질 수 있도록 기다려 주세요. 어머니들은 지금 이 시간을 힐링하시고 아이들은 제가 잘 케어하겠습니다. 제가 어떻게 하는지 지켜 보시고 뭐가 다른지에 대해 알아 가시면 됩니다.' 첫 시간에 내가 어머니들에게 한 말이다. 그리고 자녀들이 작은 활동이라고 할 수 있도록 방법을 가르치고 기다려 주는 일을 했을 뿐인데. 컴플레인이라니?


"선생님, 그러면 어머니들이 어떻게 해 달라는 것인지 말씀 해 주시던가요?" 첫 수업이 끝나고 담당자는 각각의 가족에게 전화를 돌린 모양이었다. 첫 시간이 어땠냐? 도움이 되었냐? 다음 시간에는 무엇을 바라는가를 물어 보았다고 했다. 그랬더니, " 우리 아이들은 부모가 가장 잘 아는데 뭘 자꾸 하라고 시키는지, 왜 엄마들은 그냥 가만히 있으라고만 하는지 이해를 할 수 없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왜 딱딱하게 이래라 저것 가져와라, 얼굴 봐라 하면서 시간을 지체하는지..." 라고 전해 주었다. 난.........잠시 멍했다. 뭐라고 대꾸를 할 만한 말이 생각 나지 않았다. 특수교육 전공자인 내가 아이들을 어떻게 대했길래 이런 말이 나오는가 싶어 혼란 스러웠다. "그런데요 선생님, 선생님들도 이 자리에 계셨잖아요. 선생님들 보시기에 .... 제가 .....뭘 ....." 하다가 말을 끊었다. 그들이 그렇게 느꼈으면 그러한 것이라 생각이 들었다.


나는 장애인에게 특수교육과 치료지원을 요리(활동)을 매개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여기는 장애인 자녀를 둔 가족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장애 자녀가 생활연령이 비슷한 또래를 모집하기가 어려워 성인 장애인 4팀, 초등부 장애인 두 팀, 그렇게 여섯팀이 모집되었다고 했다. 첫 수업 시간에 강사소개에서 나의 이력과 경력을 이야기 하면서 자녀의 생활연령과 발달수준에 맞게 가정에서 어떻게 지도하는 지 방법에 대해 말씀드려도 되겠냐고 물어 보았다. 성인 장애인의 부모님은 너무 좋다고 감사의 말을 전했는데, 초등부 부모님은 늦게 오시기(지각)도 했지만 한 팀 한 팀 앞에 설 때 마다 물어보고 진행을 했는데.... 이런 사달이 난 것이다.


어린 친구들(발달장애)은 언어소통은 전혀 되지 않았으며, tantrum도 나타났으며, 보살핌(교육과 치료지원)이 중요한 친구이었다. "우리 아이가 다른 선생님이나 치료사에게는 그런 행동을 하지 않아요. 그런데 여기서는 그동안 보지 않았던 행동이 나왔어요." 이 곳에서 나 때문에 이런 현상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그 친구의 특성을 보면................아무튼 내가 초보 강사도 아닌데 그런 말을 한 어머니의 마음도 이해는 되었다. 이해합니다.


"성인 자녀 어머니들은 너무 좋다고 하세요. 어린 자녀 어머니가 .........그러니..... 강사님 조금만 살살...... 살살 해 주세요. 아고 죄송합니다." 담당자가 뭔 잘못이라도 한 것 마냥 나에게 계속 미안하다고 한다. "선생님이 미안하다고 하실 일은 아니에요. 제가 잘못 한 거네요. 어머니들이 그렇게 느꼈다면 그런거에요. 네.... 잘 알았고, 살살...아주........ 그냥........ 할게요. 어머니들에게 하나라도 알려 드리고 싶었던 제 마음이 너무 넘쳐버렸네요. 사실요 선생님 ........... 저도 한자리에 서서 요리만 하면 제 몸도 마음도 아주 편하고 쉽습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그냥 ........ 할게요."




나의 오지랖은 이랬다. 내가 온갖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내 새끼를 가르치던 그 시절이 생각이 났고 어린 친구들을 만나면 .. 특히 더 마음이 그 쪽으로 쏠린다는 것이다. '나에게 주어지는 시간만큼은' 이란 생각으로 속절없이(?) 보내는 시간이 아깝기도 했고, 어머니들의 조급한 마음을 잘 이해되기에 ....나의 안타까움이 중심을 잃은 채 어쩌면 도를 넘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내가 이 친구를 끝까지 교육 시킬 것도 아니고, 많이 만난다고 해도 고작 10번, 아니면 5번인데 .... 이 짧은 시간에 뭘 가르쳐 줄 수 있는데' 하는 생각에 나의 행동은 더 소심해졌다. 굳이 변명을 하자면, 늘 강의 전에 하는 말이 있다. 제가 하는 언어, 행동을 잘 관찰하시기를, 그리고 자녀와 상호작용(지극-반응-자극)하는 방법, 긍정적인 칭찬과 확장 활동 등, 짧은 시간에 내가 자녀들과 소통하는 방법을 어머니들이 잘 보고 가정으로 돌아가 비슷하게 흉내라도 내 보시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그래 .... 이것도 아니다 싶다.


'그들이 원하는대로........그냥 앞에서 요리만 하자.' 원하는대로, 하자는 대로만 하면 몸은 많이 편할 것 같은데, 마음은 불편할 것 같다 아주 많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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