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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굿대디 Dec 12. 2019

조쒸 보고서(上)

6개월 아들내미 관찰보고서




2019년 봄. 조쒸가 태어났다. 나와 아내의 아기 시절 찍은 사진처럼, 우리의 아들도 비슷한 모습이었다. 풍성한 머리숱, 진한 눈썹을 가진 귀여운 아들. 그리고 100일이 지나도 가라앉지 않는 머리까지. 그 작은 몸에 나와 아내의 모습이 오밀조밀 새겨져있었다. 정전기 마냥 떠다니던 조쒸 머리는 6개월이 지날 때쯤 가라앉았다. 6개월이 된 조쒸는 많이 자라있었다. 키와 몸무게는 말할 것도 없고, 뒤집기와 되집기, 잡아주면 혼자 일어서려는 모습까지. 조쒸의 모든 노력들이 무척 귀여웠다. 나는 조쒸의 되집기가 특히나 대견했다. 몇 주전만 해도 뒤집기는 했지만, 되집기는 못하던 조쒸는 한밤중 잠결에 뒤집기를 하고나서 다시 되집지 못해 그 자세 그대로 울곤 했다. 서럽게 우는 모습이 안쓰럽기도 했지만 사실 너무나 귀여웠다. 그랬던 아기가 되집기까지 수월히 해내다니...


또 다른 변화는 조쒸가 이유식을 먹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삼식이 아빠를 둔 덕에 부모가 밥을 먹는 모습을 자주 봐와서 그런지 5개월쯤부터 식사할 때 입맛을 다시고,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6개월이 된 지금은 아기 숟가락을 움켜쥐고 씹기도 하고(밥을 떠먹는 도구라기보다 치발기의 용도로 사용되었다), 이유식을 입 가까이 가져가면 아기 새처럼 입을 벌리기도 한다. 혼자 양손으로 아기용 물컵을 잡아 들고 먹는 모습은 정말 사랑스러웠다. 나에겐 다소 부정적인 의미로 받아들여졌던 '다 떠먹여 준다'라는 문장이 이제는 사랑스러운 문장이 되었다. 

혼자서는 밥도 먹을 수 없는 작은 존재를 향한 모든 수고가 새롭고 즐거운 경험이었다. 아기를 재우고 아내와 함께 이유식을 준비하던 밤. 재료들을 손질하면서 서로를 격려하고 칭찬하며 포옹하던 밤이 떠오른다. 칼로 다지는 소리와 이유식을 끓이는 걸쭉한 보글보글 소리는 조쒸를 향한 사랑은 물론 우리 부부의 사랑도 더 키워준 것 같다. 


예전 출산교육 때 들었던 출산의 고통과 모성애의 관계에 대한 실험이 떠올랐다. 두 마리의 출산이 임박한 사슴이 있었다. 한 마리는 보통의 일반적인 방식으로 출산을 하도록 하였고, 다른 사슴에게는 출산 과정 중 마취를 하여 아무런 통증을 느끼지 못하게 했다. 출산을 마친 두 어미 사슴의 행동을 통해 흥미로운 결과가 도출됐다. 일반적인 방법으로 출산을 한 어미 사슴은 출산 후 아기 사슴을 혀로 핥아주며 애정을 표현했다. 반면, 마취를 한 어미 사슴은 출산 후 새끼를 돌보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출산교육을 통해 출산의 고통이 마냥 부정적인 면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배우게 되었다. 출산의 고통은 죽을 만큼 아프고 괴롭다. 하지만 그 고통을 통해 엄마는 아기를 위해 자신의 목숨을 내어줄 만큼 모성애가 생기는 것이 아닐까. 출산의 고통과 육아의 고됨을 비교할 수는 없으나 아내와 함께 아기를 키웠던 지난 6개월은 나로 하여금 아들을 향한 부성애를 자라게 한 것 같다. 세상의 어떤 일이든 노력하고 정성을 들인 만큼 애정이 생기는 법이다. 하물며 내 자식을 위한 일은 말할 것도 없을 것이다.


어느 늦은 밤, 내 잠버릇까지 닮은 아들의 뒤척거림을 보며, 아빠가 된 이후의 삶을 찬찬히 떠올려 보았다.



애아빠 인스타그램 : https://www.instagram.com/abba_guk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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