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외도. 그래서 나는 법정에 섰습니다.]-21화

반소장과 녹취록

by 첩극


“아빠~!”


출장을 마치고 집에오자 아이가 달려 나왔다.

거짓으로 도배된 우리집에 유일한 진실이자 보물인 아이를 안아주고 잠깐만 기다리라고 했다. 캐리어를 소독 물티슈로 박박 닦은 후에 거실에 펼쳤다. 아이가 눈을 반짝인다.


“이건 장난감. 이건 과자~!”


아이가 내 앞에 앉아 자기가 받은 선물들을 신난 얼굴로 하나씩 들어보았다. 출장지에서의 지친 몸과 마음이 정화된다.


“이거. 괜찮아 보이길래 사왔어.”


아내에게 가방을 건냈다.


“고마워.”


아내는 가방을 받고 이리저리 보더니 “이쁘네.”라며 안방으로 들고 들어가 붙박이장 한 구석 본인가방들 두는 곳에 넣어두었다.



아내가 이 가방을 맨 것은 이혼 전까지 한 번도 보지 못했다.





출근길에 변호사가 전에 보낸 반소장을 열어보았다.

올 것을 예상하지 못한 것은 아니지만 거짓으로 범벅된 반소장을 읽다보니 속이 쓰렸다.



2. 이 사건 혼인 파탄에 관하여

혼인의 파탄은 자기의 부정행위라고 원고가 주장하나, 오히려 이 사건 혼인관계 파탄의 주된 책임은 원고에게 있고 위자료 청구를 고려하고 있다는 내용이 써있었다.


이 사건 혼인관계 파탄의 주된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는 추후 별론으로 하더라도, 원고와 피고는 본소 및 반소로서 이혼을 원하고 있음은 분명하므로, 이 사건 혼인관계는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파탄이 되었고 이는 민법 제840조 제6호의 이혼사유에 해당 합니다.


재산 분할은 아파트가 공동명의니 판매 후 1/2 지분씩 나누기로 협의한바 있다고 써있었고 집 구매에 지원받은 비용이 양가가 동일하니 나 역시 협의했던 내용이다.


차는 본인 아버지가 사주셨으니 추후 원고가 부정한다면 차용증 및 관련 증거를 추가로 제출하겠다고 했다.


미련없다.


장인어른이 사주신 게 맞기에 내 서면에도 재산형성 부분에 처가가 지원해준 것이라고 썼다. 할머니와 처가의 지원으로 중도상환을 몇 차례 얼마씩 했다고 적었고 나 역시 준비서면에 이를 인정했다. 혼수 역시 처가에서 다 지원해줬기에 그것도 맞다고 썼다.


아내는 위 사유를 토대로 부부공동재산에 관한 기여는 70%이상이라는 것을 주장했다.


내 변호사는 실제 지원받은 금액이 그 정도 되지 않는데다 이미 혼인기간이 길어 전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라 했다.


그 밑에 친권자 및 양육자 지정 청구 부분에는 본인은 성실히 근무하며 사건본인을(아이) 안정적으로 양육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자신을 양육권자로 지정해달라는 내용이 있었다.


원고가 양육에 소홀했을 뿐 아니라 취미생활인 가죽공예로 아이의 호흡기 질환이 오랫동안 있었으며 아이가 고열로 아파하고 있을 때도 친구들과 여행을 가거나 아픈 아이를 돌보지 않고 집안일도 참여하지 않는 등의 무책임한 태도를 반복하였고 써있었다.


당연히 아내는 자료로 아이의 호흡기 질환 진단서나 병원 기록을 제출하지 않았다.


애초에 그런 적이 없었으니까.


양육비는 월 100만원을 청구했다.


종합해보면 외도는 부정하고 난 육아에 도움을 주지 않았으며 이미 혼인관계가 파탄인 상태였다는 내용이었다.


변호사는 이 파일을 보내줄 때 “원래 그래요. 그렇게 밖에 주장할 수 없으니까요. 판사도 알아요. 우린 증거가 있으니까 마음 상하지 마세요.” 라며 위로해줬다.

그리고 2차 서면에 반박과 함께 녹취록을 증거로 넣기로 했다.


난 여태 녹취록이 녹음파일을 증거로 보내고 내용을 내가 간략히 요약해서 덧붙이면 되는 건 줄 알았다.


변호사가 “녹취록은 준비됐어요?”라는 말에 “지금 들으면서 적고 있어요.”라고 대답했는데 이렇게 하는 게 아니었다.


녹음 파일을 법원이 자격을 준 속기사 사무실에 보내야하고 속기사가 그 내용을 적어 인쇄본을 제출하는 것이었다. 법원에서 혹은 피고측에서 녹취록의 원본 음성파일을 요구하면 CD도 보내야한다.


2차 재판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급하게 속기사를 검색했고 생각보다 비용이 비쌌다.

녹음파일이 20개도 넘게 있었다. 모든 걸 다 속기 따서 제출해봤자 판사가 읽지도 않을 것 같아 아내가 부정행위를 인정한 것만 추렸다.


짬짬이 퇴근 후에 3일에 걸쳐 작업했는데 정말이지..

그 날의 대화들을 처음부터 들으면서 아내가 인정한 부분들이 나오면 스탑해서 시간대를 적고 대화내용을 발췌하여 기입하고 다시 듣고 또 똑같은 행동을 계속하고..


정말 지옥 같은 3일이었다.

이 기간에는 정신이 많이 피폐해졌지만 이기기 위해 해야만 했다.


상간남을 만난 부분은 뺐다.

이 부분은 이 증거자료를 받고도 발뺌하면 추가 증거로 보내기 위해 남겨두었다.


자료를 완성하고 속기사무소에 결제 후 파일과 내가 정리한 내용들을 보냈다. 속기사 사무실에 따로 재판일이 얼마 안남아서 작업을 좀 서둘러 달라 양해를 구했다.



다행히 다다음날 완성되었다는 카톡이 왔고 PDF로 먼저 받아 변호사에게 보냈다. 원본은 회사 사무실로 받았다.


그래 이걸 보고도 네가 어떻게 나오나 보자.

나도 악에 받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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