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초록머리 Feb 27. 2024

사랑에 빠진 개구리와 오리는 행복했을까?

그림책-사랑에 빠진 개구리

초록 개구리는 꿈 속을 걷고 있는 것처럼 이상합니다. 개구리는 어디가 아픈 걸까요?

그러다 꼬마 돼지를 만납니다. 어디 아프냐고 물어보는 돼지에게 개구리는 대답합니다.


나도 모르겠어. 웃고 싶기도 하고, 울고 싶기도 해

그리고 여기 이 안에서 무언가가 콩, 콩, 콩 뛰고 있어."

 

개구리는 토끼에게도 증상에 대해 얘기합니다. 토끼는 큰 책을 꺼내서 보고 개구리의 증상이 사랑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심장이 빠르게 뛰고, 몸이 뜨거웠다 차가웠다 하는 것은 누군가를 아주 많이 사랑한다는 거죠. 이상한 증상의 원인을 알게 된 개구리는 너무 좋아 껑충 뛰어오릅니다. 하양 오리를 사랑하게 되었다는 것도 알게 됩니다.

개구리는 자신이 할 수 있는 방법으로 마음을 표현하기 위해 그림을 그립니다. 그림을 오리 집 문 밑에 넣어 두고, 향기로운 꽃도 문 밖에 두고 옵니다.

개구리는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마음만 표현하다가 마침내 사랑하는 마음을 오리에게 보여주기로 결심합니다. 누구보다 높이 뛰어오르는 것을 보여주기로 마음먹고 매일매일 연습을 합니다. 개구리는 점점 높이 뛰어올라 구름까지 닿게 되었지만 거꾸로 땅에 떨어지는 사고를 당합니다.


마침, 그곳을 지나던 오리가 개구리를 돌봐 주게 되고, 개구리는 오리에게 고백합니다.

서로의 마음을 알게 된 둘은 그때부터 서로를  사랑하게 되는데요.


개구리와 오리,

초록과 하양,

서로 달라도 사랑할 수 있어요.

 

이 책을 읽고 심장이 간질간질해지던 순간을 기억합니다. 경험해보지 못한 느낌과 감정으로 혼란스러워하는 개구리는 예전의 내 모습 같았습니다. 누구나 처음,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끼던 순간이 있을 텐데요. 꽃길을 걷는 것처럼 첫사랑은 두근두근 설렘과 함께 시작됩니다.


누군가 사랑은 교통사고 같은 거라고 하더군요. 예측할 수도 없이 갑자기 빠진다는 거죠.

나와 비슷해서 또는 달라서 사랑에 빠지기도 합니다.

그래서일까요? 꿈꾸던 이상형과는 많이 다른, 아니 오히려 정반대인 사람과 사랑에 빠지고 결혼하기도 합니다. 머리로는 가지 말아야 할 길이라 생각하면서도 가슴이 향하는 가시밭길 속으로 걸어가기도 합니다.

(어쩌면 사랑이란 것이 논리적으로 설명되지 않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사랑은 거대하고 견고한 이층 집이라 생각했습니다. 대단하고 아름답고 신기한 것들이 있을 것 같지만, 나와는 상관없는 다른 세상을 보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인간이라는 존재는 자신이 아닌 타인을 온전히 이해할 수 없고, 사랑할 수 없기 때문에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건,

 사랑하는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거라고 생각했었습니다.


상대방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면서, 사랑에 빠진다는 건 완벽한 거짓말이라 생각했기 때문에 사랑이나 연애에 관심이 없었습니다. 그러다 사랑이란 걸 마주하게 되었을 때

 알 수 없는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혼란스러웠습니다.

'이 감정은 뭐지? 왜 이렇게 심장이 뛰는 거지?' 웃고 싶기도 하고 울고 싶기도 하고....

초록 개구리처럼 말이죠.


그렇게 첫사랑은 혼란스럽고 순수하고 그만큼 강렬해서 쉽게 잊을 수 없는 경험입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첫사랑이 실패하는 이유는 강렬한 사랑의 감정에 비해 사랑하는 방법에 있어서 너무나 서툴기 때문입니다.

처음이고 사랑하는 방법, 마음을 표현하는 방법을 잘 몰라서 서툴고 실수도 하니까요.

개구리도 처음에는 알 수 없었지만 감정을 알고 난 뒤에 서툴게 마음을 표현합니다. 어쨌든 개구리와 오리는 서로의 마음을 확인했습니다. 그 후로 어떻게 되었을까요?


그림책은 처음 보았을 때 느낌과 시간이 지나서 다시 보았을 때의 느낌이 많이 달라지기도 합니다.

처음 읽었을 때는 두근두근 사랑에 빠졌던 개구리의 마음이 오리에게 닿게 될지 그것만 보였습니다.

시간이 오래 지나 결혼을 하고 이 책을 다시 보니 자꾸 뒷이야기가 궁금해집니다.


예전과는 사랑에 대한 생각이 조금 달라졌는데요.  

사랑은 거대한 이층 집이 아니라 관심을 갖고 함께 가꾸는 작은 정원 같습니다.

나와 다른 상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면 그 차이로 인해 힘들어지고 사랑이 식어버리기도 합니다. 달라도 사랑할 수 있다는 개구리와 오리는 행복했을까요?

서로의 다른 점을 확인하며 싸우다 지쳐 헤어졌을까요?

다른 점을 인정하고 그럭저럭 같이 사는 방법을 알게 되었을까요?

시간이 지나 이 책을 다시 본다면 그땐 또 어떤 느낌으로 다가올까요?


사랑이 뭘까? 사랑한다는 건 어떤 걸까?

사랑? 사랑에 대해 다시 생각해 봅니다.

작가의 이전글 내 안의 낯선 그림자를 만날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