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아이는 만화/애니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아주 예전부터 목표한 것입니다.
주변에서 많이 물어봅니다.
"어떻게 아이가 하고 싶은 걸 그렇게 빨리 찾았나요?"
"그러게요-
그냥 해외에 있을 때, 코로나가 와서 집에서 애니매이션만 보다가 좋아하게 되었나봐요- 하하하"
라고 대충 얼버무리고는 했었는데,
며칠전에 아이와 대화를 하다가 중요한 점을 알게 되었습니다.
저희 아이는 해외에 있을 때
정말정말 너무너무너무너무너어어어어어어어어무 심심했답니다. ㅋㅋㅋㅋ
학원도 없고, 숙제도 없고,
해외니까 나가놀 데도 없고,
그래서 집에서 아이는 정말 창의적으로 놀기 시작합니다..
카드를 여러가지 모양으로 쌓거나,
(어떻게 저렇게 카드를 세울 생각 했을까요? = 얼마나 심심하면? ㅋ)
고리를 이어 붙이거나,
집안 기둥 올라가기를 하거나,
계단 난간에 앉아있거나,
집 안에 텐트를 설치하고 그안을 꾸민다거나,
(무서웠지만) 집 앞에서 스케이드보드를 타본다거나,
그림을 그린다거나....등등등
엄청난 카드 세우기!!
그러다가,
그림 그리는게 제일 좋았고, 그림을 잘 그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합니다.
실제로 어느 순간부터는
스스로 유튜브에서 그림그리는 동영상을 찾아서 따라그리기도 하고 ,
한국에 돌아가게 되면 웹툰학원을 다니면서 제대로 배우고 싶다는 얘기까지 하는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한국에 오자마자 웹툰애니학원을 보내게 되었지요
그리고 더 즐겁게 계속 그림을 그리려 하니 예고를 가야겠다는 생각까지 이르게 된 것입니다.
예고를 가고싶은데 내신이 중요하니,
힘들게 그림과 공부를 꾸역꾸역 병행하면서 해오고 있는 것이구요.
뒤돌아 생각해보니
아이에게 "정말 심심한 시간"이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것저것 해보다가 어떨때가 본인이 가장 즐겁고 재미있고
잘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는지 스스로 찾아지게 된 것 같습니다.
저희 아이가 그 시간을 한국에서 보냈으면
과연 이렇게 빨리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을 찾을 수 있었을까 하는 의문이 듭니다.
학원을 정신없이 다녀야 하고, 그에 따른 숙제를 해야하고,
또한 바깥세상에 재미난 것들이 너무 많고,
휴대폰도 더 빨리 접해서 미디어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했겠죠
그러면 지금보다는 심심한 시간이 현저히 적었을 것이고,
아이가 하고 싶은 일을 좀 더 늦게 찾게 되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다녀와서 학업을 다시 따라오느라 약간의 고생과 고통이 있었지만,
(아이가 말하지 않았지만 아이에겐 큰 스트레스였을지도 모릅니다)
큰 그림으로 보면 다행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물론 인생이 길기에, 하고싶은 것, 좋아하는 것 그리고 꿈은 여러번 바뀔 수 있지만,
지금 상태로는 심심한 시간이 전혀 없어서
당분간은 바뀌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바뀌면 또 다시 그 꿈을 응원해주면 되니까 전혀 문제되지 않습니다.)
아무튼, 지금 저희 아이가 힘들지만 열심히 하고 있는 건,
정말 너무너무 심심한 시간 덕분입니다. ㅎㅎ
힘내라 딸!!!! 아자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