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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짓는약사 Dec 14. 2021

결혼 확신은 어떻게 생기는 거죠?

예전부터 궁금했다. 대체 결혼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확신을 갖는 건지, 상대의 어떤 면을 보고 어떤 상황에서 결혼 확신을 갖게 되는 건지 말이다.


이제 나도 나이를 먹을 만큼 먹었기에 누군가를 만났을 때 후광이 비친다거나 종소리가 들린다는 말은 믿지 않는다. 처음 봤을 때부터 '이 사람이다'하는 느낌이 온다는 말도 믿지 않는다.(물론 간혹 그런 느낌이 왔다는 사람도 있기는 했다.. 부럽다...!!)


그래서 결혼을 앞둔 친구들, 결혼한 친구들을 만나면 매번 물어봤다. 어떻게 결혼할 마음을 먹게 된 거냐고. 물어본 결과 엄청난 확신을 가지고 '이 사람이 아니면 안 되겠다'라고 생각한 경우는 많지 않았지만, 대부분 이전의 연애와는 다른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뭔가 크게 애쓰지 않아도 그저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결혼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속 시원한 대답을 얻지 못한 나는 검색을 시작했다. (이런 나를 보고 누군가는 공부병이라고 말했다... 모르는 건 일단 검색하고 공부해서 알려고 하는 1인이 바로 나다.) 


글과 영상으로 배운 결혼 확신에 더하여 내가 생각한 결혼 확신의 조건에 대해 써보려고 한다.

 



수많은 블로그 글과 유튜브 영상을 보며 공통적으로 언급하는 몇 가지를 추려보았다.


1. 서로 존중하는 마음

기분이 좋을 때뿐만 아니라 화가 나거나 싸우는 상황에서도 나를 존중해주는지, 나 역시도 존중할 수 있는 사람인지가 중요하다.


2. 이 사람만은 내 편이라는 믿음

모든 상황에서 이성적이고 객관적인 태도를 가진 사람이라면 분명 서운한 순간들이 생길 것이다. 때로는 감정적이고 비이성적이더라도 내 이야기를 들어주고 내 편이 되어줄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잘잘못을 떠나 우선 내 감정에 공감해줄 때 여자는 큰 위로를 받는다.

 

3. 함께 있을 때 편하고 기분이 좋은 사람

친한 친구처럼 같이 있을 때 편하고 즐겁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사람. 그러기 위해서는 개그코드도 비슷하고 흔히 말하는 '대화가 잘 통하는 사람'이 좋다. 무언가 특별한 것을 하지 않더라도 소소한 일상을 즐겁게 공유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결혼은 생활이기 때문이다.


4. 있는 그대로의 나를 인정해주는 사람

내 모습 그대로를 인정, 사랑, 수용해주고 자신의 틀에 나를 가두려고 하지 않는 사람.


5. 삶의 가치관, 목표가 같은 사람

삶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이 비슷하고 같은 방향을 향해 나아갈 수 있는 사람.


요약해보면

존중, 믿음, 편안함, 인정, 가치관이 결혼 확신에 있어 중요한 요소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다섯 가지 모두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나에게는 특히 상대의 공감과 사랑받고 있다는 확실한 느낌, 어떤 상황에서든 이 사람만큼은 내 편이 되어줄 것이라는 믿음, 함께 있는 시간이 즐겁고 편안해야 된다는 점이 중요하게 다가왔다. 흔히들 외적인 조건, 취향을 중요하게 여기기도 하지만 그런 것은 부수적인 요소라는 생각이 든다.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딱 저것만 고치면 좋을 텐데'라고 생각하는, 내 눈에 거슬리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는 사람은 결혼 상대로는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다.


연애할 때도 거슬리는 단점은 빙산의 일각일 뿐, 결혼하면 그 밑에 숨겨진 더 큰 것이 보일 수도 있다.


사람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상대의 단점은 내 노력으로 바꿀 수 있는 문제도 아니다. '사람은 고쳐 쓰는 게 아니다'라는 어른들 말씀도 있지 않은가.


따라서 100% 내 이상형에 부합하는 사람을 찾으려는 헛된 노력 대신, 내 입장에서 크게 거슬리는 단점이 없는 무던한 사람을 찾는 것이 현명하다고 생각한다.


마이너스를 플러스로 바꾸는 것은 힘들다. 단점은 못 고친다는 전제 하에 그 사람의 단점이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부분인지를 따져보아야 한다. 따라서 절대 안 되는 나만의 기준을 명확하게 정해놓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서 절대 안 되는 나만의 조건을 몇 가지 생각해 보았다. 남들도 공통적으로 동의하는 부분(예를 들면 마마보이, 집착, 폭력, 욕, 가부장적인 사람 같은..) 빼고 개인적으로 내가 받아들이기 힘든 조건들이다.


1. 흡연

누군가에게는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냄새에 민감한 편인 나에게는 중요한 문제다. 간접흡연 같은 건강적인 문제를 떠나 그 냄새 자체가 너무 싫기 때문에 흡연은 절대 안 된다.


2. 말투

개인적으로 말에 상처를 많이 받고 남들보다 상대의 말투에 예민한 편이다. 같은 말이라도 말투, 억양, 말을 풀어내는 방식에 따라 전혀 다른 느낌의 말이 되기도 한다. 결혼을 한다면 평생 같이 살면서 가장 많은 대화를 해야 하는 사람이 배우자이기에 말투는 매우 중요하다. 평소에도 말을 예쁘게 하고, 싸우더라도 말로 상처 주지 않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3. 실행력

말만 번지르르하게 하고 실행하지 않는 사람을 싫어한다. 우유부단하여 결정을 못 내리고 갈팡질팡하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일단 말로 내뱉은 것은 지키려고 노력하고 나와의 약속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면 좋겠다. 우유부단하지 않고 충분한 생각을 했다면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사람이길 바란다.




종합해보면 내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는 치명적인 단점이 없으면서, 평생 내 편이 되어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고, 함께 있으면 즐겁고 편안한 사람일 때 결혼 확신을 가질 수 있겠다는 결론이 나온다.(지금 마치 한 편의 보고서를 적는 기분이다.. 공부병이 맞나 보다..)


결혼이란 기본적으로 나의 자유, 편안함을 일정 부분 포기하고 인내와 노력으로 유지해가는 관계이다. 


평균 수명을 생각한다면 적어도 50년 이상을 같이 살아야 할 사람이기에 그 정도의 가치가 있는 사람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상대의 외적인 부분(외모, 직업, 재산 등)이 없어진다 할지라도 그 사람 자체를 보고 그 사람 곁을 지킬 수 있겠다는 확신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살다 보면 외적인 부분은 없어질 수도 있는 요소이므로 그것만 보고 결혼을 결정한다면 후회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외적인 부분이 없어지더라도, 그 사람과 결혼한 것을 후회하지 않고 함께할 자신이 있는가 하고 자문해 볼 필요가 있다.



배우자는 인생이라는 긴 여행을 함께 해야 할 동반자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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