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짓는약사 Nov 30. 2021

비혼주의는 아닌데요

아직 찾고 있는 중입니다!


결혼 적령기라고 불릴만한 나이를 지나고 나니 어떤 모임을 가거나 새로운 사람을 만나게 되면 심심찮게 듣는 말.

 

"혹시 비혼주의세요?"


정말 궁금해서 묻는 건지, 아님 아직 결혼하지 않은 이유를 찾기 위함인지 잘 모르겠다.


고백하자면 나 역시 내가 이렇게 늦게까지 결혼을 안 할 줄은 몰랐다. 안 해야지하는 생각은 전혀 없었고 다만 결혼에 대한 확신이 없었을 뿐이다.




어른들은 어릴 때 눈에 콩깍지가 씌어서 결혼을 해야 된다고도 말하지만 글쎄, 그렇게 한 결혼 행복하면 다행이지만 나중에 죽네 사네하며 이혼을 하는 경우도 많이 봐서 현명한 방법은 아닌 것 같다.


너무 따지면 결혼 못 한다고도 하지만 평생을 같이 살 사람인데 대충 고르는 것도  말이 안 된다. 하다못해 가전제품 하나 살 때도 인터넷 후기를 꼼꼼히 찾아보고 손품 발품 팔아가며 가격비교도 하는데, 하물며 배우자는 가전제품보다 더 오래 함께 해야 되는 사람이지 않나.


하루가 멀다 하고 청첩장을 받고 주말마다 친구들 결혼식에 가던 20대 후반, 30대 초반에는 나도 사실 마음이 조급했다. 모범생으로 살아온 나에게 남들 다 하는 것을 제 때 하지 못한다는 것은 큰 부담으로 다가왔다. 그때는 결혼이 빨리 해야만 하는 인생의 과제로 느껴졌다.



하지만 그 시기를 지나고 나니 오히려 마음을 내려놓고 내가 원하는 배우자는 어떤 사람인지, 내가 바라는 결혼 생활은 어떤 것인지에 대해 깊이 있는 생각을 해볼 수 있었다. 그전에는 결혼에 대해 막연히 '남들도 다 하니까 나도 해야지'라고 각했고 배우자에 대한 기준도 모호했다. 


그래서 요즘은 무 생각 없던 어린 시절에 멋모르고 결혼하지 않았음이 한편으로는 다행이라는 생각도 든다. 


평생을 함께 할 사람인데 자신만의 기준과 깊이 있는 생각을 통해 결정해야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여기서 기준이란 남들이 다들 괜찮다고 말하는 객관적 조건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적어도 본인이 어떤 사람과 잘 맞는지 어떤 사람과 함께 할 때 행복한지에 대한 생각이 명확해야 된다는 의미이다.




나이가 들수록 생각이 많아지는 건 사실이다. 이미 결혼한 친구들, 지인들을 통해 예전에는 모르던 결혼 생활의 현실을 알게 되었고 단순히 둘만 좋다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것도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다. 


결혼은 연애가 아니라 생활이기에 외적인 조건 역시 중요하겠지만 조건에만 치중하기보다는 서로의 가치관이 비슷한지, 같은 방향을 보고 나아갈 수 있는지, 힘든 시기가 와도 서로를 믿고 의지할 수 있을지 같은 것들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결혼은 '하냐 안 하냐'보다 '누구랑 하는가'가 중요하다. 


그러니 결혼 적령기라는 나이에 너무 얽매일 필요는 없다. 꽃도 피고 지는 시기가 다 다른데 왜 결혼은 모두 비슷한 시기에 해야 된다고 규정짓는지 모르겠다. 부모님의 기대, 주변 사람들의 시선, 나이가 찼다는 부담감, 더 늦으면 힘들 것이라는 불안감 등에 휩쓸려 충분한 고민과 통찰 없이 성급하게 결정하는 결혼에서 과연 행복을 찾을 수 있을까?


인생이라는 긴 항해를 같은 목적지를 향해 함께 나아갈 수 있는 동반자를 찾는 과정은 신중해야 하고 또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나는 아직도 열심히 찾는 중이다. 



비혼주의가 아니라 찾고 있는 중이라는 뜻이다. 


그러니 혹시 결혼 적령기를 지난 사람을 만나더라도 비혼주의냐는 질문은 하지 말자..


그건 그렇고 언젠가 그 사람을 만나게 된다면 일단 한 대 때려야겠다! 대체 어디 있었냐고, 얼마나 찾았는지 아냐고 투정도 좀 부려야겠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