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적령기라고 불릴만한 나이를 지나고 나니 어떤 모임을 가거나 새로운 사람을 만나게 되면 심심찮게 듣는 말.
"혹시 비혼주의세요?"
정말 궁금해서 묻는 건지, 아님 아직 결혼하지 않은 이유를 찾기 위함인지는 잘 모르겠다.
고백하자면 나 역시 내가 이렇게 늦게까지 결혼을 안 할 줄은 몰랐다. 안 해야지하는 생각은 전혀 없었고 다만 결혼에 대한 확신이 없었을 뿐이다.
어른들은 어릴 때 눈에 콩깍지가 씌어서 결혼을 해야 된다고도 말하지만 글쎄, 그렇게 한 결혼이 행복하면 다행이지만 나중에 죽네 사네하며 이혼을 하는 경우도 많이 봐서 현명한 방법은 아닌 것 같다.
너무 따지면 결혼 못 한다고도 하지만 평생을 같이 살 사람인데 대충 고르는 것도 말이 안 된다. 하다못해 가전제품 하나 살 때도 인터넷 후기를 꼼꼼히 찾아보고 손품 발품 팔아가며 가격비교도 하는데, 하물며 배우자는 가전제품보다 더 오래 함께 해야 되는 사람이지 않나.
하루가 멀다 하고 청첩장을 받고 주말마다 친구들 결혼식에 가던 20대 후반, 30대 초반에는 나도 사실 마음이 조급했다. 모범생으로 살아온 나에게 남들 다 하는 것을 제 때 하지 못한다는 것은 큰 부담으로 다가왔다. 그때는 결혼이 빨리 해야만 하는 인생의 과제로 느껴졌다.
하지만 그 시기를 지나고 나니 오히려 마음을 내려놓고 내가 원하는 배우자는 어떤 사람인지, 내가 바라는 결혼 생활은 어떤 것인지에 대해 깊이 있는 생각을 해볼 수 있었다. 그전에는 결혼에 대해 막연히 '남들도 다 하니까 나도 해야지'라고 생각했고 배우자에 대한 기준도 모호했다.
그래서 요즘은 아무 생각 없던 어린 시절에 멋모르고 결혼하지 않았음이 한편으로는 다행이라는 생각도 든다.
평생을 함께 할 사람인데 자신만의 기준과 깊이 있는 생각을 통해 결정해야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여기서 기준이란 남들이 다들 괜찮다고 말하는 객관적 조건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적어도 본인이 어떤 사람과 잘 맞는지 어떤 사람과 함께 할 때 행복한지에 대한 생각이 명확해야 된다는 의미이다.
나이가 들수록 생각이 많아지는 건 사실이다. 이미 결혼한 친구들, 지인들을 통해 예전에는 모르던 결혼 생활의 현실을 알게 되었고 단순히 둘만 좋다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것도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다.
결혼은 연애가 아니라 생활이기에 외적인 조건 역시 중요하겠지만 조건에만 치중하기보다는 서로의 가치관이 비슷한지, 같은 방향을 보고 나아갈 수 있는지, 힘든 시기가 와도 서로를 믿고 의지할 수 있을지 같은 것들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결혼은 '하냐 안 하냐'보다 '누구랑 하는가'가 중요하다.
그러니 결혼 적령기라는 나이에 너무 얽매일 필요는 없다. 꽃도 피고 지는 시기가 다 다른데 왜 결혼은 모두 비슷한 시기에 해야 된다고 규정짓는지 모르겠다. 부모님의 기대, 주변 사람들의 시선, 나이가 찼다는 부담감, 더 늦으면 힘들 것이라는 불안감 등에 휩쓸려 충분한 고민과 통찰 없이 성급하게 결정하는 결혼에서 과연 행복을 찾을 수 있을까?
인생이라는 긴 항해를 같은 목적지를 향해 함께 나아갈 수 있는 동반자를 찾는 과정은 신중해야 하고 또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나는 아직도 열심히 찾는 중이다.
비혼주의가 아니라 찾고 있는 중이라는 뜻이다.
그러니 혹시 결혼 적령기를 지난 사람을 만나더라도 비혼주의냐는 질문은 하지 말자..
그건 그렇고 언젠가 그 사람을 만나게 된다면 일단 한 대 때려야겠다! 대체 어디 있었냐고, 얼마나 찾았는지 아냐고 투정도 좀 부려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