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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본재 Apr 12. 2019

결혼식 당일, 전지적 신부 시점

우리는 손을 맞잡고, 함께 이 길을 걸어 나갈 것을 약속했다

축복의 의미를 담은 종이 울린다. 종이 울렸다는 건, 곧 결혼식 시작을 알리는 의미.


‘이제 저 문을 열고 들어가 버진로드를 걷겠지.’


이상하리만큼 긴장되지 않던 결혼식 당일, 입장 전 문 앞에 서니 비로소 몸이 떨려왔다. 이 떨림은 약간의 묘한 흥분(설렘이라는 게 맞을까?)과 알 수 없는 감정의 교차점이었다. 이 온도와 숨결이 맞잡은 신랑의 손으로 전해졌으리라. 실로 결혼식에서 가장 긴장된 순간이었다.

 

신랑 신부가 동시 입장을 한다는 것


드디어 닫혀있던 식장 문이 열리고, ‘The Lord bless you and keep you(주님께서 그대를 축복하시고, 지켜주시리라)’ 4중창이 울려 퍼졌다. 이 곡은 영국 왕실 해리 왕자와 메건 마클의 결혼식에서 기도 형식의 송가로 진행된 곡으로써, 굉장히 경건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성스러운 음악이 흐르고 필자는 신랑과 함께 버진로드를 걸었다. 신랑 신부가 동시입장을 한다는 것, 새삼스럽지도 않은 요즘이다. 그렇지만 필자는 오래전부터 인생 가장 축복받는 결혼식에서 내가 선택한 배우자와 시작을 당당하게 함께 하고 싶단 생각이 있었다. 30년 넘게 서로 다른 길을 걸어온 남녀는 이 버진로드를 지나 많은 사람의 축복 속에서 ‘부부’ 임을 서약한다. 분명 살면서 오늘처럼 행복하고, 좋은 날만이 있지는 않을 것이다. 아프고 힘들 때도 있겠지만 절대 서로를 외롭게 두지 않으리라. 우리는 손을 맞잡고, 함께 이 길을 걸어 나갈 것을 약속했다. 우리의 새 출발은 많은 사람들의 박수와 환호 속에서 시작됐다.


단 한 번의 후회 없는 결혼식을 위해


결혼식 진행에 있어 고민을 넘어 고뇌에 차있었다. 주례 있는 혹은 주례 없는 결혼식부터 일반 입장, 동시 입장까지 힘들게 고민했던 이유는 언제나 그렇듯 후회하지 않기 위해서다. 심사숙고 끝에 후회 없는 결혼식을 치렀다. 우리의 결혼식은 <동시 입장 - 혼인서약서 낭독 - 성혼선언문 낭독 - 신랑, 신부 편지 낭독 - 주례사 - 축가 1 - 축가 2 - 부모님께 감사 인사 - 행진> 순으로 진행되었다. 결혼식만 놓고 본다면 30분 ~ 1시간이 채 안되는데, 많은 신랑 신부들은 몇 날 며칠을 두고 고민한다. 결혼은 두 사람만이 하는 것은 아니기에.


우리의 경우, 주례사가 무척이나 짧았다. 결혼 전, 주례 선생님을 만났을 때 우리에게 단 2분만 주례를 하겠다고 말씀하셨다. 실제 2~3분 내외 짧은 주례였지만, 굉장한 임팩트가 있었다. 하지만 영상 감독님은 사전 미팅에서 우리의 예식이 너무도 간결해질 것을 우려해(영상에 담을 것이 없음을 우려해) 신랑 신부의 편지 낭독이 추가됐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주셨다. 결과적으로 임팩트 있는 짧은 주례와 우리의 편지 낭독은 그야말로 잘한 선택이었다. 편지에는 우리의 첫 만남부터 결혼을 결심하기까지의 감정, 그리고 앞으로의 다짐을 담백하게 녹여 넣었다. 실제 결혼식에서 낭독한 필자와 신랑의 편지 일부를 발췌했다.


[신부에게 편지낭독 중인 신랑 / photo by.스냅 바이 아모이]


나의 신부에게

작년 여름, 우리는 만났습니다. 아담한 그녀의 모습은 소녀같이 귀여웠습니다. 그녀를 처음 만나고 2주의 시간이 흐른 후 결혼을 생각했고, 1달의 시간이 흐른 후 우리는 결혼을 약속했습니다. 이렇게 빨리 결혼을 약속했다는 게 믿어지지 않을 만큼 짧은 시간이었지만, '이 사람이다'라는 확신을 하기에는 충분한 시간이었습니다.


(중략)


'손에 물 한 방울 묻히지 않게 하겠습니다'라는 뻔한 말은 하지 않겠습니다. 대신 살림과 육아는 제가 더 앞장서서 하겠습니다. 바라만 봐도 웃음이 나는 사람, 제 인생의 마지막 사랑인 이 사람에게 앞으로 저의 모든 것을 바쳐서 아낌없이 사랑하고 행복하게 해 줄 것을 이 자리에서 약속합니다.



나의 신랑에게

우리는 만났습니다. 봄이 완전히 퇴색하고, 산과 들에 신록이 일렁이는 무렵에 만났습니다. 혜화역 2번 출구 앞에서 저를 보고 환히 웃는 그의 첫 모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첫 만남에 쌀국수를 먹으며,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조곤조곤 다정한 말투가 참 듣기 좋았습니다. 중저음의 목소리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말속에 배려가 서려 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누군가를 만나는 것조차 소모적인 일이라고 생각될 때, 만난 이 사람은 너무나도 가슴이 따뜻한 사람이었습니다.


(중략)


'매일 아침밥을 차려주겠습니다'라는 뻔한 말은 하지 않겠습니다. 다만, 가장이란 이름으로 무거운 짐을 혼자 짊어지게 하지 않겠습니다. 소중함을 잃지 않고, 매 순간순간 최선을 다해 사랑하며 살겠습니다.


[웨딩홀과 어우러진 환상적인 연출 / photo by. 스냅 바이 아모이]


경건하고 성스러웠던 결혼식


필자는 노블발렌티 대치점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10m의 높은 천고와 원목으로 된 반원 천장이 고풍스러움을 불러일으켰다. 화이트 벽과 대리석 바닥이 조화를 이루고, 별처럼 수놓아진 샹들리에가 웨딩홀 양쪽 천장에서 빛나고 있었다. 버진로드 양 끝에 있는 생화 장식은 화이트&그린으로 필자의 유차리스 부케와도 잘 어우러졌다. 신부대기실의 꽃 또한 마찬가지였는데, 어느 하나 소홀하지 않고 세심히 신경 쓴 흔적이 보였다. 또 하나 마음에 들었던 것은 조명이었다. 채플홀답게 따뜻한 조명이 신랑 신부 입장에 맞춰 샹들리에와 함께 켜졌다. 퇴장 후, 2층에서 뿌리는 플라워 샤워, 피아노 연주와 함께한 4중 창의 라이브 역시 여기서 결혼하기 잘했다는 생각이 든 하이라이트 부분이었다. 전체적인 홀 분위기가 참 따뜻해 본식 스냅사진과 DVD 역시 기대된다.


물론, 결혼식 당일 신랑 신부는 이런 분위기를 온전히 느낄 새 없다. 신혼여행지에서 받아 본 지인들의 사진과 영상이 그날의 분위기를 말해주고 느낄 수 있을 뿐이다. 그동안은 늘 결혼식 하객으로서 누군가의 사진과 영상을 찍어주기 바빴는데, 결혼하는 입장에서 지인들이 보내온 사진과 영상이 그렇게 고마울 수 없었다. 하객들의 센스 있는 사진과 영상을 보며 다시 한번 그날의 감동을 떠올렸다.


우리의 결혼식은 말 그대로 평소 로망이었던 ‘경건하고, 성스러웠던 결혼식’이었다.


‘너무 아름답고 감동적인 결혼식이었다’

‘네가 우니깐 눈물 나더라, 행복하게 잘 살아’

‘드레스도 베일도 홀도 너무 예뻤다’

‘음식이 너무 맛있었다’



필자의 결혼식을 다녀간 지인들의 따뜻한 메시지에 다시금 행복감이 차오른다. 전지적 신부 시점에서 바라본 결혼식 후기와 함께 행복한 결혼식을 앞둔 또 다른 신랑 신부에게 팁을 전하며 이 칼럼을 마친다. 꼭 도움이 되길 바란다.


Tip

웨딩슈즈의 헐떡거림이 걱정된다면

결혼을 준비하며 발까지 살이 빠진 걸까. 결혼식 당일 웨딩슈즈가 헐떡거려 입장 시, 코르사주가 빠져버렸다. 미리 체크해서 패드를 넣거나 발목 스트랩을 달 것을 추천한다.


의식적으로 허리와 어깨 펴기

평소 컴퓨터를 많이 하는 직업(사실 모든 직장인들이 그렇지만), 스마트폰을 많이 보는 사람의 경우 자세가 안 좋은 경우가 많은데, 신부대기실이나 입장 시 의식적으로 허리와 어깨를 펴는 것이 좋다. 구부정한 자세와 활짝 핀 자세의 차이는 사진에서 볼 때, 정말 하늘과 땅 차이다.


하루 쉬고 허니문을 가는 것은 어떨까?

우리는 결혼식 당일, 허니문을 떠났다. 12:30 예식을 시작으로 4시가 훌쩍 넘어 모든 것이 종료되었다. 우선 메이크업만 서둘러 지우고, 7시까지 공항에 도착했다. 결국 스프레이 때문에 딱딱하게 굳은 머리는 이튿날 신혼 여행지에서 감을 수밖에 없었다.

*물론, 인천공항 샤워실을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수건 및 드라이가 제공되지만 세안제는 개인이 준비해야 한다. 이용객이 몰리는 시간에는 대기를 해야 하기에 시간 체크는 필수다.


에디터. H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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