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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본재 Apr 29. 2019

나의 비혼식에 당신을 초대합니다

비혼론자들도 축의금 회수하고 싶어요


결혼에도 트렌드가 있다고들 한다. 요즘은 비교적 스몰웨딩, 셀프 웨딩이 유행이고, 로맨틱함으로 유명한 특정 장소-예를 들면 국내에서는 제주도, 외국에서는 파리나 프라하 등이 있다-에서 스냅사진을 전문적으로 찍어주는 사진작가를 고용해 웨딩 사진을 촬영하는 것이 유행이기도 하다. 이렇게 결혼과 관련된 트렌드가 점차 발전하고 또 다양해지는 만큼 싱글들만의 문화에도 변화와 진전이 있어왔는데, 그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비혼식’이다.


비혼식. 결혼을 원하지 않는 ‘비혼론자’들이 완전하고도 완벽하게 ‘결혼’이라는 제도 하에 들어가지 않겠다는 의지를 많은 사람들에게 명명백백하게 공표하는 자리다. 물론 비혼식이라는 과정 없이 가족을 포함한 주변인들에게 그저 ‘나는 독신주의자이기 때문에 결혼할 생각이 없어’라고 명확하게 이야기하거나 소개팅, 맞선 등은 거절한다는 의사를 밝히는 것에 그칠 수도 있다. 하지만 비혼식을 굳이 하는 이유는 결혼식이 부부가 중심이 되어 축하받는 자리인 것처럼 비혼론자가 중심이 되어 비혼이라는 자신의 가치관을 많은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싶어 하는 것과 동시에 남의 결혼식, 백일잔치, 돌잔치에 들러리로 참석해 쏟아부은 많은 액수의 축의금들을 회수하고 싶다는 생각도 있기 때문이다.



나는 비혼론자는 아니지만, 비혼론자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비혼식을 하고 싶은 다양한 이유들 중에서도 특히 ‘축의금 회수’라는 측면은 특히 이해가 되는 부분이었다. 생각해보라, 나는 친구며 직장 동료며 여기저기 행사에 주말마다 시간 들여 적지 않은 금액을 축의금으로 냈는데, 정작 나는 결혼도 하지 않고 자식도 없어 백일잔치, 돌잔치에서 회수할 돈이 없다. 나 같아도 그간 주변에 축의금으로 낸 돈의 액수가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을 것 같은데, 하물며 확고한 비혼론자들은 어떻겠는가? 물론 다른 사람의 결혼식, 잔치에 참석해서 축하해준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매우 기쁜 일이다. 하지만 ‘본전’이라는 측면에서 비혼론자들은 소위 ‘본전도 못 찾는 사람들’이라고도 볼 수 있다. 따라서 이들이 비혼식을 통해서라도 그간의 축의금을 회수하고 싶다는 의사를 표현하더라도 이것을 비난하거나 쪼잔하다고 볼 필요가 없다.


실제로 비혼론자들은 비혼식을 할 수만 있다면, 자신의 가치관을 널리 당당하게 알리고 또 비혼식으로 회수한 축의금으로 여행을 가거나 스스로에게 좋은 가방, 옷을 선물하고 싶다고 한다. 그리고 독신 생활에 필요한 가구를 구입하는 등 혼자만의 여유로우면서도 윤택한 생활을 위해 재투자하고 싶다고 이야기한다. 물론 설문조사를 통해 비혼론자들에게 ‘비혼식을 정말로 할 것인가?’에 대해 물어보았을 때, 비혼식 자체에 대해서는 60% 이상의 사람들에게서 긍정적인 반응을 얻을 수 있었으나 실제로는 15%가량의 사람들만 ‘정말 비혼식을 하겠다’라고 대답했으니, ‘가정(假定)’에 기반을 둔 설문조사인 것을 감안한다면 실제 비혼식이 이루어질 확률은 현저히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실에서 비혼식을 할 예정이니 와달라고 초대장을 보냈을 때, ‘장난’이 아닌 진심으로 축하해줄 사람이 얼마나 될까에 대한 걱정이 높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이 20대 중, 후반이 되면 자연스럽게 결혼을 하고, 무조건 자녀는 2명 이상을 낳아야 하며 그중에서도 아들 하나는 꼭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던 시대는 지났다. 서울과 같은 대도시에서는 1인 가구의 수가 4인 가구보다 더 많아지고 있는 지금, 모두들 장난이라고 농담이라고 받아들여도 스스로만큼은 진지하게 비혼을 꿈꾸고 비혼식을 계획하고 있을 모든 용기 있는 비혼론자들을 응원하는 바이다.








에디터 푸들

앞으로 여러분들께 저의 지나온 연애사를 비롯해 제 주변 지인들로부터 들었던 현실감 있으면서도 공감 가는 사랑, 연애, 결혼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드리고 또 여러분들로부터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세상에 존재하는 ‘사랑하고 연애하며 그 과정에서 결혼을 고민하고 가끔은 비혼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는’ 수많은 보통 사람 중 한 명의 이야기,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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