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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본재 Apr 15. 2019

혼전 동거에 색안경을 끼고 보는 모든 이들에게

함께 살아보는 것도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이죠


남자친구와 연애 5년 차인 내가 친구들을 만나면 가장 많이 듣는 이야기가 있다. 첫 번째는 “그렇게 오래 만났는데 결혼 생각 없어?”이고, 두 번째는 “남자친구도 너도 혼자 살고 있는데 어차피 결혼할 거면 돈도 아낄 겸 같이 살고 싶다는 생각 해본 적 없어?”이다. 그만큼 연애의 종착역이 결혼이고, 으레 오래 사귄 연인들이 결혼하는 것을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이건 비단 부모님 또래의 어른들만의 생각은 아니다. 20, 30대 중에도 ‘오래 만난 사이 = (잠정적으로) 결혼할 사이’라고 당연하게 생각해버리는 경우가 많은 편이다.


7년 열애, 9년 열애 끝에 ‘좋은 동료로 남기로 했다’, ‘각자의 길을 가기로 결정했다’, ‘상대방의 앞날을 응원해주기로 했다’라는 다소 진부한 문장을 통해 결별 소식을 알린 몇몇 연예인 커플들에 대해서도 사람들은 “이 커플은 무조건 결혼할 줄 알았는데…” 혹은 “9년 연애했으면 거의 가족이나 부부 아님? 헤어질 수 있다는 게 더 놀라움”이라는 반응을 아무렇지 않게 내비치는 것만 봐도 오래 사귄 커플들에 대한 사람들의 일반적인 시각을 알 수 있다.



물론 결혼해서 검은 머리 파뿌리 될 때까지 알콩달콩 행복하게 살 수 있다면 ‘연애의 종착역은 결혼이다’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결혼한 지 3년도 채 되지 않아 이혼하는 신혼부부의 비율이 생각보다 높은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연애 때 서로를 충분히 그리고 깊게 탐색하거나 이해하지 못한 채 결혼이라는 과정으로 쉽게 뛰어드는 사람들이 많고, 결혼 생활 중에 마주하는 상대방의 예상치 못한 모습에 실망하고 싸우다가 결과적으로는 좋지 않은 결론에 도달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친구들과의 만남에서 가장 많이 듣는 2가지의 질문이 부담스럽기는 하지만, 시간이 흘러 언젠가 마주할 수도 있을 행복한 결혼 생활을 위해 나에게도, 연애를 하고 있는 수많은 다른 사람들에게도 ‘주변 시선’ 때문에 동거해보는 것을 꺼리지는 말라고 하고 싶다.


‘혼전 동거’라는 말 자체가 주는 거부감이 큰 것은 사실이다. 사회적 비난을 받거나 주홍글씨가 새겨질까 걱정되기 때문에 동거를 꺼리거나 비밀로 부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큰 불화만 없다면 평생을 함께 살지도 모르는 사람을 ‘선택’하고 ‘결정’하는 것에 있어 어떻게 몇 번 데이트하고 몇 달 혹은 1, 2년 알아보고만 결정할 수 있겠는가? 내가 알 수 없는 일상생활에서의 이 사람의 모습, 가장 편한 공간이라는 집에서의 행동 등을 알아가는 과정에서 신뢰를 구축하고 함께 할 반려자로서의 확신을 주고 또 받고 싶다면, 충분히 동거를 선택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동거를 선택한 이들에 대해 우리는 왈가왈부할 이유도 권리도 없다.



물론 어떤 이들은 “예전에 누군가와 동거를 했던 경험이 있는 남자친구 혹은 여자친구는 싫어요”라고 말할 수 있다. 당연하다. 내 연인의 과거는 과거일 뿐이라며 그냥 넘기는 사람이 있는 반면, 과거도 그 사람을 이루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이기 때문에 허투루 생각할 수 없는 사람도 있다. 양쪽 의견 모두 존중한다. 그럼에도 서로에 대해 남들보다 더욱 적극적으로 알아가고 싶어 동거를 택한 사람들에게 ‘과거가 깨끗하지 못하다’, ‘사실 살림 한 번 차린 것이나 마찬가지다’라며 강도 높은 비난을 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과거에 동거 경험이 있다면, 현재 만나고 있는 혹은 연인으로서 만나게 될 관계에 있는 사람에게 솔직하게 말하는 것도 필요하다. 상대방은 나와 다르게 동거 경험에 대해 불편하게 생각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사전에 일언반구 없이 연인 관계를 시작하거나 지속하면 상대방이 그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배신감을 느낄 수도 있다. 


세상에는 다양한 유형의 사랑과 연애 방식이 있고, 그 사랑과 연애 방식 모두 존중받아 마땅한 것이기에... 동거(경험)에 솔직한 사람들을 적어도 색안경을 끼고 대하지는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도 다양한 형태의 사랑을 영위하고 있는 모두의 연애를 응원한다.







에디터 푸들

앞으로 여러분들께 저의 지나온 연애사를 비롯해 제 주변 지인들로부터 들었던 현실감 있으면서도 공감 가는 사랑, 연애, 결혼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드리고 또 여러분들로부터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세상에 존재하는 ‘사랑하고 연애하며 그 과정에서 결혼을 고민하고 가끔은 비혼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는’ 수많은 보통 사람 중 한 명의 이야기,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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