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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본재 Apr 01. 2019

나, 이대로 결혼하지 않아도
괜찮을까?

20 30대 결혼 적령기에 속해 있는 당신에게 전하는 토닥임


요즘 20, 30대 미혼 여성들에게 특히 인기가 많은 에세이집이 하나 있다. 바로 일본의 마스다 미리 작가의 <수짱 시리즈>이다. 30대 후반의 미혼 여성인 수짱은 조리사 자격증을 가지고 있고, 현재는 카페에서 점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수짱 시리즈>는 30대의 미혼 여성으로 살아가는 수짱이 일터에서, 집에서, 취미로 다니는 학원 등에서 보고 듣고 경험하는 것, 만나는 사람들과의 인간관계에 대해 생각하는 것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얼마 전, 개인적인 작업의 일환으로 <수짱 시리즈>를 접할 기회가 있었고 시리즈 중에서 유독 <결혼하지 않아도 괜찮을까?>라는 제목의 책이 눈길을 끌었다. 일러스트와 간단한 대화 위주의 100페이지 내외의 책이었기 때문에 앉은자리에서 1시간도 채 되지 않아 다 읽을 수 있었다. 하지만 책을 읽기 위해 걸린 시간은 1시간이었지만, 이 책이 나에게 주는 반향은 컸다.


흔히들 말하는 결혼 적령기에 속해 있는 사람들에게 ‘20대 후반~30대 초반’은 고민이 많은 시기이다. 친구들은 하나둘씩 짝을 찾아가고 있고, 내 손에는 주변에서 받은 청첩장이 쌓여만 가고, 주말마다 데이트 약속은커녕 친구들과 지인들, 회사 동료들 결혼식에 참석하기 바쁘다. 어떤 날은 결혼식이 겹쳐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기도 하고, 축하해주기 위해 참석한 결혼식에서 신부 들러리를 서며 신부가 제일 예쁘게 나온 사진을 건지기 위해 광대가 터져라 웃어대고 있으면, 축하하는 마음과는 별개로 스스로의 처지가 어쩐지 울적해지기도 한다. 화려하고 시끌벅적했던 결혼식장을 벗어나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면 늘, 한 치의 다름도 없이 ‘이대로 가다가 나만 결혼 못 하는 거 아니야?’라는 생각을 떠올린다. 실제로 나 또한 이런 과정을 몇 번이나 겪었기 때문에 <결혼하지 않아도 괜찮을까?>를 읽었을 때 남의 이야기처럼 느껴지지 않았던 것이었다. 



결혼을 아주 간단히 생각해보면 ‘사랑하는 사람과 더 이상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아 질 때 그리고 같이 밥 해 먹고살고 싶을 때’ 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좀 더 깊게 들어가면, 결혼은 단순히 ‘좋아서, 사랑해서, 같이 살고 싶어서’라는 이유만으로 결정할 수 있는 것은 결코 아니다. ‘결혼하자!’라는 당사자 간의 의견 합치가 된 후에 수많은 책임과 의무들이 따르기 때문이다. 배우자의 부모님도 나의 부모님처럼 생각할 수 있어야 하고, 내가 혹은 배우자가 경제 활동을 하지 못할 때에는 가정 전체를 책임져야 한다는 점을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하며, 아이들을 낳을지 말지부터 낳게 된다면 몇 명을 낳아 어떻게 키울지에 대해서도 깊게 생각해보아야 한다. 지금 열거한 것들은 결혼에 부수되는 아주 극히 일부분일 뿐이며, 실제로는 말로 다 할 수 없을 만큼의 책임과 의무들이 ‘결혼’ 안에 포함된다.


이렇게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니 문득 친척들의 결혼식에 참석했을 때 집안 어르신들이 종종 “그래, 저렇게 나이가 어리니까 결혼도 할 수 있는 거야”라고 했던 말이 훅 와 닿는다. 역시 어른들의 삶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진실된 말은 -꼰대들의 오지랖 넓은 잔소리는 제외하고- 틀리는 법이 없다. 나이가 어리고 삶의 경험이 비교적 미천한 20대 초중반에는 사랑만으로 먹고살 수 있을 거라는 ‘근자감’을 안고 결혼이라는 길로 들어서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점점 부모님의 노후까지 걱정해야 하는 20대 후반에 접어들기 시작하면 더! 이상 어릴 때처럼 ‘이 내 한 몸’만 생각할 수 없게 된다. 그렇게 나와 우리 부모님, 우리 집을 생각하다 보면 배우자의 부모님과 집도 챙겨야 할 것 같고… 스스로를 챙기기도 벅찬 세상에서 누구를 더 책임지겠다는 생각을 하냐며 자조하게 된다. 그리고 비혼에 대한 생각 혹은 다짐으로까지 이어지기도 하는 것이다. 



몇 개월 전부터 우연히 알게 되어 꾸준히 영상을 통해 지켜보고 있는 한 유튜버가 있다. 이 유튜버는 30대 후반의 혼자 독립하여 거주하고 있는 미혼 직장인 여성으로, 앞서 말한 <수짱 시리즈>의 수짱과 생활 조건 자체는 매우 흡사하다. 이 유튜버의 구독자가 10만 명 언저리일 때부터 구독해서 보기 시작했는데, 어느새 20만 명을 훌쩍 넘을 정도로 인기가 날로 치솟고 있다. 그리고 난 그 이유를 ‘결혼하지 않고도 미혼의 삶을 재미있고 멋있게 즐기는 모습을 비슷한 나이 때의 20대, 30대 여성들이 동경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본인의 브이로그 영상에서 ‘월급’을 통해 각종 빈티지 제품과 디자이너 의류, 명품 가방 등을 구입해 착용하고 다니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로써 ‘멋있고 능력 있는 커리어우먼’이라는 이미지가 사람들에게 각인되었고, 직장에서의 커리어와 일상생활에서의 편안함을 적절히 조화시키는 모습에 많은 여성들이 ‘멋있는 언니’라고 생각하며 동경하게 된 것이다. 이 유튜버 또한 라이브 방송을 통해 “30대 후반인데 결혼 생각은 없으세요?”와 같은 조금은 무례할 수 있는 질문에 대해서도 아주 쿨하게 “좋은 사람 있으면 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모르겠어요. 지금 제 생활도 좋아요”라고 거침없이, 망설임 없이 답한다. 사람들은 이 대답에 또다시 경탄을 하고, 이제 1년에 아이 1명도 채 낳지 않는 대한민국에서 많은 여성들은 다시 한번 연애와 결혼을 고민한다.


많은 사람들은 결혼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사람들 혹은 비혼을 선언한 사람들에게 “너 그러다 나중에 늙어서 고독사 한다”, “노후는 어떻게 할래?”, “지금은 몰라도 40, 50만 넘어가 봐. 외로워서 죽으려고 할 걸? 괜히 비혼이다 뭐다 재지 말고 그냥 좋은 사람 있으면 결혼해”라고 아무렇지 않게 개인의 가치관을 무시하는 발언을 한다. 하지만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결혼 또한 먹는 것, 입는 것,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 등과 같이 ‘기호’ 혹은 ‘선택’의 하나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현시점에서, “이대로 결혼하지 않아도 괜찮을까?’라는 질문을 하는 사람에게 “그래, 네가 그렇게 생각한다면 그것도 그것 나름대로 괜찮지”라고 대답해 줄 수 있어야 한다고. 그리고 스스로에게도 “인생의 종착역은 결혼이 아니야. 굳이 결혼하지 않아도 괜찮아!”라고 다독여주라고 말이다.







에디터 푸들

앞으로 여러분들께 저의 지나온 연애사를 비롯해 제 주변 지인들로부터 들었던 현실감 있으면서도 공감 가는 사랑, 연애, 결혼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드리고 또 여러분들로부터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세상에 존재하는 ‘사랑하고 연애하며 그 과정에서 결혼을 고민하고 가끔은 비혼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는’ 수많은 보통 사람 중 한 명의 이야기,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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