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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본재 Jun 19. 2019

“이런 식으로 결혼을 해?”
부모님이 놀란 이유

금전적 도움의 거의 받지 않고, ‘우리답게’ 결혼하기. 그런데 반전이?

얼마 전에 아는 동생이 연락 와서 하소연을 했다. 여자친구랑 결혼하기로 약속했는데, 자기 어머니가 벌써부터 간섭이 심하다고. 여자친구 멘탈이 단단해서 잘 넘기고 있는데 앞으로 결혼 준비 과정이 걱정된다는 것이었다. 한참을 듣다가 나는 이렇게 물었다.


“그래서… 결혼할 때 부모님한테 도움받아?”

“돈 모아놓은 게 없어서 사실 좀 많이…”

“모은 게 없어? 너 사는 집은?”

“사는 집도 부모님이 보증금 해주신 거…”

“그럼 할 말도 없네 뭐. 돈 주시면서 그 정도 간섭 못하는 건 좀 너무한 거 아닌가?”


결혼 비용과 부모님의 관여에 대해 나의 생각은 꽤 명료한 편이다. 결혼할 때 부모님이 금전적으로 많이 도와주실수록 자식 인생에 지분은 높아질 수 있다는 것. 지분이 크면 주주에게 의사결정권이 생기기 마련이다. 아니 뭐... “너네끼리 알아서 해라”하시며 쿨하게 큰돈을 내어주시면 좋겠지만, 관여하시겠다고 해도 크게 불평할 건 없다고 생각한다. 부모님 세대가 훨씬 돈 모으기 쉬운 시대였다고는 하나, 그 돈이 그냥 생긴 것은 아니지 않나.



“뭐든 우리 마음대로” 결혼 준비는 수월했다


넉넉하지 않은 입장이지만, 우리 커플은 부모님의 금전적인 도움을 최소한으로 받았다. 남편과 이 문제에 대해 구체적으로 상의한 적은 없지만 ‘독립된 형태의 결혼 준비’ 여야만 우리 식대로 이뤄지리라는 암묵적 동의 같은 게 있었다. 게다가 둘 다 경제적으로 독립한 지도 오래됐고, 나이도 좀 있는지라 자연스럽게 그렇게 하기로 결정했던 것 같다. 비슷한 수준의 넉넉지 않은 평범한 가정에서 각각 자라온 지라 부모님이 우리에게 내어 주실 돈이 있다면 노후 준비에 보태시길 바랬다.


집은 임대주택이다. (사실 이건 시아버지가 예전에 애써주신 덕분이다. 보증금은 우리 손으로 해결했다.) 양가 부모님은 가전을 하나씩 사주셨다. 나머지는 우리가 알아서 해결했다. 가구는 보기 좋지만 싼 걸로 인터넷에서 골랐다. 집이 워낙 좁고, 임대라서 인테리어가 필요 없었기에 비용을 많이 아꼈다. 그래서인지 준비 과정에서 부모님과 관련해서 스트레스받는 일이 없었다. 부모님께 돈 문제로 아쉬운 소리를 해야 하는 입장이었다면 많은 일을 상의해야 했을 거다. 그랬다면 관여도는 높아졌을 터. 돈이 부족해서 힘들 때도 있었지만 남편과 서로 합의하며 잘 넘겼다.



결혼식은 최소한으로 하길 바랬다


사실 결혼식은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라는 생각이었다. 같이 있을 수 있다면 어떤 방식이든 괜찮았다. 하기로 결정하고부터는 최대한 간단히, 효율적으로 하자는 주의였고.


우리는 양가 부모님과 상의하지 않고 결혼 날짜, 식장, 진행 방식을 정해서 통보했다. 예단, 예물도 생략. 양가 사이 금전적으로 불필요한 과정이 오갈 수 없게 했다. ‘절값’이라는 이해 못할 돈이 오가는 폐백도, 결혼 전 후 양가가 주고받는 선물이나 음식도 생략. 내 기준에서 의문이 드는 과정과 그에 따르는 비용은 다 생략했다고 해도 무방하다. 이에 대해 양가 어른 모두 큰 이견이 없으셨다. 사실 결정을 하고 통보하는 식이었던 지라, 뒤집을 수도 없었긴 했다. 질문이 오면 이렇게 하는 게 합리적인 거라고 설명드렸다. 우리 엄마는 “이렇게도(?) 결혼하는구나"하며 신기해하셨다. 딱 한번, 시아버님께서 폐백을 안 해서 아쉽다고 하셨지만 잘 넘겼다.


이제와 회고하자면, 나도 초혼이라서(!) 몰랐는데 결혼식 한번 하는 데 이해 못할 돈이 많이 오가더라. 남들 하는 거 다 하려면 시간과 돈이 많이 필요하다는 것을 결혼을 준비해보며 알았다. 축약하고자 한다면 인정사정없이 또 줄일 수 있는 거더라.



돈보다, 결혼을 통해 행복해지는 방법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


자산의 규모보다는 사실, 어떤 사람과 어떤 식으로 결혼을 해야 행복할지 아는 것이 우선인 것 같다. ‘나는 무조건 서울 내 30평대 아파트 이상 아니면 결혼하지 않겠다’라는 식의 구체적인 기준을 세우는 사람도 봤다. 나는 오히려 그렇게 확실한 기준을 가진 사람이 더 행복해질 확률이 높다고 생각한다.


자산 규모가 어쨌든 남과 비교하지 않으며 행복하게 살 수 있겠다는 확신이 중요하다. 100억을 가져도 1,000억 가진 사람 부러워하면서 살면 불행할 것 같다. 그놈의 돈이 도대체 뭔지, 때론 참 그렇긴 하지만... 어쨌든 돈 때문에 이혼하는 커플이 많다는 것만 봐도 중요한 문제다. 선택은 본인 몫이고, 한번 한 결혼은 무르기 어렵다.

이 글을 쓰다 보니 좀 걱정이 되는 게, 워낙 평소 내 주관이 뚜렷하고 부모님들이 그걸 이해해주셨기에 결혼 준비든 뭐든 내 식대로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부모님의 금전적인 도움을 받았지 않았기 때문에 = 이렇게 됐다’라는 단순 결론을 내리기는 어렵다. 이런 결혼도 있구나, 정도로 봐주시라.


반전은 있었다


부모님들이 우리를 이해하고 지지해주시는 데도 불구하고, 결혼하고 나서 가족과의 관계가 점점 달라지고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그 관여도라는 것이 다른 식으로 상승하는 느낌이랄까?


내가 원치 않아도 결혼을 계기로 관계가 새로 정립되고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결속력이 더 다져지고 있다. 부모님이 (내 기준) 잦은 주기로 안부 연락을 받기 바란다거나, 없던 가족 행사가 생긴다거나 하는 게 신기하다. 예전과 달라진 건 남편과 내가 따로 자취하던 살림을 합치고, 결혼식이라는 걸 했다는 것뿐인데 말이다. 아직까지 투-머치하다는 생각이 드는 사건이 없어서 무탈하게  잘 지내고 있긴 하다. 다음 화에는 이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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