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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본재 Sep 04. 2019

웨딩플래너 출신 신부의
결혼 준비 고군분투기

결혼식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준 몇 가지 노하우

웨딩플래너, 웨딩잡지 기자, 웨딩홀과 웨딩드레스숍 홍보 마케팅까지. 필자는 지난 수년간 웨딩 업계 내 다양한 직무를 경험했다. 그렇다 보니 내 결혼식에 대한 주변 사람들의 기대치도 여간 높지 않았다. 한 때는 발리의 어느 리조트에서 열리는 영화 같은 결혼식을 꿈꾸기도 했고, 빈 공간을 빌려 전시회 같은 재미있는 결혼식을 기획해볼까 의욕이 앞서기도 했다. 하지만 지극히 평범한 강남의 어느 한 일반(?) 결혼식장에서 식을 올렸다. 시간적, 경제적 요인과 같은 현실의 벽도 있었지만 무엇보다도 몇 년간 수많은 결혼식을 보며 깨달은 바가 있었다. 화려하고 웅장한 결혼식도 분명 멋지고 좋지만, 결국 가장 중요한 건 하나부터 열까지 두 사람의 이야기로 결혼식의 '내용'을 채워야 한다는 것. 결혼식을 가장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건 아름다운 웨딩드레스도, 화사한 메이크업도, 풍성한 꽃장식도 아니다. 바로 두 사람의 이야기다.


하지만, 대부분의 예비부부들이 결혼식의 형식에 치우쳐 내용을 간과한다. 나는 우리 두 사람의 이야기가 고스란히 녹아있는 결혼식을 완성하기 위해 디테일에 모든 걸 바쳤다. 덕분에 으리으리한 결혼식은 아니었지만 속이 꽉 찬 결혼식을 완성할 수 있었다. 그 결과 결혼식에 와준 지인들로부터 결혼식이 너무 감동적이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그 뿌듯함이야말로 나에겐 감동이었다. 세상의 어느 결혼식이 감동적이지 않겠냐만 2년이 훌쩍 지난 지금도 우리의 결혼식을 기억해주고 자문을 구하러 연락하는 지인들이 있어 감사하다. 이 글을 통해 필자가 결혼식이라는 하나의 이벤트를 어떻게 기획하고 채워나갔는지 기록해보고자 한다. 결혼식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줄 필자의 노하우가 행복한 결혼을 앞둔 예비부부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결혼식의 시나리오를 쓰다
[꼭 연출하고 싶었던 웨딩링 교환]


먼저 결혼식의 뼈대를 말하고 싶다. 식순을 정하고 그에 따른 사회자의 진행 멘트를 체크하고, 결혼식의 처음과 끝을 구성하는 것. 이 모든 행사 기획의 감독은 신랑, 신부가 주체가 되어야 한다. 그 날의 주연배우이자 시나리오의 감독이 되어야 하는 셈. 그러나 생각보다 많은 신랑, 신부가 웨딩홀의 정해진 식순을 그대로 따르거나 사회자 대본을 사전에 확인조차 못(안)하는 경우가 있다. 이는 배우가 대사를 미처 다 외우지 못한 상태로 무대에 오르는 것과 같다. 특히 결혼식 전문 사회자가 아닌 지인이 사회를 진행하는 경우 사회자 대본까지 꼼꼼히 체크하는 것은 필수다.


예비 신랑과 나는 시간을 분 단위로 체크해 식의 순서와 그에 따른 사회자 멘트, 그때그때 사용되는 음악과 영상, 신랑 신부 동선, 이하 식을 도와줄 현장 스텝들의 역할, 필요한 준비물까지 최대한 디테일하게 문서로 정리했다. 그리고 이를 주례자, 사회자, 웨딩홀 담당자와 공유하고 그 내용을 자세히 설명했다. 결혼식 당일날 현장을 함께 완성할 조력자와 합을 맞춰본다는 것만으로도 마음의 불안이 사그라들었다. 결혼식 큐시트를 직접 작성하고, 내용을 정확히 숙지하고 있는 것은 당일날 긴장을 해소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된다. 그러니 잊지 말자, 결혼식의 총감독은 다른 그 누구도 아닌, 신랑 신부 본인이라는 것을!


 웨딩홀 로비를 갤러리로 만들다
[직접 준비했던 포토테이블]


웨딩 스튜디오 촬영, 셀프 웨딩 촬영, 데이트 스냅, 가봉 스냅까지 나와 예비 신랑은 웨딩 사진만 다섯 번을 찍었다. 결혼 준비를 여유 있게 1년 동안 진행하다 보니 중간에 웨딩 촬영 기회가 자주 생겼다. 이 많은 사진을 디피하기엔 웨딩홀에 구비된 포토테이블 액자 수가 턱없이 모자랐고, 액자 프레임이며 이젤이며 디자인이 썩 마음에 들지 않기도 했다. 나는 웨딩 사진을 직접 디피하기로 마음먹었다. 온라인 사진 인화 사이트에서 직접 사진을 인화하고, 고속터미널 지하상가에서 심플한 블랙 우드 프레임 액자를 구입했다. 스튜디오에서 액자 하나를 추가하는데 2~30만 원이 훌쩍 넘는데 비해 그 절반도 채 들지 않았다. 인터넷 검색을 통해 마음에 쏙 드는 이젤도 여러 개 구입했다. 덕분에 결혼식 당일 웨딩홀 로비는 갤러리를 방불케 했다.


[로비 한쪽에 디피했던 직접 만든 현수막]


로비 한쪽 벽면에 걸어놓은 대형 현수막도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신랑 신부의 사진으로 만든 포토존은 나의 오랜 로망이었는데, 포토샵으로 직접 이미지를 편집해 동네의 현수막 업체에 인쇄를 맡겼다. 이후 하객들로부터 웨딩 현수막 업체가 어디냐는 문의를 많이 받았는데, 그들에게 셀프로 제작하는 방법을 열심히 전수해주었다. 우리만의 스토리가 담긴 사진으로 웨딩홀을 가득 채운 것은 같은 공간도 더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효과가 있었다. 직접 발품을 팔아 만든 액자들은 지금도 신혼집 곳곳에 놓여 있다. 볼 때마다 그 날의 행복한 기억을 떠오르게 해 준다.


감동지수 200% 영상 활용하기


한정된 시간 안에 많은 이야기를 압축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요소가 바로 영상이다. 우리 결혼식에 가장 드라마틱한 효과를 준 건 영상을 십분 활용한 것이었다. 시중에는 많은 결혼식 영상 제작 업체들이 있다. 식전 영상과 식중 영상을 주로 제작하는데, 대부분 기존의 편집된 영상 틀에 사진을 끼워 넣는 방식을 사용한다. 보통 식전 영상에는 연애 시절 사진이나 웨딩 사진을 넣고, 부모님께 드리는 감사 영상(식중 영상)에는 어린 시절 사진을 활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부모님께 드리는 영상 편지 캡처]


우리는 식전 영상으로 웨딩 촬영 당시의 현장을 담은 스케치 영상을 활용했다. 지인에게 부탁해 촬영한 영상이었다. 로비를 가득 메운 웨딩 사진과 그 생생한 현장이 담긴 영상을 매치해 마치 결혼식 예고편처럼 쓰고 싶었다. 연애 시절 사진을 담은 슬라이드 영상은 신랑이 축가를 부르는 타이밍에 뮤직 비디오 역할을 해줬다. 영상에 노래 가사까지 넣으니 콘서트 현장 같았던 분위기는 덤. (혹시라도 가사를 까먹을까 봐 예방하는 측면도 있었다.) 마지막으로 꼭 추천하고 싶은 것이 바로 부모님께 드리는 영상 편지다. 수차례 NG를 거듭해 만든 셀프 영상 편지였다. 촬영할 때 눈물 콧물 쏙 빼느라 고생한 보람이 있었다. 하객들의 눈물샘마저 폭발하게 만들었던 그 날의 하이라이트였으니까. 덧붙여 영상 말미에 시댁과 처댁 어르신들께 드리는 감사 인사도 필수! 결혼식 자리를 빌려 부모님께 감사하다고, 사랑한다고 말씀드릴 수 있어 그 시간이 더 특별할 수 있었다.


[식중 영상 (연애스토리) 캡처]


길어봤자 1시간 내지의 결혼식을 치르는 동안 무던히도 많은 이야기를 담고 싶었던 것 같다. 연애 스토리부터 결혼 준비 과정, 결혼식의 또 다른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부모님의 이야기까지. 뭐 대단한 방법은 아니지만, 어찌 보면 사소한 것들이 결혼식을 알차게 만들 수 있다는 점을 말하고 싶다. 결혼이라는 사랑의 결실을 맺게 되기까지 두 사람만의 아름다운 여정이 있었을 것이다. 한 편의 영화 같은 그 이야기를 행복한 결혼식에 고스란히 녹여내길 바란다. 마지막으로 우리가 작은 돌발상황 하나 없이 무사히 결혼식을 마칠 수 있었던 건 많은 분들의 따뜻한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다시금 고개 숙여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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