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로운 어머니, 얼굴만 예쁜 여자친구
“인터넷은 인간이 만들어낸 최고의 발명품이다.”
저는 언젠가 이런 말을 듣고 속으로 ‘까는 소리 하고 있네.’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습니다. 물론 그 말을 입 밖으로 꺼내지는 않았습니다. 어머니께서는 항상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는 말은 하지 말라고 가르치셨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저는 뇌가 절단되어버린 듯한 말과 행동을 하는 사람을 봐도 욕을 하지 않습니다. 어머니를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말 속담으로는, 그런 사람을 ‘효자’라 부른다고 알고 있습니다.
제가 인터넷을 싫어하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일상에서 숨어 지내는 사회 부적응자들이 인터넷에서는 활개를 치고 다니기 때문입니다. 우선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제가 말하는 인터넷은 <네이버>에 국한된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저는 네이버 말고 다른 사이트 같은 것은 알지도 못합니다. 네이버는 뛰어난 기술력과 남다른 통찰력을 바탕으로 대한민국 포털 사이트 1위를 수년째 유지하고 있는 매우 뛰어난 IT회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곳에 들어가면 없는 것이 없습니다. 제가 이 글을 쓰는 이유도 그들의 압도적인 기술력과 싱그러운 네이버의 초록창에 반했기 때문입니다. (네 맞습니다, 제 글을 네이버 포탈 메인에 띄워달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좋은 공간에서도 가끔 음식물 쓰레기 냄새가 납니다. ‘댓글창’을 볼 때 나는 냄새입니다. 저는 항상 궁금했습니다. 도대체 어떤 사람들이 굳이 로그인을 해서 다른 사람을 욕하는 댓글을 쓰는 것일까? 저는 제 주변에서 인터넷에 댓글을 쓰는 사람을 단 한 명도 알지 못합니다. 그래서 지혜로운 우리 어머니께 여쭤보았습니다.
“어머니, 인터넷에 댓글을 다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요? 살면서 실제로 인터넷에 댓글 다는 사람을 본 적이 없어서 몹시 호기심이 듭니다.”
어머니는 제 질문에 “옛날 인조 임금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단다. ‘이 백정의 정자 같은 놈아!’ 어미는 너에게 <인조실록 22권, 3월 16일 병신>에 쓰인 이 일화를 들려주고 싶구나.”
이렇게 저는 오랜 궁금증에 대한 해답을 얻게 되었습니다. 선조들의 지혜는 역시 버릴 것이 없습니다. 저에게는 여자친구가 있습니다. 그녀는 지혜 측면에서는 어머니에 비할 바가 못 되지만 얼굴이 정말 예쁩니다. 지혜는 세월과 함께 채울 수 있지만, 얼굴은 그렇지 않은 거라고 알고 있습니다. 그녀는 종종 제게 인스타그램 사진을 보여주곤 하는데, 대부분 인터넷에 쓰인 글을 캡처한 것입니다. 저는 여자친구가 그런 사진을 본다는 것 자체에 매우 커다란 실망감과 함께 구토감을 느끼곤 합니다. 왜 백정의 정자들이 쓴 글을 보는 것일까? 왜 그런 글에 심지어 ‘공감’한다는 것일까? 저는 참으로 이해하기 어려웠고,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참다못한 저는 그녀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런 걸 보는 게 조금 이해가 되질 않네. 함께 점점 줄여나가면 좋을 것 같아. 혹시 이런 글을 직접 인터넷에 쓰는 건 아니지? 나와 함께 인터넷 사용을 점점 줄여가면 어떨까? 네 아름다운 얼굴처럼 뇌도 맑아질 거야.”
제 말에 그녀는 한동안 침묵을 지키더니 제게 눈을 부릅뜨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얼굴이 너무 예쁜 여자 친구라 화난 건지, 아니면 애교를 부리는 건지 구분이 가지 않았습니다.
“왜 안되는데? 그리고 나도 글 쓰는데? 우리 관계에서 오는 고민을 사람들이랑 나누는 게 뭐가 나쁜데?”
저는 닭장 속에서 나온 닭 마냥 파드득 떨며 그녀에게 되물었습니다.
“혹시 그게 무슨 말이니? 혹시 너의 그 말은 우리 이야기를 인터넷 어딘가에 공개하는 것으로 이해해도 합당할까?”
그녀는 여전히 눈을 부릅뜬 채 “응”이라고 말했고 저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아, 어머니…”라며 한탄을 했습니다.
저는 참으로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왜 우리 둘만의 이야기를 인터넷에 공개하여 수많은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게 하는 걸까? 그리고 인터넷에 상주하고 있는 사람들이 도대체 어떤 의미 있는 답변을 내어줄 수 있다는 것일까? 나의 여자친구는 이런 것조차 생각하지 않고 인터넷에 글을 올린 것일까? 그리고 올린 것도 모자라 심지어 인터넷에 있는 사람들과 라포를 형성했다는 것인가?
이런 일련의 생각들이 저를 사로잡았고 저는 그녀와 헤어져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녀가 올린 글의 제목들은 저의 이러한 생각을 한층 더 강화했습니다. <남친이 너무 마마보이예요>, <남자친구가 아니라 엄한 선생님과 사귀는 것 같아요> 같은 제목이었습니다. 저는 분노하는 마음을 애써 억누르며 그녀에게 신사답게 이별을 선고하려 했습니다. 그리고 그녀의 눈을 마주치는데, 참 너무 예뻐서 그냥 웃어버렸습니다. 아무래도 이별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녀는 정말 예쁘거든요.
그녀의 이 나쁜 습관을 어떻게 고칠 수 있을까요?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스마트폰에 중독되어 있다고 합니다. 제 여자친구도 그런 사람들 중 한 명이고 저는 그 중독 증상을 치료하고 싶습니다. 혹시 저와 같은 경험이 있으시거나, 조언을 해주실 분은 댓글을 달아주세요. 매우 심각한 상황이기 때문에 악플과 조롱은 사양하겠습니다. 한 사람의 인생이 달려있습니다. 지혜를 빌려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김세라입니다. 스튜디오 크로아상에서 소설과 예술 작품 리뷰를 하고 있습니다. 꾸준히 글을 써서, 언젠가 아마존에 상품 검색을 하듯이 스튜디오 크로아상에서 예술 작품들을 검색을 하는 날이 오도록 만들겠습니다. 제게 있어서 연애는 ‘잃어버린 시간’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한때 낭만적인 연애를 했던 때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절대로 그때로 돌아갈 수 없을 것만 같아, 소설로 이야기를 풀어나가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