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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본재 Oct 28. 2019

네가 거절한다고 해서 우리 관계에서 네가 갑은 아니야

침묵은 곧 암묵적 거절이다? - 2

침묵은 곧 암묵적 거절이다? - 1 와 이어집니다.


“미안해요. 새로 들어온 팀원을 챙겨주시는 모습을 보고 몇 번 장난쳤을 뿐인데… 제 말과 행동이 XX 씨를 좋아하는 마음과 질투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생각하실 줄은 몰랐어요. 저를 좋아해 주시는 마음은 잘 알겠지만 솔직히 조금 부담스러워요. 그리고 그간 주신 편지와 선물들도… 주시니까 받긴 했지만 부담스러웠던 것도 사실이에요. XX 씨가 좋은 사람이라는 건 정말 잘 알지만 남자친구로는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 미안해요.”


정말 생각해보지도 못한 대답이 돌아왔다. 그래서 친구는 반문했다.


“그럼 편지를 받고 답을 해줬으면 더 좋았을 것 같아요. 선물도 정말 부담스러웠다면, 제게 돌려줬으면 전 속상하지만 받았을 거예요. 아, 물론 지금이라도 돌려달라는 말은 아니에요. 선물은 온전히 OO씨를 생각하면서 산 거니까요. 하지만 저는 그간 우리가 썸 타는 사이라고 생각했어요. 마음이 서로 통하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몇 번이나 따로 만나서 데이트하고 영화도 보고 이야기도 많이 나눴고요. 그렇지만 OO 씨가 시간이 필요한 것 같아서 기다렸어요. 우리는 회사 동료니까, 그래서 OO 씨의 걱정이 당연히 이해가 갔으니까요. 그럼 그동안 제가 이성으로 느껴지지 않았으면서 왜 제게 진심을 말하지 않은 거죠?”



그녀는 당황한 표정과 황당하다는 말투로 대답했다.


“제가 먼저 데이트 신청을 한 적은 없는 걸로 아는데요. 저는 단지 좋은 사람, 친한 동료와 영화 보고 밥 먹는 정도로만 생각했어요. 그리고 XX 씨의 고백과 편지에 답을 하지 않고 침묵했다면, 그걸로 당연히 제가 할 대답을 아실 거라고 생각했어요.”


이야기를 듣다 보니 이 대목에서 뒷목을 잡지 않을 수가 없었다. 연인 혹은 남녀 관계는 당사자만 아는 것이며, 양쪽 말을 다 들어봐야 하는 것이고 또 친하다고 해서 친구의 편을 들고 싶은 것도 아니다. 하지만 <침묵=거절>이라는 공식을 들이대는 것에 경악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친구가 미적지근하게 굴었던 것도 아니고, 선물 공세와 진심 어린 고백 그리고 편지를 통해 진솔한 마음을 몇 번이나 고백했음에도 불구하고 시종일관 침묵으로 일관했던 스스로의 행동을 합리화하는 말의 수준이 너무 질 떨어진다는 생각이 들면서 치가 떨렸다. 어쨌거나 ‘늘, 100%’ 솔직한 삶을 살지는 못하더라도 솔직한 삶을 ‘추구’하는 나에게 있어 본인의 마음과 행동, 말에 솔직하지 못했던 그분을 이해하기란 참 어려운 일이었다.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것들 중 하나가 '연애의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사람은 “우리 오늘부터 1일이야!”라고 명확하게 이야기해주길 바라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어떤 사람은 “촌스럽게 그런 걸 뭐 일일이 말하고 사귀냐? 애도 아니고 그냥 마음 맞고 느낌 오면 그때부터 사귀는 거지”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1일>에 대한 기준조차 이렇게 다 다른데, 우리가 심령술사도 아니고 다른 사람의 마음에 들어가 볼 수 있는 것도 아닌데, 명확하게 말하지 않으면 상대방이 나와 같은 마음인지 아닌지 어떻게 알 수 있겠는가?


이러나저러나 결론은 하나다. 남자든 여자든, 정말 좋아한다면 상대방을 헷갈리게 하는 일은 없다. 좋아하면 자꾸만 생각나고 함께 있고 싶고, 연락이 안 되는 동안 ‘그 사람은 뭘 하고 있을까?’ 궁금해지는 것이 당연지사인데, 정말 놓치고 싶지 않다면, 정말 좋아한다면 과연 상대방을 헷갈리게 둘 수 있을까? 사람은 누구나 일정 정도 소유욕이 있기 때문에 좋아하고 놓치고 싶지 않다면 미적지근하게 행동할 수가 없다. 그러니 당신이 좋아하는 상대방이 미적지근하게 행동한다면, 당신 선에서 먼저 쳐내는 것이 당신 마음의 평온을 위하는 길일 것이다. 그리고 상대방을 헷갈리게 하면서 상대방의 마음을 저울질하고 있는 당신! 이제는 제발 당신의 마음에 솔직해지고 행동에 정의로움을 불어넣길 바란다.






에디터 푸들

앞으로 여러분들께 저의 지나온 연애사를 비롯해 제 주변 지인들로부터 들었던 현실감 있으면서도 공감 가는 사랑, 연애, 결혼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드리고 또 여러분들로부터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세상에 존재하는 ‘사랑하고 연애하며 그 과정에서 결혼을 고민하고 가끔은 비혼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는’ 수많은 보통 사람 중 한 명의 이야기,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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