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구본재 Nov 04. 2019

낙태에 대한 의견 차이로
결혼하기가 두렵습니다.

뱃속 아이가 장애아면 어떻게 해야 하죠?


인터넷이니까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가족들, 친한 친구들에게도 하지 못하는 그런 이야기를 말입니다. 제 글에 댓글을 다는 몇몇 분들은 제 이야기가 소설이고 지어낸 이야기라며 하나의 창작물로 보는 것이 맞다는 말을 하시더군요. 그런데 아닙니다. 제가 쓴 모든 글들은 사실입니다. 저는 상상력이 좋지 않아서 직접 겪지 않은 일들에 대해서는 이야기할 줄 모릅니다.


그럼 이야기를 시작하겠습니다. 사실 간단한 이야기입니다. 저는 임신을 했을 때, 만약 제 아이가 장애인이라면 그 아이를 지울 것입니다. 네, 누군가는 저를 살인자라고 비난할 수도 있겠죠. 장애를 가진 아이를 낳은 후 삶을 희생하면서 열심히 사는 부모님을 우리는 TV에서 많이 보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죄송합니다. 저는 그런 삶을 살 자신이 없습니다. 이 세상이 어떤 곳입니까? 정상인으로 태어나도 살기 너무 힘든데 장애인으로 살아가라니요? 그게 어떻게 가능합니까? 제가 이재용 딸이면 몰라도 저는 월급이 200만 원도 안 되는 직업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도 생명이 중요한 건 압니다만, 현실에서는 가끔 그런 말을 무시해야 할 때도 있지 않나요?


저는 결혼을 하고 싶습니다. 예비 신랑과 저는 이미 결혼에 대한 이야기를 마쳤습니다. 그는 돈이 많지는 않지만 매우 선량하고 책임감 있는 남자입니다. 우리는 교회에서 만났습니다. 그는 매우 독실한 기독교 신자이고 저 역시 그렇습니다. 문제는 그가 말도 안 되는 긍정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하느님께서 다 도와주실 거야” 같은 말을 잘한다고나 할까요? 아니, 이게 말이나 되는 소리입니까? 저도 기독교 신자이긴 합니다만, 하느님께서 절 도와준다는 생각은 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습니다. 미래에 대해 계획하고 고민해서 스스로 결정을 해야지, “하느님께서 도와주시니까 괜찮을 거야”라는 말은 솔직히 제 예비 남편이지만 못 들어주겠습니다. 진짜 개소리 같아요.



그는 이 긍정성을 출산까지 연결시킵니다. 제가 조심스럽게 그에게 말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자기야, 우리 아이 가졌는데 검사해보니까 장애가 있다고 하면 어떻게 하지?”


그는 제 말에 단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이렇게 말하더군요.

“어떻게 하긴 어떻게 해. 생명은 하느님께서 주관하시는 것이기 때문에 인간인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없는 일이야. 받아들일 뿐이지. 그 아이를 낳아서 우리가 잘 키워야지.”


저는 정말 어이가 없었습니다. 아무리 자기가 낳는 것이 아니라지만 이렇게 쉽게 말할 수 있을까요? 하느님이고 나발이고 제 뱃속에 있는 아이가 장애아라면 정말 심각한 일이고, 저는 정말 제가 무슨 잘못을 했기에 이런 벌을 받게 되었을까 하는 생각에 잠도 못 잘 것 같습니다. 어릴 적, 고모가 유산을 두 번 하셔서 엄청 우시던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고모는 자기가 전생에 큰 죄를 지었기에 아이가 자신을 대신해서 벌을 받는 것 같다고 말씀하시더군요. 저는 전생을 믿지는 않지만, 어찌 되었든 뱃속의 아이가 잘못되는 것은 임산부에게 정말 엄청난 정신적 충격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우리 예비 신랑은 그런 맘도 모르고 하느님께서 주신 거니까 낳아야 한다, 낙태는 살인인데 살인자가 되고 싶으냐, 라는 말을 하는 것입니다. 물론 제 말이 그의 자존심을 건드렸을 수도 있습니다. 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건 말이 쉽지. 장애아가 아닌 아이를 낳아도 엄청 돈 많이 들어가는데, 장애아를 낳으면 우리가 감당할 수 있을까? 우리 돈이 없어서 결혼식도 엄청 단출하게 진행했잖아. 나도 월 200이 안되고, 자기도 월 200이 안되는데 어떻게 아이를 케어할 수 있겠어?”



네, 남자에게 돈 이야기하는 건 아니라고 저도 어머니께 배웠지만 너무 화가 나서 이렇게 말해버렸네요. 저도 기독교 신자이지만 하나님이고 뭐고 아직까지는 장애아를 낳을 자신이 없습니다. 장애아라고 판정받으면 친가와 시부모님들에게 알릴 생각도 없습니다. 분명히 우리 아들은 정상인데 며느리가 뭔가 몸이 이상해서 장애아를 임신했다 혹은 우리 딸은 정상인데 사위의 몸에 문제가 있어서 장애아를 임신했다며 옥신각신 할 것이 뻔하기 때문입니다.


결혼은 사랑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지금 정말 두렵습니다. 물론 아직 임신을 하지는 않았습니다만, 혹시나 낙태를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 온다면 과연 우리가 이 일을 잘 헤쳐나갈 수 있을까요? 돈이 많으면 모든 일이 좀 더 쉽게 다가올 텐데… 결혼을 앞두니 정말 별의별 걱정이 다 드네요. 하지만 여전히 저는 장애아를 낳을 자신이 없습니다.






에디터 김세라

안녕하세요, 김세라입니다. 스튜디오 크로아상에서 소설과 예술 작품 리뷰를 하고 있습니다. 꾸준히 글을 써서, 언젠가 아마존에 상품 검색을 하듯이 스튜디오 크로아상에서 예술 작품들을 검색을 하는 날이 오도록 만들겠습니다. 제게 있어서 연애는 ‘잃어버린 시간’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한때 낭만적인 연애를 했던 때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절대로 그때로 돌아갈 수 없을 것만 같아, 소설로 이야기를 풀어나가고자 합니다.



<결혼에 대한 좋고 나쁨의 단상> 목차 보러 가기

스튜디오 크로아상 콘텐츠 보러 가기

웨딩해 구경하러 가기


▼ 웨딩해 콘텐츠 더보기 ▼

혼전 동거에 색안경을 끼고 보는 모든 이들에게

결혼 2년 차, 아이를 낳아야 할까?

신시얼리 청첩장 최대 10% 할인쿠폰 받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