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구본재 Oct 14. 2019

거절에도 확실함과 예의가 필요하다

침묵은 곧 암묵적 거절이다? - 1


“내가 그 사람 마음을 어떻게 알겠냐? 심령술사도 아니고. 자기가 아무 말 없으면 당연히 거절한 것으로 알아들어야지, 나보고 질척대지 말란다!”


면전에서 분노에 가득 찬 목소리로, 억울한 표정으로 답답한 심정을 토로하고 있는 한 사람이 있다. 그리고 여기, 바로 얼마 전, 3번의 고백 끝에 끝내 어퍼컷으로 '넉 다운(konck-down)' 당해버린 가련한 영혼의 이야기가 공기를 가르고 터져 나와 나의 귓전을 맴돌고 있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작년 하반기에 취업에 성공해 회사에 다니기 시작한 신입사원이자 필자의 친구다. 열정에 불타올라 씩씩하게 다니고 있던 회사에서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지만, 회사 사람이고 또 연상이라 쉽게 고백을 할 수 없어 애타는 마음으로 짝사랑만 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우연한 기회에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하게 되었고, 긴 기간을 두고 진행되는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동안 둘은 꽤나 친해졌다고 한다. 두 사람은 회사일 외에도 서로 사사로이 연락도 주고받고, 친하게 지내면서 많은 이야기들을 나누다 보니 서로 취미도 취향도 비슷해 주말이면 함께 영화를 보러 가기도 하면서 점차적으로 썸 단계로 나아가게 되었다. 이 사연의 주인공인 친구는 회사 바깥에서 둘이 따로 만나고 영화 보고 밥 먹고 카페 가서 수다 떠는 일이 자주 반복되다 보니 당연히 서로 좋아한다 말하거나 고백하지는 않았지만 ‘썸’을 타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상대방 또한 친구에게 관심의 말과 표현을 종종 내비치곤 했었기에 친구는 더욱 확신을 했다고 한다. 그리하여 대망의 디데이, 친구는 드디어 자신의 속마음을 상대방에게 이야기했다. 당신과 진지하게 만나보고 싶다고.



하지만 상대방은 회사 사람과 사귀는 것은 생각해본 적이 없고 또 회사 내에 알려지게 되면 부담스러워질 것을 걱정해 생각해보겠다는 말로 여지를 남겼고, 친구는 상대방의 의견을 존중해 시간을 더 가지고 기다려보기로 했다. 그렇게 상대방의 대답을 기다리는 동안에도 둘은 여느 연인처럼, 썸 타는 관계처럼 여전히 데이트를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또 중간중간 친구는 상대방에게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기 위해 진심이 담긴 선물과 편지도 주곤 했다. 그렇게 어언 2달 정도 지난 후, 친구는 다시금 상대방에게 자신에 대한 마음이 어떤지 물었고, 상대방은 여전히 갈팡질팡 하는 듯했다. 상대방의 미적지근한 태도에 지쳐버린 친구는 좋아하는 마음을 접고 동료로만 상대방을 대하고자 마음먹었다. 이후 둘은 바깥에서 따로 만나거나 데이트를 하는 등 동료 이상의 행동은 하지 않았다. 그렇게 둘의 인연은 각자의 방향으로 흘러가는 듯했다.


이런 와중에도 프로젝트는 계속해서 진행이 되었고, 도중에 새로운 팀원이 충원되었다. 친구는 새로 충원된 팀원이 적응하지 못할 것을 걱정해 잘 챙겨주었고 여러 조언을 해주며 동료로서 가깝게 지냈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인가? 이미 끝난 사이라고 생각했던, 친구가 좋아했던 그 상대방이 은연중에 계속해서 질투의 말과 행동을 보이는 것이 아닌가? 그렇지 않아도 아직 그 상대방을 깨끗하게 잊지 못하고 있던 친구는 상황이 이렇게 흘러가니 이제는 마지막 직구를 던져야 할 때가 왔다고 생각했다. 그리하여 다시 한번 그 상대방에게 데이트 신청을 했다. 역시나 그녀도 데이트 신청을 받아들였고, 이번에야말로 멋진 고백과 함께 연인관계로 발전하겠다는 거창한 계획을 세운 친구는 근사한 곳을 예약하고 선물까지 준비했다.



계획대로 영화를 보고 저녁까지 먹었다.

이제 고백할 일만 남았다.

준비한 선물을 꺼내고 진지하게 만나보자는 말을 했다.

이제 그녀의 승낙만이 남았다.

대답은 당연히 ‘YES!’ 일 테지.


하지만 그녀에게서 돌아온 대답은 친구의 심장을 덜컹 내려앉게 함과 동시에 친구의 눈가를 적시게 할 만큼 충격적인 것이었다.


침묵은 곧 암묵적 거절이다? - 2에서 이어집니다.





에디터 푸들

앞으로 여러분들께 저의 지나온 연애사를 비롯해 제 주변 지인들로부터 들었던 현실감 있으면서도 공감 가는 사랑, 연애, 결혼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드리고 또 여러분들로부터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세상에 존재하는 ‘사랑하고 연애하며 그 과정에서 결혼을 고민하고 가끔은 비혼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는’ 수많은 보통 사람 중 한 명의 이야기, 기대해주세요.



<결혼에 대한 좋고 나쁨의 단상> 목차 보러 가기

스튜디오 크로아상 콘텐츠 보러 가기


▼ 웨딩해 콘텐츠 더보기 ▼

웨딩해 서포터즈, '딩뷰' 1기 모집

틴더 고인물의 1년 사용기

다자연애자를 이해하지 못하는 나, 꽉 막힌 걸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