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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본재 Oct 25. 2019

“엄마, 음식 좀 주지 마”

버릴 줄 알면서도 받아오는 ‘반찬’ 이야기

민족 대이동 명절, 추석 연휴가 시작되기 즈음이었다. 필자에게 걸려온 전화 한 통. 엄마다. 먼저 전화를 걸어야겠느냐며 목소리에 날을 세우면서도 바로 언제 오냐 묻는다. 회사 생활, 친구 얘기, 다녀온 여행, 요즘 배우기 시작한 운동에 이르기까지 일상을 시시콜콜 전하던 우리 모녀의 대화는 보통 이렇게 끝난다. 


“참, 이번에도 아무것도 안 가져갈 거야.”

“그러시던가요~”


정말이었을까. 30년간 큰 집의 맏딸로 살아온 필자는 친가 방문이 늘 그렇듯 두려웠다. 분명 김치며, 반찬이며, 과일이며 잔뜩 받아올 것 같은데, 일명 ‘짬 처리반’이 될까 봐 불안감이 엄습했다. 평소 우리 부부는 불규칙한 퇴근 시간으로 함께 얼굴 보며 밥 먹기도 어렵다. 그래서 밥이 될 만한 건 냉장고에 쌓아두지 않는다. 시간이 지나면 냉장고에서 정체불명의 악취가 나는 것도 싫고, 처리하는 것도 귀찮기 때문. 이 사정을 뻔히 아는 엄마와 시어머니도 부러 음식을 안 주신 지 몇 달 됐다. ‘이번에도 무조건 빈 냉장고를 사수할 거야’라고 다짐하며 양가를 다녀왔다.


해당 글은 <결혼은 현실이라죠? 저는 입 냄새 같은 거라고 말해요> 책으로 발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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