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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본재 Nov 08. 2019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

실패 없는 아파트 리모델링을 위한 몇 가지 팁

첫 번째 신혼집과 이별하고 새로운 집으로 이사한 지 딱 일주일이 되었다. 첫 신혼집 입주는 결혼식 이틀 전에 이루어졌다. 이틀 전날 도배와 입주 청소를 마무리하고, 하루 전날 가구와 가전을 모조리 받았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났다. 같은 동네에서 바로 앞 아파트로의 이사가 확정되었고, 앞으로 우리가 오랜 기간 거주할 집이었기에 전체 리모델링을 하기로 결정했다. 필자와 신랑 모두 ‘주체’가 되어 이사와 리모델링을 하는 것은 처음이었고, 그렇다 보니 둘 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준비를 해야 할지 몰라 눈앞이 캄캄했다. 게다가 기존 세입자가 집을 늦게 나가는 바람에 무려 일주일 안에 리모델링을 끝내야 하는 막막한 상황. 정해진 예산과 촉박한 시간 안에 최고의 결과물을 얻기 위한 스펙터클한 여정이 시작되었다. 


필자의 두 번째 신혼집


결론부터 말하자면 우리는 해냈다. 그 과정이 결코 쉽지만은 않았다. 공사가 진행되는 동안 단 하루도 마음 편히 지나가는 날이 없었다. 매일이 선택과 고민의 연속이었고, 기껏 고심해서 골라놓은 것도 오락가락하기 일쑤였다. 별 탈 없이 마무리되길 바라는 간절한 마음과 시시각각 엄습하는 불안함에 입술이 바짝 타 들어가는 나날이었다. 문득 아파트 리모델링도 결혼 준비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이유는 첫째, 방대한 정보와 광고의 홍수 속에서 나에게 필요한 요소만을 쏙쏙 캐치해야 한다. 둘째, 선택에 대해선 본인이 책임을 져야 한다. 셋째,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 투입되어 하나의 결과물을 만들어낸다는 것. 마지막으로 두 번 세 번은 못할 일생일대의 이벤트라는 것까지. 


필자에게도 아파트 리모델링에 관한 조언과 충고를 해 줄 만한 지인이 있었더라면 참 좋았겠지만 직접 부딪혀 가며 얻은 노하우들로 이 글을 쓸 수 있게 되었다. 모쪼록 신혼집 인테리어를 고민하고 있는 분들에게 이 글이 좋은 길라잡이가 되길 바란다.



인테리어 업체 만나기


철거부터 장판, 도배, 샷시, 필름, 화장실, 부엌 공사까지. 인테리어 시공에는 다양한 분야가 포함되어 있다. 이 중 필요한 부분만 공사를 진행하면 되는데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달라 시공 일정 관리부터 전문 인력 섭외, 현장 감독 지시까지 공사를 총괄해줄 업체를 만나야 한다. 물론 시간적 여력이 된다면 이 모든 것을 본인이 직접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인테리어 전문가가 아닌 이상 이는 크나큰 모험일 수밖에 없다. 필자는 인테리어 업체를 선정하기까지의 과정이 가장 어려웠다. 


제일 먼저 인테리어 업체 중개 사이트에 도움을 청했다. 정보를 남기자마자 여러 군데의 인테리어 업체에서 연락이 왔다. 이름 모를 이 업체들을 일일이 만나서 상담을 받아야 한다는 게 사실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다음 방법은 동네 인테리어 업체 찾아가기. 우리가 입주할 아파트의 시공 이력도 있을 테고, 무엇보다 가까이에 있으니 일단 찾아가서 상담을 받았다. 동네 인테리어 업체 두세 군데에서 상담을 받으니 대략적으로 틀이 잡히는 것 같았다. 업체마다 견적도 크게 차이 나지 않는 선에서 다른 점이 있다면 상담을 해주는 사람의 차이, 결국 사람의 문제였다. 


마지막으로 비교한 곳은 들으면 누구나 알 법한 대규모 리모델링 전문 업체. 확실히 다른 인테리어 업체에 비해 시스템이 잘 정비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정찰제 견적 시스템부터 3D 시뮬레이션까지 고객이 가려워하는 부분을 박박 시원하게 긁어주었다. 다만 필자뿐만 아니라 다량의 공사를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 한편으로 우려되었다. 어떤 업체가 가장 낫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개인에 따라 가장 잘 맞다고 생각되는 업체가 있을 것이고, 그에 합당한 저마다의 이유가 있을 것이다. 단, 최대한 다양한 업체를 만나보라고 하고 싶다. 상담을 통해 어느 정도 공사의 윤곽을 잡을 수 있고 시공별 시세 파악이 가능하다.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하여 최종적으로 우리 집에 꼭 필요한 공사가 어떤 것들인지 결정하자. 그리고 각 공사별로 적정한 예산대를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원하는 자재 고르기


바닥, 벽, 타일, 조명 등 시공별로 자재를 골라야 한다. 이때 기준이 되는 것이 전체적인 집의 컨셉. 화이트톤의 깔끔하고 모던한 느낌이나 우드톤의 차분하고 편안한 느낌과 같은 집의 전체적인 컨셉을 정해야 한다. 이를 기준으로 바닥재, 벽지, 방문의 컬러를 통일감 있게 선택하자. 집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요소들이며 전체적인 분위기를 좌우하는 자재들이다. 


사전 조사가 철저해야만 후회 없는 선택이 가능한 자재는 바로 타일. 타일이 요구되는 공간은 화장실, 현관 바닥, 부엌 벽, 싱크대의 상판 정도이다. 필자는 타일에 이렇게 다양한 종류가 있다는 걸 이번에 처음 알았다. 한 때 마블 대리석이 선풍적인 유행을 끌었다. 이처럼 타일은 그때그때마다 유행하는 스타일이 있는데 요즘은 매트한 느낌의 포슬린 타일이 대세라고. 유행이 바뀔 때마다 집안의 타일을 바꿀 것이 아니라면 굳이 트렌드를 따를 필요는 없다. 대신 원하는 느낌의 타일을 고르기 위해서는 타일의 종류를 미리 알아보고 어느 정도 원하는 컬러를 정해서 상담을 받는 것이 좋다. 대부분의 토탈 인테리어 업체들은 타일만 전문으로 하는 곳이 아니기 때문에 구비해둔 샘플에 한계가 있다. 그들이 제시하는 타일 안에서 선택하기보다 원하는 느낌의 타일을 미리 정해 가서 샘플을 요청하는 것이 후회 없는 선택을 위한 팁이다. 


조명은 자재와 함께 설치 위치를 선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간접등을 원하는 경우, 천정 목공사가 추가되어야 한다. 매립등의 경우에는 실생활에 꼭 필요한 위치에만 설치하자. 필자는 천정에 반영구적인 조명을 설치하지 않는 대신, 언제든지 위치 변경이 가능한 예쁜 스탠드 조명을 선택했다.


우리 둘만의 보금자리 완성!


최소한의 공사만 시행하기


이왕 리모델링을 하기로 한 거 처음부터 싹 다 바꾸고 싶은 마음이 컸다. 하마터면 쓸데없이 부엌 확장도 할 뻔했고, 안방에 굳이 붙박이장을 만들어 애써 공간을 좁힐 뻔했다. 분위기 있는 집을 만들어 보겠다고 조명을 여기저기 박았다면 환 공포증을 유발하는 정신없는 천정을 바라보며 땅을 치고 후회했을 것이다. 꼭 필요한 공사가 아니라면 살면서 부족한 부분을 하나씩 보수해 나가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이다. 해놓고 후회하는 것보다는 훨씬 나을 테니까. 최소한의 공사만 하기로 하고 견적서에서 빼버렸던 요소들이 지금 와서 보니 무리하게 욕심부렸던 요소들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안 하길 백 번 천 번 잘했다. 살림살이 또한 마찬가지다. 처음부터 다 채워 넣으려고 하지 말고 살면서 하나씩 채워 가다 보면 더 만족스러운 둘만의 보금자리를 얻을 수 있다.


요즘 같은 때에 둘만의 따뜻한 보금자리가 있다는 건 정말 큰 행운이다. 늘 감사한 마음으로 두 사람의 취향이 가득 묻어나는 행복한 공간을 가꾸어 나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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