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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본재 Feb 07. 2020

결혼하면 왜 내 돈으로
차 한 대도 못 사게 해?

차가 문제일까, 가치관의 문제일까

새해가 얼마 남지 않아 마음까지 들뜨는 연말은 다양한 상품 프로모션이 쏟아지는 시기다. 이때 많은 이들의 마음을 훔치는 게 있다면, 그건 바로 ‘차’다. 사회생활을 시작한 이들이라면 더욱이 관심을 가지게 되며, 결혼하고서도 끊임없이 고민하게 된다. 이유가 뭘까? 최근 차를 두고 벌어진 여러 커플의 이야기를 들어보며 이들의 애달픈 사연을 정리해봤다. 


출처 : TV조선 <아내의 맛>


그 남자의 명언, ‘결혼 전에 차 사라’ 


최근 한 커플이 주최한 파티에 다녀왔다. 그중 한 커플이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여자 친구의 눈치를 보며 그는 이야기를 힘겹게 시작했다. “아니 나, 오늘 사실 차 구경 좀 하고 왔는데…” 토끼눈이 된 여자 친구를 보면서도 그는 멈추지 않았다. “아 이게, 막상 보고 나니까 이왕 살 거면 ㅇㅇ모델이 좋은 것 같더라고.” 모든 사람들이 흥미롭게 그 둘의 이야기를 지켜보던 때였다. 이게 그 말로만 듣던 ‘보태 보태 병’인가. ‘그 돈이면 얼마 더 보태서 더 좋은 차 살 수 있다는 병’ 이 분도 그런 상황인 듯싶었다. 마침 장거리 연애도 하는데 여자 친구를 편히 데려다주겠다는 이유에서 차를 구매하고 싶다며 은근히 의지를 표명하기 시작했다.  


그때 남자의 말에 힘을 보탠 또 다른 이가 있었으니, 최근 결혼한 지 1년 정도 된 남자 B였다. 최근 아내와 차량 구입을 논하는 중이란다. 단 아내의 눈빛이 뾰족한 것을 보아하니 이들 부부도 쉽지 않겠다 싶었다. 아내들의 의견은 같았다. 서울에서 생활하는데 차가 왜 필요하냐는 것. 게다가 이 집은 차가 이미 있다. 부인이 미혼 때 쓰던 차를 타고 있기 때문. 의아해하는 남녀의 표정을 보며 그는 의견을 이어갔다. 


“확실히 할게요. 저는 결혼 전에 제 차를 사지 않은 걸 후회해요. 와이프 차는 너무 작아요…” 


출처 : MBC <나 혼자 산다>


그 남자의 항변, ‘차 한 대 내 맘대로 못 사냐’ 


최근에 만난 친구 C는 요즘 와이프와 은근한 언쟁을 이어가는 중이라고 했다. 역시 ‘차’ 문제 때문이었다. 친구 C가 꿈꾸던 로망스 중 하나는 바로 ‘클래식카’ 몰아보기였다. 결혼 유무와 상관없이 클래식카를 소유하고, 클래식카와 함께 해안대로를 달리는 게 그의 오랜 버킷리스트였다. 학생 때야 당연히 이는 꿈과 같은 일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돈을 버는 사회인이 됐으니 ‘꿈’을 실현할 수 있을 만한 기회와 마주할 수 있게 됐다.  


문제는 사회인이자 한 가정을 책임지는 가장이 됐다는 점이다. 최근 한 클래식카를 구매하기 위해 와이프와 상의한 그는 마음이 크게 상했다고 했다. ‘왜 지금 당장 그 차가 필요하냐’고 했다는 것. 와이프의 말이 머리로는 이해가 됐지만, 그럼에도 C의 가슴 한편에는 반발심이 자리 잡혔다. ‘오히려 지금은 아이가 없으니까 금전 상황도 여유롭고, 적기 아닌가?’하는 마음이 들더란다. 나아가선 ‘내가 번 돈, 왜 내가 마음대로 쓰지 못할까?’하는 억울함도.  


필자의 알쏭달쏭한 표정을 보며 C는 이야기를 이어갔다. 단순히 차를 못 사는 것보다 결혼하고 나니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제약이 너무 많아지는 것이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지금의 와이프를 만나 결혼한 것은 전혀 후회하지 않지만, 두 사람이 결정해야 하는 문제가 생길 때마다 다투게 되어 지친다고 했다. 필자는 마음이 답답해지는 한편, 와이프들도 공동의 목표를 위해 희생한다는 점에선 같지 않을까 싶었다. 그런 필자의 이야기를 들은 뒤 반문한 그의 말에 나도 입을 닫았다.  


“결국 서울 집 사는 데 30년 걸리고, 그거 때문에 왜 우리 부부 둘 다 힘들어해야 해? 원하는 거 한 번은 가지면 안 돼?”


출처 : 영화 <롱 리브 더 킹 : 목포 영웅> 스틸 컷


차가 문제일까, 가치관의 문제일까 


당연히 차가 있으면 좋다. 차를 타고 이동하면 삶의 질을 달리할 수 있다. 더울 땐 시원하게, 추울 땐 따뜻하게 다닐 수 있다는 건 옷의 두께부터 차이가 나니까. 더욱이 자동차에 욕심 없는 필자도, 크고 비싼 차일 수록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단 이 위의 두 가지 사례를 들으며, 필자는 2가지 인사이트를 얻었다. 


1. 큰돈이 드는 건 의사 결정이 자유로울 때 빠르게 사자. 
2. 가치관이 다를 땐 현실을 좀 더 깊이 고민하는 사람의 편에 서자. 


차는 집 다음으로 큰돈이 드는 것 중 하나다. 주변을 보면 차 때문에 모아둔 돈을 다 썼다고 하고, 감가상각과 페이스리프트, 용도 등 다양한 이유로 구매를 주저하는 경우가 많다. 그 말인 즉 신중하게 구매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차가 너무 좋다면 미혼일 때 사기를 권한다. 결혼 한 뒤에 두 사람의 뜻이 딱 맞는 때는 그리 게 오지 않는다. 아주 냉정히 말이다. 


결혼은 현실이다. 그러나 서로의 가치관을 배려하며 상대방을 위해준다면 해피엔딩도 오지 않을까. 두 남편의 꿈이 언젠가는 이뤄지길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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