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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지금 ‘며느라기’ 시기를
지나고 있나요?

좋은 어른을 만난다는 것은

by 구본재

필자는 종종 시어머니와 저녁 데이트를 한다. 어머니는 말씀을 참 맛깔나게 하시는데, 대화를 하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때론, 이런저런 이슈와 안부로 장문의 메시지를 주고받으면 가슴이 몽글몽글 해질 때가 있다. 이와 관련한 주변 반응은 ‘신기하다 혹은 불편하지 않아?’가 대부분이다. 필자 역시 결혼 전엔 상상도 하지 못했던 일이다.


결혼 전 ‘시댁, 고부갈등’ 등의 키워드는 결혼 생활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단어였다. 특히나 ‘사랑과 전쟁’의 에피소드들을 보고 있노라면, 무지막지한 시댁에 10번 이상 결혼을 해 본 기분이 들었다. 그래도 다행인 건 세월에 따른 변화일까. 고부갈등을 단순히 가슴에만 묻고 사는 시대는 지난 듯하다. 시댁은 시월드로 풍자되고, 되려 시어머니들이 며느리 눈치를 보는 시대라 하니 말이다. 그래서일까. 시댁에 놀러 갈 때마다 어머니는 이것저것 음식들을 싸주시는데 “요즘은 며느리들이 시어머니가 반찬 싸주는 걸 싫어한다는데, 이거 싸줘도 괜찮지?”라고 물어보신다. 정말이지 필자는 어머니 음식이 제일 맛있는데도 말이다. 어머니의 그런 물음에 마음 한 켠이 아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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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어른을 만난다는 것은


결혼하고 첫 생일을 맞았다. 어머니는 아침부터 반나절 내내 음식 준비를 하셨다. 갈 때마다 늘 맛있는 집 밥을 차려주시는 것만으로도 감사한데, 며느리 생일이라고 손수 생일상을 차려주신 것이다. 갈비, 잡채, 오징어회, 미역국 등 어머니는 산해진미 가득한 진수성찬을 차리시고도 차린 건 별로 없지만 맛있게 먹으라고 말씀하셨다. 그 마음을 알기에 양쪽 볼이 터져라 먹었다.


시아버지는 한 집안의 가장으로서, 남편으로서, 아버지로서 어찌 그렇게 묵묵히 그 길을 걸어오셨는지 존경의 마음이 절로 드는 분이다. 집안에 조금 힘든 일이 있으면 그건 무조건 아버지 몫이었다. 무거운 짐 같은 건, 누구라도 절대 들지 못하게 하신다. 여러모로 며느리를 굉장히 아껴주시는데, 한 번은 남편과 장난치다 “악!” 소리를 낸 적이 있었다. 우리가 장난치는 걸 모르고 소리만 들으신 아버지는 왜 아프게 하냐며 남편을 된통 혼내셨다. 순간, 조금 무안해지긴 했지만 며느리를 아끼는 아버지의 마음이 느껴졌다.


작년 어린이날에는 용돈을 받았다. 어른이 돼서 어린이날 용돈을 받는 게 의아해 남편에게 물으니 성인이 되어서도 꽤 받았다는 것이다. 심지어 명절에도 며느리들 고생 많았다며 용돈을 주신다. 시댁은 늘 이렇게 화기애애한 분위기다. 결혼 전, 내가 간접적으로 보고 들은 시댁과는 차이가 많았다. 시댁이 이리도 따뜻한 것인지 진작에 알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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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느라기라는 시기


‘며느라기'란 사춘기, 갱년기처럼 며느리가 되면 겪게 되는 ‘며느라기’라는 시기가 있대. 시댁 식구한테 예쁨 받고 싶고 칭찬받고 싶은 그런 시기. 보통 1,2년이면 끝나는데 사람에 따라 10년 넘게 걸리기도, 안 끝나기도 한다더라고’ - <며느라기> 中 -


필자도 대한민국 며느리로서, 이 말에 깊이 공감한다. 예쁘고, 좋은 모습만 보이려 노력하기도 했다. 그런 필자를 보고 남편은 “너무 애쓰지 마. 조금 더 편안하게 생각해보면 어때? 우리가 잘 사는 것보다 중요한 건 없고, 부모님도 그렇게 생각하고 계실 거야.” 이상하게 남편의 그 말 이후로 시댁 어른들이 더 편해졌다면 믿을 수 있을까? 시댁을 가도 긴장되기보단 편안하고, 농담도 많이 주고받는다.


사실 이 칼럼을 쓸까 말까 많은 고민을 했었다. 시댁을 정의하고자 하는 칼럼은 더더욱 아니다. 하지만 막연한 시월드의 공포에서 벗어나 주변에 이렇게 좋은 시댁도 많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시댁, 조금 더 편안하게 생각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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