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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본재 Feb 28. 2020

당신은 지금 ‘며느라기’ 시기를
지나고 있나요?

좋은 어른을 만난다는 것은

필자는 종종 시어머니와 저녁 데이트를 한다. 어머니는 말씀을 참 맛깔나게 하시는데, 대화를 하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때론, 이런저런 이슈와 안부로 장문의 메시지를 주고받으면 가슴이 몽글몽글 해질 때가 있다. 이와 관련한 주변 반응은 ‘신기하다 혹은 불편하지 않아?’가 대부분이다. 필자 역시 결혼 전엔 상상도 하지 못했던 일이다.  


결혼 전 ‘시댁, 고부갈등’ 등의 키워드는 결혼 생활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단어였다. 특히나 ‘사랑과 전쟁’의 에피소드들을 보고 있노라면, 무지막지한 시댁에 10번 이상 결혼을 해 본 기분이 들었다. 그래도 다행인 건 세월에 따른 변화일까. 고부갈등을 단순히 가슴에만 묻고 사는 시대는 지난 듯하다. 시댁은 시월드로 풍자되고, 되려 시어머니들이 며느리 눈치를 보는 시대라 하니 말이다. 그래서일까. 시댁에 놀러 갈 때마다 어머니는 이것저것 음식들을 싸주시는데 “요즘은 며느리들이 시어머니가 반찬 싸주는 걸 싫어한다는데, 이거 싸줘도 괜찮지?”라고 물어보신다. 정말이지 필자는 어머니 음식이 제일 맛있는데도 말이다. 어머니의 그런 물음에 마음 한 켠이 아려온다. 



좋은 어른을 만난다는 것은 


결혼하고 첫 생일을 맞았다. 어머니는 아침부터 반나절 내내 음식 준비를 하셨다. 갈 때마다 늘 맛있는 집 밥을 차려주시는 것만으로도 감사한데, 며느리 생일이라고 손수 생일상을 차려주신 것이다. 갈비, 잡채, 오징어회, 미역국 등 어머니는 산해진미 가득한 진수성찬을 차리시고도 차린 건 별로 없지만 맛있게 먹으라고 말씀하셨다. 그 마음을 알기에 양쪽 볼이 터져라 먹었다. 


시아버지는 한 집안의 가장으로서, 남편으로서, 아버지로서 어찌 그렇게 묵묵히 그 길을 걸어오셨는지 존경의 마음이 절로 드는 분이다. 집안에 조금 힘든 일이 있으면 그건 무조건 아버지 몫이었다. 무거운 짐 같은 건, 누구라도 절대 들지 못하게 하신다. 여러모로 며느리를 굉장히 아껴주시는데, 한 번은 남편과 장난치다 “악!” 소리를 낸 적이 있었다. 우리가 장난치는 걸 모르고 소리만 들으신 아버지는 왜 아프게 하냐며 남편을 된통 혼내셨다. 순간, 조금 무안해지긴 했지만 며느리를 아끼는 아버지의 마음이 느껴졌다.


작년 어린이날에는 용돈을 받았다. 어른이 돼서 어린이날 용돈을 받는 게 의아해 남편에게 물으니 성인이 되어서도 꽤 받았다는 것이다. 심지어 명절에도 며느리들 고생 많았다며 용돈을 주신다. 시댁은 늘 이렇게 화기애애한 분위기다. 결혼 전, 내가 간접적으로 보고 들은 시댁과는 차이가 많았다. 시댁이 이리도 따뜻한 것인지 진작에 알지 못했다.  



며느라기라는 시기 


‘며느라기'란 사춘기, 갱년기처럼 며느리가 되면 겪게 되는 ‘며느라기’라는 시기가 있대. 시댁 식구한테 예쁨 받고 싶고 칭찬받고 싶은 그런 시기. 보통 1,2년이면 끝나는데 사람에 따라 10년 넘게 걸리기도, 안 끝나기도 한다더라고’ - <며느라기> 中 - 


필자도 대한민국 며느리로서, 이 말에 깊이 공감한다. 예쁘고, 좋은 모습만 보이려 노력하기도 했다. 그런 필자를 보고 남편은 “너무 애쓰지 마. 조금 더 편안하게 생각해보면 어때? 우리가 잘 사는 것보다 중요한 건 없고, 부모님도 그렇게 생각하고 계실 거야.” 이상하게 남편의 그 말 이후로 시댁 어른들이 더 편해졌다면 믿을 수 있을까? 시댁을 가도 긴장되기보단 편안하고, 농담도 많이 주고받는다.  


사실 이 칼럼을 쓸까 말까 많은 고민을 했었다. 시댁을 정의하고자 하는 칼럼은 더더욱 아니다. 하지만 막연한 시월드의 공포에서 벗어나 주변에 이렇게 좋은 시댁도 많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시댁, 조금 더 편안하게 생각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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