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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본재 May 04. 2020

비혼 주의자도 성격이 좋아야
할 수 있는 법

꾸준한 태클을 방어하는 그들의 노련함에 박수를

  

바에 가보면 30대 중반은 족히 넘었을 것 같은 남자나 여자가 혼자 바에 앉아 주인장과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고급 레스토랑에서도 눈치 보지 않고 혼자 미식을 즐기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 사람들은 나이에 구애받지 않고 자신보다 훨씬 어린 20대들과도, 비슷한 나이의 또래와도 스스럼없이 어울리고 대화하곤 한다. 도대체 어디에서 저런 붙임성이 솟아나는지 궁금할 정도다. 제발 알려달라고 애원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일 정도로 낯가림 심한 나에게 그들의 강력한 친화력은 어마 무시한 무기처럼 여겨진다. 


사람들은 늦은 나이까지 결혼하지 않거나 연인이 없는 사람들에 대하여 너무나도 쉽게 그들에게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경제적 상황이나 조건이 좋지 않은 경우에는 이런 것들을 문제 삼지만, 잘 나가는 커리어 우먼이나 경제력이 출중하게 갖춰진 남성이 그런 상황에 처해있다면 필시 성격이나 건강에 드러나지 않는 문제가 있다고 쉽게 평가하고 판단해버린다. 특히, 성격적 측면을 가지고 쉽게 평가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비혼인들을 관찰하고 있노라면 생각보다 친화력 있고 붙임성 좋으며 주변 사람들을 잘 챙기고 깔끔하며 스스로에게 엄격한 사람들이 많음을 단번에 알 수 있다. 성격이 좋지 않아서, 무언가 중대한 결함이 있어서 결혼은 못하고 연인이 없는 게 아니다. 그들은 자발적 선택으로 비혼의 길을 걷기로 결심했을 뿐이다. 



가끔 보면 비혼인들을 이기적인 사람으로 치부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렇지 않아도 저출산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는데 고소득이면서 결혼도 하지 않고 아이도 낳지 않으면서 버는 족족 먹고 자신을 치장하고 여행하는 데 쓰면서 자신밖에 모르는 사람들이라고 비난하는 것이다. 


비판 아닌 비난이라고 이야기한 이유는 그들의 주장에 논리성이 결여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가정과 자식으로부터 얻는 행복은 있을지 모르지만 자기 자신에게 투자하고 즐김으로써 얻는 행복은 어쩌면 영영 잃고 살아갈지도 모른다. 적어도 아이가 온전하게 제 구실을 하는 성인으로 자라기 전까지는 말이다. 그들 자신은 가족을 위해 희생하느라 늙어가고 버는 돈도 가급적 가정을 위해 써야 하기에 본인에게 투자한다는 말 자체가 사치처럼 느껴지는데 반해, 아이는 커녕 결혼도 하지 않고 여전히 사회생활을 하면서 연차가 쌓여 소득은 늘어가고 그 늘어난 소득으로 더 풍요로운 생활을 하는 비혼인들이 부럽기도 하고 얄밉기도 하고… 그렇게 생겨나는 여러 가지 감정들이 그들로 하여금 비혼인들을 비난하게 만드는 것이다. 


비혼인이든 기혼인이든 결혼을 아직 고민하고 있는 미혼인이든 모두의 선택은 본인으로부터 비롯된 것이고 그 결정에 대한 책임은 본인의 몫이다. 나와 다른 선택지를 선택했다 하여 그들을 비판할 수 없다. 다른 선택지를 선택한 사람이 나보다 잘 사는 것 같아 배가 아프다면 그저 부러워하거나 과거에 그들과 같은 선택을 하지 못했던 나 자신에 대해 후회하거나 해야 한다. 부러움과 질투심에 의한 비난은 옳지 않다. 사람을 추하게만 만들 뿐이다. 



얼마 전, 결혼과 출산이 필수라고 생각하는 친구를 만났다. 근황 토크 도중 결혼과 출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요즘처럼 놀거리, 즐길거리가 많은 세상에서 비혼으로 사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지이며, 비혼 주의자들이 점차 당당하게 세상을 바꿔나가는 게 보기 좋다는 나의 생각을 털어놓았다. 하지만 친구는 이 말에 반기를 들었다. 


“솔직히 나는 비혼으로 사는 게 나중에도 행복할지 모르겠어. 젊을 때야 네 말대로 여행도 하고 사치도 좀 부리고 외로우면 비슷한 처지의 친구들 만나고 강아지든 고양이든 애완동물 한 마리 정도 키우면서 그냥저냥 살 수 있겠지만, 나이 들면… 글쎄? 그렇게 흥청망청 나한테 투자한답시고 다 써버리면 나중에 내 앞으로 된 변변한 집 한 칸도 없을 수 있잖아. 평생을 불안정 속에서 살아야 한다면 난 좀… 그리고 요즘 보면 사회의 시선과 다르게 사는 사람들이 자기 앞에 수식어랍시고 ‘당당한’이라는 단어를 가져다 붙이는데, 이것도 솔직히 잘 모르겠어. 스스로 당당하면 그게 진짜 당당한 거지, 왜 굳이 ‘당당한 미혼’, ‘당당한 비혼’ 이런 말을 하느냔 말이야. 사실은 진짜로 자기 처지에 대해 당당하지 않으니까, 남의 시선이 신경 쓰이니까 그런 거 아니야?” 


친구의 뾰족한 말 또한 본인의 가치관이 반영된 것이니 참견하고 싶지 않은 마음 반, 존중하고 싶은 마음 반으로 그러려니 했다. 하지만, 젊은 세대라고 할 수 있는 우리 나이 때도 비혼인에 대한 반응이 첨예하게 갈리는 것을 보니 비혼인들이 성격이 좋지 않고는 배길 수 없겠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뾰로통하길 잘하는 나로서는 비혼 주의자가 아닌 것에 천만다행이라는 안도감이 들면서 세상의 편견과 일상 속에서 잔잔하게 꾸준히 들어오는 공격을 방어하면서 자신의 가치관을 고수해가는 비혼인들에게 다시 한번 커다란 응원을 보낸다. 





에디터 푸들

앞으로 여러분들께 저의 지나온 연애사를 비롯해 제 주변 지인들로부터 들었던 현실감 있으면서도 공감 가는 사랑, 연애, 결혼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드리고 또 여러분들로부터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세상에 존재하는 ‘사랑하고 연애하며 그 과정에서 결혼을 고민하고 가끔은 비혼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는’ 수많은 보통 사람 중 한 명의 이야기,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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